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G.아빌드센
출연: 잭 레몬(해리 스토너), 잭 길포드(필 그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 (잭 레몬)
의류 사업가인 해리 스토너(잭 레먼)는 새 상품 개발과 방직공장 운영 등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 겉으로 평온한 듯 보이는 중산층의 중년 남자인 그는 부인과 딸로부터 심리적인 연대감을 맺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 또한 2차 대전 때 전우들은 사망했는데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과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사업 유지를 위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방화를 모의하고, 거래처에서 원하는 창녀 마고에게 접대를 해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거래처 사람은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지고, 해리는 과거 전쟁의 기억과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한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추억을 더듬어 보지만 아내는 냉담할 뿐, 아무도 그의 심정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던 해리는 우연히 만난 마이라와 함께 해변으로 가게 되고, 음악과 야구를 추억하며 한순간 즐거워한다. 하지만 해리는 스스로가 동물원 우리라고 생각하는 현실로 다시 돌아간다. 가혹한 삶을 위해 해리는 방화범을 고용하여 자신의 공장에 불을 내 보험금을 타내려는 범죄 계획까지 모의한다. 방화광에게 은밀히 착수금을 건넨 후 해리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살리자’는 서명운동에 사인을 한다. 하지만 그에게 ‘호랑이를 구하자’는 구호는 먼 이상으로만 느껴진다.
1970년대를 미국을 배경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한 의류 사업가의 하루 반나절 이야기를 그린 사회 드라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자신만이 살아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편 자신의 공장에 불을 낸 후 보험금을 타내 몰락 직전의 사업 위기를 넘기려는 의류 사업체 사장 역을 열연한 잭 레먼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말론 브랜도, <최후의 지령>의 잭 니콜슨, <형사 서피코>의 알 파치노, <스팅>의 로버트 레드포드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다. 1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저예산 영화로, 이 자금을 확보하는데 만도 무려 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존 G. 아빌드슨 감독은 월급 한 푼도 받지 않고 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명감독 빌리 와일더는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내가 감독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극찬했다고.
영화사상 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그건 답이 없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수많은 배우 중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가장 연기를 잘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 같은 배우를 연기파라고
말하고 장 클로드 밴담, 실베스타 스탈론, 성룡 같은 배우를 액션스타라고 부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액션스타라고 해서 딱히 연기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가능할 것입니다. 가장 연기와 관련하여 상을 많이 받은 배우는
누구인가?
연기상에 대해서 잭 레몬을 따라갈만한 인물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영화 100년사에 전
세계에서 유일한 아카데미 주연상, 조연상, 칸 영화제 주연상, 베니스 영화제 주연상
베를린 영화제 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배우입니다. 유사한 수상경력으로 숀 펜이 있는데
그는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주연상을 두 번 수상했죠.
잭 레몬은 칸 영화제 2회 수상기록을 가지고 있고,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밥먹듯이 오른 인물입니다. 이정도 경력이면 최소한 그가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는 없어도
'연기는 썩 잘하는 배우'라고 쳐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좀 묘한 사실이 있습니다. 원래 잭 레몬은 '코미디 배우'였습니다.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미스터 로버츠에서 코믹한 연기로 주목받고, 이후 그의 대표작이 되는 '뜨거운 것이 좋아'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주인좀 빌리세요' '그레이트 레이스'등의 영화에서 그는
뛰어난 코미디 연기를 발휘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그가 상을 휩쓸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 진지한 연기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코미디 배우가 연기변신을 하여 온갖
상을 휩쓸었다.... 참 묘하죠. 그의 코미디영화 대표작 '뜨거운 것이 좋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절정의 연기를 보인 작품일 정도로 그는 유능한 코미디언이었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박중훈이 어느날 진지한 연기자로 변신하여 상을 휩쓸어가는 것이랄까요?
해리는 아내와의 낭만적인 과거를 추억하려 하지만
아내는 냉랭할뿐이다.
의류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해리와 필
호랑이를 구하라는 잭 레몬이 40대 후반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제법 무거운 분위기의
사회물입니다. 주인공 해리(잭 레몬) 중소기업인 의류회사를 15년간 운영해온 사장입니다.
회사의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그는 직원들
월급과 신상품 개발을 위한 자금마련에 고심합니다. 오죽하면 방화범을 시켜서 회사에
불을 내서 보험금을 타서 자금을 순환시키려는 계획까지 세울 정도입니다. 또한 중요한
고객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가 원하는 창녀를 예약해주기까지 해야 합니다. 회사일이
뜻대로 안 풀리고 어렵게 돌아가는 와중에 그는 오래전의 전쟁의 상흔까지 남아 있어서
괴로움이 더합니다. 아내와의 옛 추억을 더듬으려고 해도 냉랭하게 대꾸하는 아내,
이런 정신적 방황에 갇혀있는 그는 차를 얻어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어떤 21살의 처녀를
우연히 만나 태우고 그녀가 머물고 있는 해변으로 가서 일시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나이가 들어서 잭 레몬은 '실종' '차이나 신드롬' '글렌게리 글렌로스'같은 영화에서
진지한 역할들을 했습니다. 호랑이를 구하라 역시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사회물입니다.
록키의 존 G 아빌드센이 만들었는데 당시 신예 감독이었고 제작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티가 팍팍 나고 그래서 카메라의 위치도
상당히 제한된 공간에 좁게 머물고 있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배우의 대사와 연기에 철저히
의존한다고 할까요? 연극이 아닌 영화로서의 장점을 많이 발휘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재나 내용으로 보면 수작레벨에 올라야 할 작품이 의외의 혹평을 받은 이유도 이렇게
뭔가 많이 부족한 영화라는 느낌때문일 것입니다.
해리는 대 거래처인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마고라는 창녀를
붙여주지만 그는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의류발표회에서 연설을 하던 해리는 과거
전쟁의 상흔이 북받쳐 연설은 엉망이 되고...
해리는 어려운 회사의 자금을 구하기 위해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방화범을 만나 불을 질러달라고 한다.
호랑이를 구하라는 당시의 미국 사회상을 많이 반영한 영화입니다. 월남전에 대한 반대운동
중산층에 대한 압박과 우울증, 전쟁세대의 과거에 대한 연민, 무너져가는 가장의 위치 등
중년 남성인 오너 잭 레몬의 모습을 통해서 무거운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표현하는 영화입니다.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고전적 분위기의 영화들이 끝나고 이런 사회물들에서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나오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고전적 스타일의 스튜디오 영화의
시대가 끝나고 서부의 영웅들이 말을 타는 대신 경찰들이 총을 잡고, 고전적인 시대물들
대신 재난영화나 SF, 패닉물들이 만들어지고, 필름느와르 범죄물 대신 이런 무거운
사회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존 G 아빌드센, 프란시스 코폴라,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젊은 영화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도 나름대로 걸작처럼 띄우려고 했던 흔적인 보입니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했고
골든 글러브 작품상후보에도 올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었다고 해서 무조건
걸작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물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힘이 넘쳐야 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주인공의 잭 레몬의 처지처럼 꽤 힘겨운 느낌이 듭니다. 과거 스탠리 크레이머나
엘리아 카잔처럼 사회물을 이끌어가는 전달력과 힘이 보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직
'미완의 감독'이 만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존 G 아빌드센 감독은 이후 실베스타 스탈론을
내세워서 '록키'로 크게 흥행을 하여 비로소 인정을 받게 됩니다.
중년의 위기에 몰린 해리는 차를 얻어타는 것을 즐기는
한 처녀를 만나서 잠깐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중년의 고독과 삶의 무게나 느껴지는 잭 레몬의 연기
미국 영화로는 '오락성 제로'의 영화로 국내에 미개봉된 작품이고 '네트워크' '브로드캐스트 뉴스'
'폴링 다운' '월 스트리트' 같은 이후 만들어진 현대사회물들보다는 못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그런 영화들의 일종의 모태격인 영화하고 할 수는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타령이 남발되는
우리나라 가장들이나 중소기업 사장들, 자영업자들이 본다면 꽤 와닿을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답을 제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문제만 나열하고 끝나는 영화입니다. 낭만적
헐리웃의 영화시대가 끝나고 영화의 스타일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영화는 꿈의 공장이
아니었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봐라, 이런 상황이잖아'라는 것만 보여줍니다. 해결사역할을
하는 영웅은 존재하지 않지요. 그래서 스타워즈 같은 판타지가 더욱 히트를 했나 봅니다.
뭔가 화끈한 탈출구는 늘 필요하니까요.
ps1 : 이 영화에서 잭 레몬이 독백처럼 '야구'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건 잃어버린 꿈이나
희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잭 레몬은 아이들에게 굴러온 야구공을
던져주는데 너무 힘껏 던져서 공이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자 아이가 '아저씨는 우리와
야구할 수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굉장히 의미를 담은 장면입니다. 벼랑으로 몰리는
주인공의 상황을 함축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ps2 : 방화업자에게 선금을 주면서 동료인 필은 연루시키지 말라고 부탁하는 장면
안스럽습니다. 혹시 일이 잘못되어 체포되어도 혼자 뒤집어쓰겠다는... 물론 필은
이 계획에 계속 반대하긴 했습니다.
ps3 : '호랑이를 구하라'라는 제목은 잭 레몬이 길을 걷다가 만나는 동물 애호가가 서명을
부탁하면서 하는 대사입니다. 잭 레몬은 자신의 일터를 '정글'로 표현합니다.
멸종되어 가는 호랑이를 구라자는 동물애호가의 캠패인처럼 정글에서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는 '호랑이'는 잭 레몬같은 힘겨운 가장들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는
제목입니다.
ps4 : 같은 잭 레몬이 출연하여 베니스 영화제 주연상을 수상한 글렌게리 글렌로스가
많이 연상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오너'역할과 '종업원'의
역할인 것이 다를 뿐 정글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궁지에 몰린 '호랑이'
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어느 영화에서 더 연기를 잘했을까요? 제가 보기엔
글렌게리 글렌로스 입니다. 세월이 더 흐르고 연륜을 더 먹은 만큼 더욱 무르익은
연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