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063] 10시간 하이킹의 목적지, 트롤의 혀 - 트롤퉁가(Trolltunga)
[노르웨이 #063] 10시간 하이킹의 목적지, 트롤의 혀 - 트롤퉁가(Trolltunga)
아마 이 호수가 보이는 포인트가 트롤퉁가 하이킹을 하면서 처음으로 감탄이 나왔던 포인트였다. 사실 사진으로 보면 별 감흥이 안 올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이 풍경이 딱 나타났을 때의 감동은.. 트롤퉁가와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 뭐랄까, 이런 높이에서 피요르드의 풍경을 많이 봐 왔음에도 하이킹을 하면서 와서 였기 때문인지 더 감동이 더했다.
그리고,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갔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주 낮은 정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체력만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트래킹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뒤에서 뛰다시피 달려온 사람. 그리고 우리가 목적지인 트롤퉁가에 도착하기도 한참 전에 다시 되돌아 나왔다. 정말 빠른 속도로 달리던 사람이었는데, 이사람 속도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 6~7시간만에 주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면서 만난 작은 폭포. 역시 오른쪽 바위에는 길을 알려주는 붉은 T.
처음 감동했던 풍경은 트레일이 계속 되면서 점점 호수의 모습을 드러내며 더 멋져졌다. 그렇지만, 계속되면 감흥도 덜해지는 법. 계속걷다보니 당연한 풍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즈음이었을까? 날씨가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빗방울이 느껴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온도가 많이 내려갔는데.. 오히려 더운것보다 트래킹하기에는 더 좋은 날씨였다. 목적지에서 맑기를 바랄 뿐.
계속해서 이어지는 나무 하나 없는 삭막한 풍경. 그러고보니 첫 오르막을 오르고 난 이후에는 나무는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노르웨이는 워낙 북쪽에 있다보니 해발 300~400m 정도 되는 곳만 가도 수목한계선에 걸려서 나무가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바다 바로 옆인데도 나무가 점점 없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특이함이 있었다.
호수를 배경으로 점심을 먹던 여행자도 한 컷.
겹겹이 쌓아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던 돌.
그리고.. 여기에도 전신주가 연결되어 있었다. 트롤퉁가 근처에 시설이 있었는데, 거기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래도.. 대단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4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렇게 전신준가 있다니. 뭔가 조금 허무한 느낌.
눈이 많이 녹아서 잘못 밟으면 빠져버릴 것 같았던 눈. 물론 그 아래가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눈 위가 아니면 갈 수 없는 트레일도 꽤 많았다. 트롤퉁가에 가까워질수록 이렇게 눈이 쌓여있는 지역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다져진 곳이 있는 반면.. 반쯤 녹아 있어서 걷기에 애매한 곳도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바위쪽으로 걷되, 어쩔 수 없는 곳에서만 눈 위를 걸었다. 이 때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지팡이들이 꽤 유용했다.
아래로도 듬성듬성 쌓여있는 눈들이 보였다.
눈이 녹아있는 작은 웅덩이와 전신주.
계속 이어지는 트레일의 연속. 흙길이 이렇게 점점 바위로 변해간다는 건 트롤퉁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 여기서부터는 표시가 아주 정확하게 되어있지는 않아서 가는데 조금 헷갈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을 찾기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절벽쪽에서 멀어지지 않고 걷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트롤퉁가가 나오기 직전의 풍경.
그리고, 작은 언덕을 넘자 마자 바로 트롤퉁가가 보였다. 사진에서 봤던 그 풍경 그대로의 모습. 근데 한개와 구름이 가득해서 사진에서 보던 그런 쨍한 느낌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파란하늘이 살짝 보였고, 바람은 반대방향으로 불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런 포즈는 기본. 굉장히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저 끝에 가서 서는게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나도 트롤퉁가의 끝에 한번 앉아봤다. 생각보다 안정적이지만, 아래를 보면 좀 무섭다. 이 즈음부터 급속도로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파란 하늘이 나타나며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기다리기 시작한지 30분 쯤 되었을 때였다. 어쨌든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 있어서 다행.
우리 일행 용호도 점프.
나도 점프. 날씨가 좋으니 사진도 산다.
사진을 찍어달라던 커플. 대부분 저 끝까지는 가 본다. 사실 트롤퉁가의 모양만 멀리서 보면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정작 저 위에 올라가면 또 그렇지도 않은게 생각보다 넓고 평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끝이 아래를 향한게 아니라 살짝 각도가 위를 향하고 있어서 더 안정적이기도 했고. 물론, 저 바위가 중간에 부러져 버린다면 그 때는 문제겠지만.
안정적으로 나이키도 한번.
와이프도 해가 비치는 맑은 날씨의 트롤퉁가에서 사진 한장. 앉아서 찍은 사진도 있긴 한데, 정리하다보니 올리지는 않은 듯.
트롤퉁가 위에서 찍은 풍경. 가리는게 없으니 호수의 모습이 더 잘 담기기는 하지만, 밋밋하다.
그렇게 트롤퉁가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이렇게 남기고,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느라 1시간 넘게 시간을 쓰기도 했고 오늘도 운전해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숙소에 묵기로 했기 때문에 이동시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뭐, 이때즈음이 2시정도였기 떄문에 내려갈 시간 자체는 충분했고, 밤 12시가 되어도 환한 시기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와이프가 주워서 들고다니던 저 지팡이는 등산스틱 없이 트래킹 하던 우리에게는 참 유용했다. 거의 다 와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올때와는 달리 맑은 트레일 코스의 풍경. 칙칙하던 느낌들이 사라지고 굉장히 밝은 느낌의 트레일 코스로 변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시간을 단축하기도 해야 했기 때문에 사진을 최대한 찍지 않고 걸어왔다.
거의 다 내려와서 마지막 내리막(첫번째 오르막)을 남겨놓고 사진 한 장. 한여름인데도 얇은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하기는 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와 함께 모기가 정말 대박 많았다. 잠깐만 서면 너무 많은 모기들이 몰려들어서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다 긴팔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곳 넘게 물렸다. ㅠㅠ
내려올때는 트레일이 아니라 이 푸니쿨라 철로를 이용했다. 올라올때와 달리 내려갈때는 이쪽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해서였는데,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이쪽을 통해서 많이들 내려왔다.
10시간이 걸린다는 트롤퉁가의 안내판. 우리는 사진찍으며 천천히, 그리고 트롤퉁가에서 1시간 정도를 보냈음에도 11시간이 걸렸으니.. 일반적인 하이킹 속도로 갔다온다면 10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기는 했다. 사실 우리도 중간중간 시간을 소비한 구간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10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었으니까.
마지막 트롤퉁가 주차장에서 사진 한 장.
그렇게 차로 오니 이상하게 우리 요리세트가 차 밖에 묶여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우리 짐을 훔쳐간건가!? 하고 놀랐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캠핑장에 깜빡 잊고 놓고왔던걸 바로 옆에 있던 네덜란드 가족이 친절히 여기까지 찾아와서 우리 차 옆에 묶어두고 간것이었다. 전날 저녁에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어디를 갈꺼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베푼 친절이었다. 이 요리세트가 없었으면 밥도 제대로 못해먹었을텐데(다시 사기 전까지), 정말 너무 고마웠다.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연락처도 없었고, 다시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저,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을 뿐.
그렇게 우리는 1시간 반정도를 더 이동해서 에디피요르드에 위치한 오늘의 숙소로 이동했다. 마침 싼 가격에 숙소가 나와있어서 4인실을 잡을 수 있어서 미리 예약을 했었는데, 조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꽤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4인실에 조식 포함 20만원 조금 안되게 준 듯. 그렇게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서 녹초가 되어 다들 순식간에 뻗어버렸다. 하긴 평소에 운동을 많이 안하던 사람들이 3일 연속 트래킹을 했으니.. 안그런게 더 이상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