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모교인 충주고등학교를 방문하다.
반총장은 이날 오전11시30분 모교인 충주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이기용 충북도교육감과 정태상 충주교육장, 오진택 충주고교장, 권경섭 충주고총동문회장 등의 영접을 받고 교장실로 이동해 환담을 나눈 뒤 현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충주고 강당에서 '세계 속의 나를 꿈꾼다.'를 주제로 충주고와 충주여고, 충주중, 충주시내 다문화가정 자녀 등 340여명에 특강을 실시했다.
반총장은 "교현초등학교, 충주중학교16회, 충주고등학교 19회로 졸업했으며 내처(유순택)는 충주여자고등학교 12회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따뜻하게 환영해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이어 "외무부 장관시절 모교에서 후배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다시 이 자리에 서니 가슴 뿌듯하다"며 "미래의 주인공이 될 여러분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세계를 가슴에 품은 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공부할 때는 땅바닥에서 공부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회고하고 "'최고 ․ 최선 ․최대'라는 학교 목표대로 꿈을 키우고 실현해 나가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충주중학교 입학 때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두 발은 땅을 딛고,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라'는 교장선생님(김현옥)말씀을 공직생활 37년과 유엔사무총장을 하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이 말은 높은 이상을 갖되 현실감을 잊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올라가면 성공한다는 뜻"이라며"후배들은 충주와 충북, 대한민국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의 인물이 되라"고 강조했다.
또 "충주고등학교 재학시절 김용한 선생님이 영어공부를 많이 시켰다"며"1962년 적십자사 영어회화대회에서 1등을 해 미국을 방문하여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을 때 가난한 나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외교관이 되고자 결심했다"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인연을 얘기했다.
그는 "따라서 스승을 존경하고, 창의력을 키워 시각을 넓게 보고, 가슴에 대의와 비전을 가지며,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또 "훌륭한 과학자라고 해서 과학책만 보지는 않는다."며 "어릴 때부터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눈을 키우고, 상상의 벽을 뛰어 넘어라"라고 조언했다.
반총장은 "올해가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한국처럼 유엔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나라가 없다. 1948년 유엔 감시 하에 총선을 치러 정부를 수립했고, 1950년 6.25전쟁 시 유엔군이 참전해 나라를 지켰으며, 1991년 유엔가입 후 5년 만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됐고, 그 5년 만에 유엔의장국이 됐으며, 또 5년 후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고, 5년 후 192개국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이 재선되는 역사를 이뤘다"고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역설했다.
반총장은 "내 개인적인 꿈을 키워준 충주중학교와 충주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 하면서 집사람은 충주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지냈는데, 내가 고교시절 미국 방문길에 당시 충주여자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충주고등학교 학생이 미국을 가는데,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해보자'고 제안해 복주머니 100개를 만들어 나에게 전달한 것이 인연이 돼 결혼하여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해 장내의 박수를 받았다.
반총장은 "1907년 일제에 의해 외교권을 박탈당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이준열사가 할복(割腹)자살을 하게 됐으며 그로부터 100년 만에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와 같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때마다 헤이그 사건을 생각하며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고 "눈을 바깥으로 돌려라. 세계는 비참한 사람들이 많다. 10억 명이 배를 곯고 수천만 명이 질병에 고통 받고 있으며, 수만 명의 여성들이 아기를 낳다가 죽는다."고 세계문제를 거론했다.
반총장은 "세상의 반은 여성"이라며 "지금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됐지만 더 많이 여성인권을 쟁취해야 한다. 여성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여성의 지위향상을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와 기아, 물 부족, 빈곤, 질병, 핵 위험, 전쟁의 공포와 빈부격차, 인권탄압 등을 퇴치하고 여성지위 향상 등 세계평화와 공존공영 사회조성에 노력하는 유엔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런 일을 유엔사무총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6월21일 재임 수락연설시 '다함께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라고 했던 것처럼 (세계문제에) 오늘은 내가 앞장서겠지만 내일부터는 여러분들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찬종 충주고학생회장이 "인생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꼭 공부만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를 순방하다보면 아프리카 오지에서 현지인들과 똑같이 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세계를 넓게 보고 사물을 창조적으로 바라보면 할일이 많고 인류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을 마친 반총장은 강당 바로 옆 자신의 이름을 딴 '반기문학사'를 돌아보고 후배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후렌드리 호텔에서 200여명의 초청 인사들과 함께 환영오찬에 참석했다.
또한, 충주고등학교 후배인 김의식(63)씨가 반총장에게 선물로 전달하기 위해 반총장을 주제로 만든 만화, 책, 캐리커쳐 등 각종 자료를 챙겨와 눈길을 끌었다.
"선배인 반총장께서 걸어오신 삶이 제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잊지 못할 롤-모델로 삼고 살았다"고 밝힌 김씨는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고 10여 년간 인천대학교 초빙교수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반총장 이야말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글로벌리더십을 가르쳐 주는 이 시대 최고의 인물"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김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