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체지(Bucegi)산 등산로에서 실종된 젊은 커플. 이 산은 남카프파티아 산맥(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산맥으로, 루마니아의 산에서 아들을 잃었던 아버지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영화 얼라이브에서 본 아름다운 설경에 끌려 넷플릭스로 보게되었다. “아버지는 산을 움직인다(2021)”라는 루마니아 영화였다. 워낙 산악지대와 눈이라는 설정은 보기만 해도 크나큰 사건과 연결된 것 같기에 호감도 또한 높았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서의 순기능이 있어 관람한다. 영화의 하나하나 대사마다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신을 성찰해보며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우선 제목에서 받는 인상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정도의 큰 기대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참으로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영화에 대한 사고(思考)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단점만을 골라 써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감상평이라 생각했다.
우선 설산이 배경인 스토리는 실족사나 “얼라이브”와 같은 항공기 추락사고와 같은 반갑지 않은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제목이 영화내용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는 산을 움직인다’는 아들의 사고(事故)에 아버지가 적극적인 힘을 쏟아 아들을 구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하지만 자신의 삐뚤어진 이기적인 부성애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영화 속 대사들은 귀를 의심케 했다.
퇴역장교인 ‘미르차’는 전처와의 이혼으로 재혼을 했고, 재혼을 해 임신해 만삭인 아내와 살집의 벽지를 고르고 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처와 살고 있는 20대 아들이 설산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다. 아들은 여자친구와 등산도중 폭설을 만났고 급히 현장으로 떠난 미르차는 아무런 장비없이 구조대원들과 함께 설산에 오르려 한다.
만류조차 못하고 동행하던 그는 중도에 포기하고, 그 사이 전 부인 ‘파올라’가 도착한다.
기자들은 구조 상황을 보고 받고 있고 구조대장 지휘로 구조대원들이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사무실 벽에 붙은 구출인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는 것으로 과시욕을 드러내는 캐릭터임이 느껴진다.
삼사일이 지나도 아들을 찾지 못하자, 미르차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아들을 찾기로 결심한다.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몰려와 불법 장비를 동원해 아들의 핸드폰 신호를 추적한다.
그리고 일주일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다급히 한 아주머니가 밤새 실종된 아들의 핸드폰을 추적해 달라는 부탁을 하지만 완강히 거절한다.
이 부분에서 아버지의 부성은 이해하지만 불법으로 사용하는 추적기를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려는 못난 부성애에 실망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전부인 파올라 역시 같이 실종된 아들의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 영화의 실망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치고 아무 미안함 없이 새치기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급기야는 생존확률 제로에 가까운 아들을 찾고자 구출대원들의 생명이 위급해지는 과정도 담고 있는데 부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라고하기에는 미르차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급기야는 모든 돈을 내걸고 사람들을 모아 삽으로 산을 파는 모습은 코미디에 가깝다.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무언가 제대로 된 부성을 발휘해 획기적인 내용이 전개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끝내 기대치의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민간인이 군을 동원하고, 질서를 무시하고, 상황에 따르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루마니아의 부패한 관료체재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 하나를 꼭 집어 말하자면 시원스레 펼쳐진 설경이라 말하고 싶다. 아직까지 보아온 최악의 영화로 굳이 평하자면, ‘루마니아 정부의 고발영화’정도라면 어떨까 싶다.
아무리 높은 권력기관의 힘을 빌어도 산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