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의 시詩꽃 . 마음꽃 하나 22회] 그림자 사라진 곳에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의 시계가 멈추고
그림자 사라진 곳에
파란 그림자
해도 저물기 전
너울너울 검은 연기 타고
북쪽 길 끝으로 가고 말았다
국화 내민 사람들
태연하게 하루의 저녁밥을 먹었고
자신보다 먼저 간 그림자를
눈 속에 가득 담은 여인은
설마 긴 이별이냐는 듯 눈물을
몸 안으로 꾸욱 눌러 놓고
굵은 주름 접으며 자꾸만 문 쪽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알른알른
긴 그림자 흔들며 들어와
와락 안길 것만 같았다
파란 그림자
연기처럼 사라진 곳에
피맺히게 슬픈 여인의 어깨는
땅속으로 끝없이 무너져 내렸다
詩作 노트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아픈 소식이 왔다.
부랴부랴 그녀를 찾아갔다. 언제나 해맑게 잘 웃던,
내가 알던 그녀의 모습은 없고 시곗바늘이 멈춘 듯
자신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국화꽃 너머로 환히 웃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해 도무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어딘지 모를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문 쪽에 머물렀다.
금방이라도 문이 열리고 아들이 긴 그림자를 끌며
성큼성큼 들어와 품에 안길 것 같은 환영을 본 듯,
눈은 슬픈데 입술만 반가운 표정으로 들썩였다.
그러나 그 환영이 사라지는 순간, 애써 억눌렀던
눈물이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천천히 솟구치는
걸 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아직은 죽음의
문턱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곧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싶었다.
사랑과 상실의 현실에 망연히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리움과 체념의 경계를 오가고 있었다.
한없이 부서질 듯 고요한 장례식장에 길게 드리워졌던
파란 그림자는 점점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별빛속으로
흩어졌다.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http://www.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