내일의 도시 I II (Cities of Tomorrow )
2013. 11.30 sat. ~ 2014. 2. 28 fri.
빈스서울갤러리
http://blog.naver.com/beansseoul
[역사는 진정 정신문화의 종말을 고하고 물질문명의 흥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저 푸른 하늘을 흐르는 구름을 보며 흙을 빚던 사기장이의 천심은 가고 나사못을 깎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끼 낀 돌담 곁에 의관을 차려입고 유유히 팔자걸음으로 가던 선비의 풍도는 가고 쩔렁거리는 샤벨 소리와
흙먼지 일으키며 군화 소리가 오고 있다. 물질문명의 시대는 흉기부터 앞세우며 오고 있는 것이다.
정신문화의 시대는 척박한 가난의 살림을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오고 있는 자는 또 갈 것이요, 가고 있는 자는 다시 올 것이다.
다시 올 때까지 산맥과 지류는 마멸되고, 한 시대는 가고 한 시대의 사람도 가고 사물만이 남을 것이다.
이 사물에서 역사는 비로소 정확한 자(尺)를 들고 인간 정신을 측정할 것이며
공명정대한 역학적 기간(基幹)으로 귀납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 존엄을 찾게 될 후일 사가(史家)는 이 시대의 승리를 영광의 승리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패배를 치욕의 패배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박경리 토지 (土地)
1987년 9판 2권 29장 P285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