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과거 몇 년 전에 여기서 글 두어 편 올렸더니
바로 우수회원으로 승급하는 횡재를 누린 sonsang입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외국애들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많았음에도
글 못올린 점 죄송해요.
늘 올리고 싶었는데 그 놈의 시간이..
요즘 지난 유학 시절의 경험담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 글을 읽으니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최근의 에피소드를 올리는 대신 옛날에 올린 글을 다시 재탕할려고 해요.
못보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요.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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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002년에 1년간 중국의 대련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대련은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인이나 중국인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도시입니다.
인구는 450만 정도의 중국에서 4번째로 잘사는 도시죠.
시내에 나가면 수십층짜리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공원도 많아요.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백화점이 여러개 밀집되어 있고 중국치고는
꽤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죠.
혹자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우습게 본다지만 제가 경험하기에는 안그랬습니다.
(2009년 지금은 확실히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도 제가 다니는 대학원에 유학온
중국학생들과 술 한잔하면서 얘기 해 보면 역시나 한국을 동경하거나 배울려고 하네요)
다시 대련 얘기로 넘어가서...
내가 한국인이란걸 알면 어떻게 해서든지 친해질려고 하고
어학원이 있는 중국 대학의 여대생들은 야릇한 눈길을 주고 ^^ (물론 안넘어 갔음)
혼자 방을 구해서 자취할 때 시장가서 야채, 과일 살 때면 아줌마들한테 인기 독차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도)
아줌마들이 날 붙잡고 어제 한국드라마 '美麗的日子(아름다운 날들)'봤냐고..
내가 안봤다 그러면 왜 그렇게 재밌는 드라마를 안보냐고 오히려 내게 역정을 내고, 오늘은 꼭 봐라고 하면서...
제가 원래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아줌마들 역정 땜에 중국에서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채널이 꽤 많은데 어딜 틀어도 한국드라마는 꼭 합니다.
어떤 때는 이 채널은 冬天戀歌(겨울연가)10회분, 다른 채널은 2회분 을 동시에 할 때도 있고
藍色生死戀(가을동화)는 1년내내 반복해서 하더군요.
그 외에 순풍산부인과, 비밀, 등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국드라마를 봤습니다.
영화도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중국 대학생 중에 엽기적인 그녀 안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중국애들은 피시방에서 영화를 보는데(당시에는) 웬만한 헐리우드, 한국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피시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복제의 천국....
근데 당시에는 대부분 엽기적인 그녀를 띄워넣고 열심히 보더군요
그런데....
중국에 있는동안 티비로 일본드라마 본 것은 고작 두 편.
개봉관에 일본 영화하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CD매장에서 흐르는 음악은 한국음악이 태반이었고요.
개인적으로도 한류가 일류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련이라는 도시가 사실은 일본인 자본에 의해 발전된 도시라고 합니다.
일본회사가 집중적으로 진출하는 도시지요. 그래서 어딜가나 일본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중국어 유학가면 8,90%가 한국인이라는데 저는 인터넷에서
한국인이 제일 적은 지역을 골랐지요.비율이 50%정도?
처음에 중국에 가서 대학교 내의 중국어학당에 들어갔을때
한국인이 100명, 일본인이 70명, 나머지 프랑스, 미국, 나이지리아, 독일 등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30명 쯤 있었습니다.
문제는 일본애들. 첨에 한국애들 잘 상대안하고
미국, 프랑스, 독일애들하고 친해질려고 합니다.
한국애들이 너무 기가 세고 목소리 크고 매너가 없다면서 (첫인상이..) 일본애들이 피합니다.
서양애들은 아예 첨부터 일본인, 한국인 등 동양인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
(이름이 샘이고 나이가 40대였던 미국인 싱글 아저씨는 한국인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일본애들이 한국에 빠져들어가는 모습들...
한 두달이 흘러 점심시간에 중국식당은 안가고
전부 조선족이하는 한국식당에 가서 밥먹고
(갈비는 기본이고 순두부, 냉면, 비빔밥에 환장)
일본애들끼리 관심없고 한국애들이랑 어울릴려고 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저도 남자 고등학생과 여대생 한명을 가르쳤네요 ㅋ
친한 한국 동생들은 걔들한테 내가 사투리 쓴다고 배우면 안된다고 해코지 했지만ㅋ.
근데 일본애들은 ㄴ,ㅁ, ㅇ 받침 구분도 안되고 ㅓ, ㅡ 발음도 안되어서 미치는 줄..ㅋㅋ)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한국애들 정이 웬만합니까? 너무 정이 깊고 재미있어서 일본애들이 한국애들 팬이되지요.
그러다가 일본애들이 주위의 중국애들한테 한국드라마 봤냐? 엽기적인 그녀 봤냐?
그런 질문에 시달리다가 우리 한국애들한테 와서 그게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더 한국을 올려다 보게 되지요.
(제 방에서 일본애들 10명 쯤 와서 쉬리부터 시작해 엽기적인 그녀, 재밌는영화(코미디) 등등
많은 영화를 봤는데 김정은 주연의 재밌는 영화가 대박이었어요. 일본애들이 배를 잡고 구르는 건
첨 봤고 그후로도 못봤어요.ㅋ)
또,일본애들 생일 되면 걔네들은 식당에서 일본인끼리 대여섯명이 모여서
갈비에 맥주를 조~용~히 먹으면서 잡담하다가 선물주고 헤어지지요.
근데 한국애들이 일본애들 생일인거 알면(그렇게 친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중식레스토랑의 룸을 예약해서 생일자 일본애랑 걔랑
친한 일본애 몇몇 불러서, 한국애들이 모여서 생일 파티를 열어줍니다.
그게 어떤 모습이냐하면....
한국애들은 기본으로 20명 가까이 모이고(어딜가나 잘 뭉칩니다)
생일축하노래 불러주고 나서 케잌 던지기. (일본애들은 처음에 공포에 질려 도망다닙니다)
나중에 결국은 스무몇명 전원이 케잌범벅이 되지요.(물론 끝나고 종업원과 같이 웃으며 청소를 도와줍니다.)
그리고는 2차가서 양꼬치에 또 맥주먹고 3차는 시내에 있는 한국노래방.
얌전하던 일본애들도 술이 들어가고 기분좋다보니 자진해서 춤추고,
여자애들은 나한테(죄송..)부르스 추자고 그러고....그러고 새벽에 택시타고 헤어집니다.
생일 맞았던 일본애는 며칠간 정신없어 하다가 정말 재밌는 추억이라며
절대 잊지못할거라고 고마워하지요.
제 얘기가 좀 주제에서 벗어났네요.
어쨌든 일본애랑 같이 택시를 타고 어딜가자고 하면 기사아저씨는
외국인이냐고 물어봅니다.ㅠㅠ
그래서 제가 나는 한국인이고 얘들은 일본인이라 하면 바로 한국드라마
얘기가 나오지요.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없답니다.
생활수준을 말하는 건데 첨에는 그저 입에 발린 소린줄 알았습니다.
근데 몇번이나 똑같은 경험을 하고는 중국사람들이 한국을 필요이상? 으로 잘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첨엔 일본애들이 기사한테 그런 소릴 들으면 영 못마땅한 표정이더니
시간이 흘러서는 담담해 하더군요. (한류 열풍을 몸으로 실감하고나서는)
에휴 얘기를 다 할려면 날을 새도 안되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고
담에는 교환학생으로 왔던 일본 고등학생 13명과 저의 우정담을 적어보고 싶어요.
(물론 시간나면 천천히..)
아, 오랫만에 옛날을 회상하니
장난끼와 애교로 어학원 복도에서 만날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저 좋다고 결혼해 달라며 일본 여고생 A양,,
나랑 결혼하고 싶다며 어학원 전체에 공개적으로 밝혀 나를 곤란하게 했던 22살의 일본여학생 S양..
(각자 귀국 후 한국에 3번이나 와서 구애,, 한번은 어머님까지 대동하고 나에게 인사 --;;)
S양은 착하고 귀엽지만 한국 정서와는 너무 안맞아서 제가 퇴짜를 놓았어요.
가령, 결혼하고도 시부모를 모시고 친지 대소사를 챙기는 건 상상도 못하는 아이...
(저 좀 재수없죠? ㅋㅋ).
재미없었다면 죄송하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