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_잊지 않겠습니다.(캐나다의 리멤버런스데이를 가르치는 한국어학교)

[김진아]

캐나다의 국기를 닮은 단풍의 계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저마다 붉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답니다. 동양에서는 양귀비꽃을 절세 미색의 상징 또는 아편의 재료로 떠 올리지만 서양에서는 리멤버런스데이, 즉 현충일의 상징이기 때문이지요. 그 유래는 19세기 초 프랑스혁명 당시 수많은 군인이 전사한 들판 위에 빨간 핏빛 양귀비가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입니다. 또 관계가 있는 다른 유래는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의사였던 캐나다인 존 매크레이(John McCrae 1872-1918)가 쓴 '플란더스 전장에서(In Flanders Field)' 시가 유명해지면서 현충일을 기리는 기념 시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고, 플란더스의 들판에 피어난 양귀비꽃(Poppy)은 전쟁에 참전한 모든 희생자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존 매크레이(John McCrae)가 쓴 시 '플란더스 전장에서(In Flanders Field)' 이미지 출처: https://vfwpost3617.org]

캐나다의 11월 11일 즈음이면 어렵지 않게 여느 초등학교의 조회 시간에 받아 볼 수 있는 인쇄물에 쓰인 이 시를 스터디코리안의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글 번역을 찾아보았습니다. 좀처럼 소개된 것이 없었습니다. 통신원이 번역을 도전해보았는데 생각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인터뷰했던 네 번째 한영대역 시집, "로터스 랜드에서 부르는 노래"의 시인 안봉자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가능한 원문의 행 배열을 맞추고, 죽은 자의 외침과 똑같은 힘을 넣기 위해 노력했어요."라며 하루 만에 번역 시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알리며 널리 더 많이 공유되기를 소망합니다.

플란더스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

존 맥크레이(John McCrae), 번역 안봉자

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꽃들이 흔들리네

줄줄이 늘어선 십자가들 사이에서

우리가 여기 누워 있음을 알리고 있네. 하늘엔

종달새들은 여전히 용감하게 노래하며 날지만

그 노래 저 아래 총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네.

우리는 죽은 자들. 불과 며칠 전에는

우리는 살아 있었고, 새벽을 느꼈고, 노을을 보았고,

사랑하고 사랑받았는데, 이제 우리는 죽어

플란더스 들판에 누워 있네.

우리가 하던 적과의 투쟁을 계속하시게.

우리가 죽어가며 당신에게 던진 이 횃불은

이제 당신이 높이 들어주시게.

만약 죽은 우리의 믿음을 당신이 버린다면

비록 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가 피고 진다 해도

우리는 절대로 잠들지 않을 것이니.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고 죽어가면서 우리 손에 들려준 횃불을 우리는 과연 드높이고 있는가요. 우리가 그 믿음을 저버린다면 그들은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 합니다. 안이하게 누리던 자유와 소중한 줄 몰랐던 평화를 흔들어 깨우는 명징한 당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대한민국의 보훈 기념일로 7월 27일이 있습니다. '유엔군 참전의 날'입니다. 7월 27일은 6·25전쟁의 휴전협정일로 대한민국 국가보훈처가 유엔군 참전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지정한 국가 기념일입니다. 캐나다에서도 7월 27일은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Korean War Veterans Day)'로 국가 기념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회 명예총재를 맡고 있는 연방 상원인 연아 마틴 의원이 2013년 법안을 발의해 제정된 기념일입니다.

"6.25 전쟁 참전국 캐나다군은 1950년 7월 30일부터 1953년 6.25 전쟁 휴전까지 총 26,791명이 파병되었다. UN 깃발 아래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 중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군대를 파병하였고,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4개 국가에 속한다. 캐나다는 신속하게 대규모의 육·해·공군을 파병함으로써 다른 유엔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휴전 이후에도 1955년까지 캐나다군 약 7,000명이 추가 파병되었다."

인용 출처: https://ko.wikipedia.org/ 6·25전쟁기간 캐나다의 군사사

캐나다와 대한민국은 6·25전쟁을 통해 혈맹의 우호 관계를 구축하였습니다. 리맴버런스데이는 우리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국과 캐나다의 돈독한 우방 관계를 살펴보게 할 수 있는 역사 교육의 기회가 됩니다. 캐나다의 한글, 한국어 학교에서는 리멤버런스데이 특별 수업과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기획하며 역사를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캐나다의 리멤버런스데이를 맞아 써리 한국어학교(교장 송성분) 노랑반(4~7세)과 초록반(6~8세) 학생들은 특별하게 기념했습니다. 한글도 어려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었지만, 72년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 나라에서 한국에 가서 싸운 군인들과 간호사들에 대해 배웠습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희생하여 지킨 평화에 대해서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캐나다의 11월 11일 리멤버런스데이를 맞아 써리 한국어학교 노랑반과 초록반 학생들이 특별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써리한국어학교]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는 캐나다 캘거리에 사시는 엘리자베스 할머니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rkBgNYkUfo]

특별수업에서는 연합뉴스에서 제작한 [글로벌코리안]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캐나다 캘거리에 살고 계시는 엘리자베스 할머니는 1953년 2월부터 1년 동안 전방의 야전병원에서 부상병들을 돌본 간호사였습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간호병으로 지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족 중에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가족들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줬고, 나 역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할머니는 긴 세월 보관하고 있던 오래된 궤짝에서 옛날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젊은 간호병들이 한국을 돕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한국으로 와서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놀라워했다. 사진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crkBgNYkUfo]

[영상에서 소개된 또 한 분의 참전용사님인 알프레드 할아버지도 한국전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사실이 알려져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으셨다. 사진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crkBgNYkUfo]

[캐나다 공립학교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 행사에 참석하신 참전용사님들과 학생들, 사진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crkBgNYkUfo]

참전용사는 젊은 군인들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쟁 중에 여자들이 간호병으로 참전했다는 영상은 새삼스럽지만 놀라운 발견이었고, 여성들도 역사 속에서 남성과 다르지 않게 참전하여 사회에 헌신한 본보기로서 자랑스러웠습니다.

써리 한국어학교 송성분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을 더해주셨습니다. "한글학교에서 우리 재외동포 2세, 3세 자녀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때 2만 7천여 명을 파병해주었습니다. 많은 캐나다인 가정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터에,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보내 준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역사를 기억하고 우리 다음 세대에 전해서 다시는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캐나다의 리멤버런스데이를 맞아 어린 학생들의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다한 감사 편지를 참전용사회 어르신들께 전하면서 보람과 함께 더욱 한글학교를 책임지는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2020년 역사 문화 캠프에서 두 분의 참전용사님을 모시고 특강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지금 우리가 소중한 줄 모르는 평화와 자유가 바로 이런 용감하신 분들의 희생에 의한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하는가 하면, 학부모님들도 '외국에 살면서 한글학교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또 참전용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동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반응했어요. 참전용사분들이 아직 살아계시는 동안 더욱 그분들을 모시고 소중한 이야기를 경청하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형 전지 위에 한국전쟁에 군인과 의료진을 보내 도와준 유엔 참전 국가들의 국기를 색칠하고, 감사의 인사말을 적고, 양귀비꽃을 오려서 붙였다. 사진: 통신원]

[한국전쟁에 파병한 16개 유엔 참전국과 6개 의료 지원국을 배우고, 각 나라 국기를 색칠하여 감사 편지를 꾸몄다.]

[써리 한국어학교 노랑반(4~7세)과 초록반(6~8세)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사진: 통신원]

[6.25 참전용사회관에 매주 봉사활동을 가는 써리한국어학교 훈민반 이승숙 선생님이 학생들의 감사 편지를 전달했다. 이에 참전용사님들께서 답례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사진 출처: 이승숙]

6.25 참전용사회 이우석 회장님은 "학생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작품을 6.25 참전용사회 사무실 벽에 붙이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솜씨도 좋고, 아름다워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어르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을 선물하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학교에 전해주었습니다.

앙증맞은 고사리손으로 그린 글씨와 고마운 마음이 손에서 손을 건너 어른들께 전해져서 닿았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 뿌듯했습니다.

[캐나다인 6.25 전쟁 참전용사 랄프 데코스트(Ralph De Coste)와 이우석 참전용사님이 팬데믹으로 인해 한글학교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을 때인 2020년 역사 문화 캠프에서 온라인 특강 강사가 되어 전쟁경험담을 이야기해주신 바 있다. 사진 출처: 밴쿠버 교육신문 2020.8.14일 자 https://vancouveredupost.ca]

[캘거리 한글학교에서 참전용사님과 유가족을 초청하여 "참전용사와의 만남 – We will always remember you"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출처: 디스타임 2022.12.9일 자 https://thistime.ca/archives/27061]

한편, 캘거리 한글학교(교장 이정미)에서는 11월 4일 캐나다 리멤버런스데이 행사를 윌리엄 알버트 고등학교(William Aberhart High School)에서 열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초대하여 재외동포 2세와 3세 청소년들이 참전용사님을 직접 만나고 생생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참전용사와의 만남 – We will always remember you" 행사를 통해서 재외동포 청소년들은 생생한 호국보훈의 체험 기회를 가졌다. 기사 내용 및 사진 출처: 디스타임 2022.12.9일 자 https://thistime.ca/archives/27061]

[캘거리 한글학교에서 2021년 리멤버런스데이 한국전 참전용사님들께 영상 감사 편지를 제작했다. 이미지 출처: 캘거리 한글학교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WUkGdiAdJEQ]

캘거리 한글학교에서는 매년 리멤버런스데이에 즈음하여 학생들에게 역사 수업과 온라인 및 대면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육과 더불어 실제로 사회를 위해 공헌한 분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편지쓰기와 영상 제작을 통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한글학교장과 교사들의 정성과 자발적인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2022.11.11 비씨주 버나비시 센트럴공원 내 '평화의 사도비'에서 열린 리멤버런스데이 헌화식, 사진: 통신원]

비씨주 버나비시 중앙공원 내 '평화의 사도비(Korean War Memorial: Ambassador of Peace)'가 있습니다. 평화의 사도비는 한국 예술가 조현국 씨에 의해 만들어진 3미터 높이의 주조 청동 조각입니다. 2004년 캐나다 재향군인회와 버나비시가 센트럴 파크에 한국 전쟁 기념관 설치를 논의하면서 6만여 명의 한인사회는 백만 달러 가까이 모금했다고 합니다. 버나비시가 부지를 무상 제공하면서 2007년 7월 기념비가 건립되었습니다. 1950년에서 1953년까지 한국전쟁과 1953년에서 1956년까지 평화유지군 기간 희생한 캐나다 비씨주 출신의 36명의 군인 이름이 명판에 새겨져 있습니다. 매년 7월 27일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Korean War Veterans Day)'과 리멤버런스데이 행사가 평화의 사도비 앞에서 거행됩니다.

*참고 :https://collections.burnabyartgallery.ca/ListDetail?q=korean&p=1&ps=1

[써리 한국어학교 노랑반 안지빈 학생이 가평석에 방문하여 헌화하고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출처: 써리한국어학교]

캐나다에는 캐나다 군인의 한국전을 기리는 기념비가 여러 곳 있습니다만, 통신원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하나를 소개합니다. 랭리시 데렉더블데이 수목원(Derek Doubleday Arboretum)에 자리하고 있는 가평석입니다. 가평 전투는 1951년 4월 23일 한국전 당시 가평에서 병력이 5배나 우세한 중공군 공세를 캐나다군이 포함된 영연방 제27여단이 막아 중부 전선을 지켜낸 역사적인 전투입니다. 캐나다 군은 가평 전투에서 10명이 전사했고, 23명이 다쳤습니다.

참고: 주캐나다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

6.25 전쟁 발발 72년이 흐른 현재, 스무 살의 젊음을 담보로 참혹한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은 이제 거의 별세하셨거나 생존하신 분들의 연세는 아흔에서 백 세에 이릅니다.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해도 부족할 리가 없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일을 우리 후세들에게 전하는 일은 조금도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이 일어난 것을 목격했습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남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으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글, 한국어 학교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역사 수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 그들이 배우고 또 그 후세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김귀일 씨와 나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통신원은 김귀일 씨의 SNS에서 아버님께서 한국전 참전용사셨고, 30여 년이 지나서 국가유공자로 훈장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Q.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은 어떤 활동인가요?

평통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의장이신 대통령께 남북 관계 및 통일사업 전반에 관한 자문을 하는 헌법기관입니다. 아울러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으로서 대한민국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정기적으로 자문 및 건의를 하고 있으며, 이곳 밴쿠버 지역사회에 민간 외교사절로서 공공외교활동 등도 더불어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2.11.11 비씨주 버나비시 센트럴공원 내 '평화의 사도비'에서 열린 리멤버런스데이 헌화식에서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들이 헌화와 함께 묵념하고 있다. 사진: 통신원]

Q. 아버님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고, 국가의 유공자 인정 과정도 간략히 소개 바랍니다.

저희 아버님께서는 한국전쟁 중에 20대 후반의 나이로 참전하셔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적이 쏜 총탄에 목 부위를 관통당하여 큰 부상을 당하여 후방으로 이송되어 6개월 이상 병원 치료 후 의가사 제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배움이 짧고 정보가 부재한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아무런 후속 대책을 받지 못한 상태로 가난한 시골 농촌에서 그렇게 농사를 지으며 사시다가 50대 초반의 나이에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우리 자식들이나 가족 모두 아버님께서 전쟁에서 그냥 부상 당하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러했듯이 그렇게 잊혀진 사실로만 알고 살았습니다. 정부나 유관기관으로부터의 어떠한 조치도 모른 채로 그냥 그렇게 세월이 많이 흘러 돌아가신 지 35년 만에 우연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아버님의 모든 행적을 추적하여 그 공적조서를 통하여 한국전 참전 약 6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아버님의 공훈이 인정되어 [화랑무공훈장]을 정부로부터 받게 된 것입니다.

[김귀일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의 아버지 김의준 님, 어머니 강재임 님 생존 모습, 사진 출처: 김귀일]

Q.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요? 우리 세대들이 어떻게 하면 참전용사들께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실, 모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목숨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귀한 생명을 바쳐 나라와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다는 일은 참으로 숭고한 일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일류 국가로 도약하게 된 것은 이런 많은 희생과 노력과 정성으로 다져진 결과물입니다. 후세들이 이런 앞서가신 분들의 피의 대가를 소중하게 기리고 보존할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젊음과 청춘을 다하여 국가와 조국을 위하여 헌신하는 분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개선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정부나 보훈 당국이 사후 보상을 위해서 유족들의 소명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희생당하신 고귀한 분들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찾아서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그런 행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억울하거나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보훈 정책인 것을 유념해 주길 당부드립니다. 이런 정책이 병행될 때, 모든 국민이 정부를 더 신뢰하고 그러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국가적인 위기나 재난이 올 때 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국민이 많아지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 2022년 12월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