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明心寶監 - 順 命 篇 (순 명 편)
- 빈부와 귀천은 하늘에 달린 것, 하늘의 뜻을 따르라,-
子 - 日, 死生은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니라, (자왈, 사생은 유명이요 부귀는 재천이니라,)
해설,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의 삶과 죽음은 하늘의 명[天命]에 달려 있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도 하늘의 뜻에 있다, 이 구절은 공자의 말이지만, 유가와 정반대 입장에 있는 장자도 인간의 뜻과는 별개인 하늘의 이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장자의 고사 중에 이런 일화가 있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신하를 보내 관직을 맡아 달라고 청했다. 장자는 이렇게 물었다.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다고 들었소. 죽은 지 3천 년이 되었는데도 왕은 거북을 비단에 싸서 묘당에 보관한다더군요. 그런데 그 거북은 이처럼 죽어서 귀하게 대접받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진흙 속에 꼬리를 끌더라도 살기를 바랐을까요. ”신하는 “물론 진흙 속에서라도 살기를 바랐겠지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 작정이오. ”장자는 인간의 억지 탐욕을 굴레라고 생각했다. 무위자연의 철학에 입각하여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죽고 사는것은 어디까지나 명(命)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데로 되지 않으며 부(富)와 귀(貴)는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萬事가 分已定이어늘 浮生이 空自忙이니라. (만사가 분이정이어늘 부생이 공자망이니라,)
해설, 分已定(나눌 분,이미 이,정할 정) 浮生(뜰 부,날 생) 空自忙(빌 공,스스로 자,바쁠 망) 모든 일은 이미 분수(分數)가 이미 정하여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이니라. 즉, 사람들은 모든 일이 바쁘게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모르고 부질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개탄한 것이다,
옛날에 한 선비가 위나라의 공자 모(牟)에게 “나는 장자의 말을 들었지만 정신이 아득하여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이론이 못 미치는 탓입니까, 아니면 내 지혜가 장자만 못한 탓입니까?”라고 물었다. “자네는 걸음걸이를 배우러 한단에 간 어느 시골 소년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 소년은 한단의 걸음걸이를 채 배우지도 못했는데 자기 나라의 걸음걸이 까지 잊어버렸다네. 결국 소년은 엉금엉금 기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왔지. 자네도 즉시 돌아가지 않으면 장자의 도를 알기도 전에 자네 본래의 학문도 잊어버리고, 자네의 변설마저 잃고 말 걸세.” 선비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아나 버렸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과 분수는 생각지 않고 여기저기 한눈만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묵묵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마지막에 결실을 맛보는 것이다.
景行錄에 云하되 禍不可倖免이요 福不可再求니라. (경행록에 운하되 화불가행면이요 복불가재구니라,)
해설, 禍不可倖免 (재앙 화, 아닐 불, 옳을 가, 요행 행, 면할 면) 福不可再求 (복 복, 아닐 불, 옳을 가, 두 번 재, 구할 구) 경행록(景行錄)에 이르기를,화(禍)는 가히 요행으로는 면하지 못하고 복을 가히 두번 다시 얻지 못할것이니라,고 "했다, 즉, 반드시 닥쳐올 재앙은 어떤 요행으로 피할 수 없으며 한번 놓쳐 버린 복은 또다시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상주의자(重商主義者)로 유명한 17세기 프랑스 정치가 콜베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프랑스의 어느 포목점에 한 점원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호텔에 묵고 있는 한 은행가에게 옷감을 팔았는데, 값을 잘못 알아 돈을 배나 받은 것이었다. 점원은 주인의 만류도 뿌리치고 호텔로 돌아가 사과 하고는 돈을 돌려주고 돌아왔다. 포목점 주인은 점원의 정직함을 나무라며 해고해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은행가가 점원의 집으로 찾아왔다.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으니 은행에서 일해 보라는 권유였다. 점원은 파리로 가서 은행원이 되었는데,타고난 성실함과 정직함을 밑천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 점원이 바로 루이14세 때 재무장관에 오른 콜베르이다. 화를 복으로 바꾼 경우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요행으로만 가능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時來風送滕王閣이요 運退雷轟薦福碑라. (시래풍송등왕각이요 운퇴뢰굉천복비라,)
해설, 時來風送滕王閣 (때 시, 올 래, 바람 풍, 보낼 송, 등왕각), 運退雷轟薦福碑 (움직일 운, 물러날 퇴, 우레 뢰, 울릴 굉, 천복비), 때가 이르면 왕발이 순풍을 만나 등왕각에 가서 서문을 지어 이름을 세상에 높이고 운이 없으면 천복비에 벼락이 떨어져 비석문이 깨뜨려져 천신만고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어디까지나 운명(運命)의 필연성(必然性)과 중요성을 강조한 글이다, (참고), 등왕각(藤王閣), 양자강 유역 남창(南昌)에 있이음, 천복비(薦福碑), 원나라 때 마치원(馬致遠)이 세운 것이라는 말도 있고 당나라 때 구양순(歐陽詢)이 비문을 썼다는 말도 있다,
당나라 왕발(王勃)은 망당산 신령의 현몽을 얻어 순풍을 만나 배를 타고 하룻밤 사이에 남창 칠백 리를 가서 등왕각 천복 비에 서문을 지어 그 이름이 천하에 떨쳤다. 구래공의 문객 한 사람이 지극히 가난하였는데 어떤 이가 천복 비를 탁본 해다 주면 후한 보상을 하겠다고 하므로 가난한 이 사람은 천신만고 갖은 고생 끝에 수천 리를 애써 갔으나 그날 밤에 폭풍이 몰아치고 벼락이 쳐서 천복비를 깨뜨려 버렸으므로 그 가난한 선비의 행운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얽힌 비석이다. 등왕각은 장강(양자강) 유역의 남창(南昌)에 있는 정자이다. 이 정자의 낙성식에 참여해 <등왕각서>를 지은 왕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낙성식이 있기 이틀 전에 꿈속에서 한 노인을 만나 등왕각 서문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있던 동정호에서 등왕각까지는 칠백리가 넘는 거리였다. 도저히 하루 만에 갈 수 없었음에도 그는 배에 올랐다. 때마침 불어온 순풍을 타고 그는 하루 만에 등왕각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일필휘지로 <등왕각서>를 지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14세. 사람들은 왕발의 젊은 패기와 용기를 칭송했다. 이처럼 운명이란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자의 편에 선다. 송나라 때 한 가난한 선비가 재상의 부탁을 받고 천복비의 탁본에 나섰다. 선비는 엄청난 사례비에 눈이 어두워 명필 구양순이 썼다는 천복 비를 찾아갔다. 하지만 난데없는 벼락이 떨어져 천복비와 함께 선비의 꿈도 깨어지고 말았다. 이 선비는 자신의 본분인 학업을 포기하고 재물을 쫓다가 하늘의 화를 자초했다. 예나 지금이나 본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하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列子曰 痴聾痼瘂도 家豪富요 智慧聰明도 却受貧이라 (열자왈 치롱고아도 가호부요 지혜총명도 각수빈이라,) 年月日時가 該載定하니 算來由命不由人이니라. (연월일시가 해재정하니 산래유명불유인이니라,)
해설, 痴聾痼瘂 (어리석을 치, 귀머거리 농, 고질 고, 벙어리 아) 家豪富 (집 가, 호화스러울 호, 부자 부) 智慧聰明 (지혜로울 지, 슬기로울 혜, 총명할/명민할 총, 밝을 명) 却受貧 (오히려 각, 받을 수, 가난할 빈) 該載定 (갖출 해, 실을 재, 정할 정) 算來由命不由人 (셈할 산, 올 래, 말미암을 유, 목숨 명, 아닐 불, 말미암을 유, 사람 인) 열자가 말하기를,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여도 집은 호화롭고 부자요 지혜있고 총명하지만 도리어 가난하느니라, 운수는 해와 달과 남과 시가 분명히 정하여 있으니 계산해 보면 부귀는 사람으로 말미암음에 있지 않고 명에 있는 것이니라, "고 하셨다, 즉,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은 그 사람의 운명에 있다는 것을 입증(立證)하였으며 억지로 얻을 수 는 없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참고), 열자(列子), 이름은 어구(御寇), 전국시대 정(鄭)나라 사람으로 그의 저서(著書)를 열자라고 하였다,
어느 날 장자는 남루한 차림으로 위나라 혜왕을 만났다. 그 차림새에 놀란 혜왕이 “선생은 어찌 그처럼 피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장자는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비가 도덕을 실천하지 않아서 피폐한 것이지, 의복이 낡았다고 피폐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가난한 것일 뿐이지요,”이를 일컬어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타는 원숭이가 곧고 좋은 나무를 만나면 그 가지를 붙들고 기세를 뽐낼 수 있어 아무리 활의 명수라도 쏘아 맞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시 돋친 나무를 만나면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다. 이는 위난을 당해 몸이 굳어진 게 아니라, 그 형세가 편하지 못해 능력을 충분히 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자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을 펼칠 때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러나 그 때란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