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내는 말>
사람의 생물학적 구성 체계에서 한눈에 파악 가능한 특징적 변별성은 <지문指紋>이다.
유기체에 비유되는 문학작품도 이와 비슷하다.
문학작품 형성에서 어휘는 세포, 문장은 조직, 문단은 기관, 이들의 통일된 기능은 기관계로 이어져서 드디어 하나의 작품 개체를 형성한다. 이 작품들을 묶으면 작가의 영육이 담긴 총체, 즉 작가의 고유한 작품 세계인 지문으로 드러난다.
개별 작가의 작품집을 읽다 보면 표현의 문학미감을 찬탄할 때도 있지만, 이 부분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작품에 우러나는 작가의 진중한 삶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덜 좋은 작품은 있을지라도 세상에 나쁜 문학작품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평론 이론에 전문적 식견도 없거니와 현학적 췌사贅辭를 늘어놓는 성향도 아니다. 다만 작품 평론은 작가의 창작 안목 확인과 독자의 감상 능력 고양에 관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작가의 미학적 의도를 파악하고 나아가 작가가 논리적으로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작품 속의 고도한 의미망까지 탐색하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하여 독자의 감상을 도와주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작품 평론은 작가를 이해하고 작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학작품은 이론적, 학술적 소산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창작물이다. 평론가는 작가도 되고 독자도 되어야 한다. 특히 좋은 작품 창작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작품 평론은 자칫 공허한 이론에 머물게 된다. 문학창작이나 비평은 지식이나 이론보다 실체적 경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별 작가들의 지문指紋을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개인별 지문의 특색 파악은 생물학적 고도한 영역이라기보다 좋은 돋보기 하나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이전의 평론집과 마찬가지로 동류의 문학을 직접 창작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시, 시조, 수필 등 다양한 장르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풀어낸 것이다. 이들 작품집에 대한 통독과 정독을 통해 작품 속에 뿌리내린 작가의 사상과 정서 그리고 미학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본고의 내용은 작가의 총체적 문학세계를 간략히 조명하는 작가론과, 작품집의 말미에 붙이는 서평이다. 따라서 수많은 개별 작품의 문학 미감에 대한 정밀분석을 담지 않았다. 그럴 재능도 없거니와 분량 관계도 있어 어휘, 문장, 문단과 이들의 통일된 기능을 포괄적으로 톺아가면서 작가 특유의 개성적 지문指紋을 나의 돋보기로 읽어낸 것이다.
2023. 8.
서태수
<차례>
<펴내는 말>
제1부 작가평
정해원 <시조 작품 세계> - 영혼 맑은 시혼이 환기한 소시민적 비장미
이성호 <시조 작품 세계> - 열린 보수의 미학적 디자인
배갑철 <시 세계> - 서낙동강 농부 시인의 맑은 서정
소상보 <추모 평설> - 대산 소상보 작가의 삶과 문학
유병근 <작고 문인 재조명> - 수필 미학 작법론을 수필로 자아올린 수필가의 고뇌
제2부 서평
이광 시조집 『바람이 사람 같다』 - 이미지 이중노출D.E을 통한 시정의 다의성
변옥산 문집 『가을 꽃바람』- 봄꽃보다 더 붉은 단풍빛 외연 확장
박원순 수필집 『백원역』-자가발전으로 일군 자존감의 윤슬 조각
김영순 향토시집 『낙동강은 흐른다』-강마을 추억의 생생한 현장 서정
노정숙 시집 『낙동강 숨결』-세상과 삶의 그림자shadow에 대한 긍정성
손옥자 시집 『상사화』-개성적 액자 속에 담은 참신한 문학미감
정국심 『꿈꾸는 섬』-파노라마로 교직한 구원과 승화의 스펙트럼
김옥선 이야기시집 『우리 시대의 전설 ‘시집살이’』
물결무늬로 승화시킨 강바닥의 앙금
변옥산 이야기시집 『흥남부두 LST를 탄 소녀』
잊혀진 기억 퍼즐로 다시 메운 삶의 행로
감창근 시집 『인생 그래프graph』
인생의 긍정과 삶의 도전에 대한 서사적 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