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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방송 중 7화 (2013. 05. 27. 방송예정)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때가 있어요. 저도, 여러분도 모두요.
요즘같이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는 바다에 가서 시원한 바닷물에 수영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혹시 바다가 싫으시다면 계곡은 어떠세요? 재미나게 놀다가 배가 출출해질 무렵에 미리 차가운 물 속에 박아 두었던 수박을 꺼내와서 반을 갈라 먹으면, 아 정말 천국이 따로 없죠. 물보다 산이 좋다면 삼림욕장으로 가볼까요?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한 숲의 냄새를 가지고 있죠.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 길게 누워서 한숨 늘어지게 자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여행하면 먹는 것도 빼먹을 수 없죠. 도시도시마다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서 다니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 마치, 송정의 떡갈비처럼요. 아니면 기념이 될만한 곳이나 관광지를 구경하고 오는 것도 신나는 일이에요. 혹시 여러분은 떠나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어디로 가고 싶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저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 중에서 삼림욕장으로 가는 게 제일 끌리네요.
하지만 여행을 훌쩍 떠나버리는 게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에요. 다른 것은 둘째치더라도 교통 수단이 항상 맘에 걸리죠.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오래 동안 차를 운전하는 것은 힘들고, 주말에는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한 주자창에 갖히기도 일수고요. 게다가 처음 가는 길이라면 이러저리 빙빙 도느냐고 시간도 버리고 성질도 버리고… 상상만 해도 참 싫으시죠?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거고요. 음, 그럴 때는 기차여행 어떠세요?
정시출발, 정시도착을 내걸고 달리는 기차는 막히는 일도 없고요, 넓은 창을 통해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기도 좋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 생각에은 바쁜 일상에 지쳐서 일탈과 휴식을 찾으시는 여러분에게 기차여행이 그 마음을 달래는 데 조금 도움을 줄 같아요. 어때요? 저랑 같이 여행, 가실래요?
안녕하세요, 도서관은방송중 오늘의 예비사서 하지숙입니다.
M1 : 페퍼톤스 - bikini (4:33)
기차여행과 함께하는 일곱 번째 도서관은방송중, 저는 오늘의 예비사서 하지숙입니다. 지금은 여행과 어울리는 페퍼톤스의 bikini를 첫곡으로 같이 듣고 오셨고요. 계절이 바뀌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불쑥 바뀐 계절 때문인지 새롭게 바뀐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서 자꾸만 여행이 끌리고 있어요. 그렇지만 오프닝에서 말씀드린 거 같이 차가 있으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다 사람들이 나같은 마음인건지 주말만 되면 꽉꽉 막히는 도로에 오히려 속만 막히는 경험. 많이들 해보셨죠?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오늘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걱정이 없는 기차여행이랍니다.
도서관은방송중 트위터 계정인 @libraryonair를 통해서 기차여행에 대해 주제를 알려드리고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기차여행에 대한 사연을 받아 보았는데요, 되게 귀엽고 재밌는 사연들이 많더라고요.
아이디 hmpeace님은 “독특한 경험은 아니지만 추억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3학년때 학교에서의 소풍은 없었지만 반끼리 추억도 만들고 휴식도 할겸 단체로 기차를 타고 수목원에 갔던 게 생각나요!” 라고 보내주셨어요. 혼자서 떠나는 여행도 재밌고, 마음 맞는 몇 명과의 여행도 재미있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끼리 가는 여행도 재미있죠. 관광버스에서는 안전을 위해 안전밸트가 필수이기 때문에 도착 할때까지 시트 위에서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하지만 기차에서는 그렇게까지 앉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좋은 거 같아요. 저도 고향이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여름만 되면 열차에 엠티 온 대학생들과 함께 뒤섞여서 기차를 타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되게 즐거워 보였는데 물론 과유불급이라고 그 흥이 너무 과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그리고 @namoopd님은 “문이 열리는 버튼인 줄 알고 자신있게 눌렀는데.. 문이 열리기는 열리더라고요, 화장실문.”이라고 하셨네요! 오래만에 기차를 타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실수가 아닐까 하는데요, 특히 최근에 많이 이용하기 시작한 KTX같은 경우에는 더 그럴 수 있어요. 이해해요! 저도 처음 KTX에 탔을 때 조금 뭐라고 해야하지, 사람이 쪼그매져서 함부로 뭘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러고보면 기차도 많이 바뀌었죠? 제가 처음 기억하기로는 통일호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통일호는 사라지고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와 고속철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죠. 역무원 아저씨가 직접 밀고 다니던 간이매점 카트도 이제 기차의 한 칸을 통째로 카페로 만든 열차카페가 운영 중이고요, 아주 가뭄에 콩나듯이 남아있는 카트를 마주치면 반가움과 신기함이 동시에 떠오르게 되었죠.
그렇다면 오늘 여러분과, 저, 그리고 음악이 함께할 기차여행은 어떻게 기억에 남게 될까요?
여행은 떠나고 싶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적도 자주 있으시죠? 그러다가 버럭 귀찮은증이 일어나는 바람에 일으키던 몸을 다시 눕혀 한껏 자는 걸로 그 마음을 달래는 적도 한 두 번 아니고요. 그러시다면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건 어떠세요?
기차역에 가보신 분이라면 역전에 각종 플래카드와 안내문이 있는 것을 보셨을 텐데요, 그건 그냥 광고문구들이 아니라 광주역에서 이용하실 수 있는 다양한 기차여행을 제안하고 있는 알짜배기 정보들입니다. 일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교통과 관광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기차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관심있게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로 이렇게 역과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제안하는 여행 프로그램은 계절에 따라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봄에는 벚꽃을 보러 가거나 겨울에는 눈꽃여행을 떠나는 거죠. 아니면 특별한 기념일을 앞뒤로 하여 진행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니까요, 시간이 되신다면 역전을 지나칠 때 살펴보시거나 프로그램의 내용을 적어 놓은 유인물을 받아와 여유가 되실 때 하나씩 포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꼭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에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좋은 참고 자료가 되어 주겠죠?
이번에 듣고 오실 노래는요, 기차 여행하면 많은 분들이 처음으로 딱 떠오리셨을 그 노래를 골라왔어요. 바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입니다. 노래를 부르신 가수이자 노래를 만드시기도 한 김현철님이 직접 밝히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풀어보면, 처음 춘천여행을 계획하고 기차에 올랐지만 당시에 무궁화열차의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에 오래동안 기차 안에 있는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서 춘천까진 못가고 근처의 강촌에서 내리셨다고 하네요. 그래도 춘천에 도착했다는 가사는 없다면서, 춘천가는 기차는 맞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 그 노래 <춘천가는 열차> 듣고 올게요
M2 : 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5:23)
최근 기차여행이 가장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사실 내일로 덕분이죠? 마찬가지로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요 겨울과 여름을 이용기간으로 두고 만 25세 미만이어야만 표를 구매하고 이용할수 있습니다. 56,500원이라는 금액을 내고 일주일 동안 요일 구분없이 전국 노선의 새마을호와 누리로, 무궁화호, 통근열차의 자유석과 입석을 이용가능하고요, KTX의 경우에는 사용 기간 중 주중에 50퍼센트가 할인된 가격으로 두 번 이용가능합니다. 주의할 점은 내일로의 패스카드로는 좌석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인데요, 왜 만 25세 미만에게만 판매하는지 알 것 같지 않아요? 으하!
내일로의 패스카드를 구매하는 특정한 장소는 지정되어 있지 않아요. 열차표를 판매하는 기차여기라면 어느 역이든지 상관없이 구매하실 수 있는데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발행하는 역에 다라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다는 점이예요. 역들은 직접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여 제공하거나 근처의 숙박시설과 연계를 맺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박물관이나 문화시서를 이용하는 요금에 대해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약속을 한 음식점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가 있죠. 통 크게는 2012년에 일본과 제주도를 가는 운항편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준 적도 있으니까, 아직 만 25살이 되지않으신 분이라면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만 25세를 넘어버린 우리 언니, 오빠들이 있잖아요. 너무 낙심하지는 마세요, 이런 자유이용 패스카드는 내일로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여러분에게는 하나로와 다소니가 있어요. 하나로는 만 26세 이상의 성인에게 발권되는 패스카드로요, 패스 하나로 즐기는 전국자유여행이라는 이름이예요. 사용 개시일로부터 3일간 이용할 수 있고요, 다소니는 2명이 사용하는 패스권으로 사랑하는 사람는 의미를 가진 다소니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동반여행권이라는 거죠. 유효기간은 하나로와 마찬가지로 3일이고요 가격은 하나로가 56,00원이고 다소니는 89,000원이에요. 내일로처럼 유효기간 동안 입석과 자유석을 자유롭게, 그리고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하고요, KTX의 경우는 10% 할인된 가격을 통해 좌석을 지정하여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일로가 여름과 겨울을 통해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설과 추석과 같은 대수송기간을 제외하고는 연중으로 운영된다고 하니 짧은 휴가를 이용해서 기차여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네요. 단, 바로 발권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주일 뒤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미리 발권신청하는 거 잊지 마세요!
기차 여행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우리 모두 다 걸은 거 같죠? 노래 한 곡 듣고 와서 본격적으로 기차여행에 대한 음악여행을 떠나볼게요. 내일로를 떠나는 이십대의 청춘에게 잘 어울리는 노래인 거 같아서 골라왔어요. 바로 딕펑스의 <viva 청춘>입니다.
M3 : 딕펑스 - viva청춘 (4:00)
딕펑스의 <viva 청춘>을 듣고 오셨고요, 도서관은방송중 오늘은 기차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기차여행의 추억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죠?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휴식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위로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아무래도 떠난다, 는 표현 때문인지 기차역과 기차는 시나 노랫말에서 이별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던 탓일까요.
g.o.d.의 <기차>에서는 그런 감정이 가감없이 솔직한 가사로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요, 가사를 한 번 같이 보자면요,
나는 지금 기차 안이야. / 그냥 무작정 올라 탄 거야. /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떠나는 거야. / 최대한 멀리 너에게서 최대한 멀리 멀리 떠날 거야. / 행여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도록…
라는 가사가 있죠. 사랑하는 마음과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이유 때문에 헤어져야만 했던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노래에 진득하게 묻어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에 같이 볼 노래는 아이유의 <기차를 타고>입니다. 이 노래는 뭐라고 해야 하죠, 음 지오디의 노래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로 기차와 이별이야기를 끌어 오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멈출지 모르고 기차를 탔어 / 이별이 아파서 버릴 곳을 찾아서 무작정 기차를 탔어 / 창가에 비치는 눈물 모두 닦아낸 후에 / 다시 되돌아올거야 하나 둘 셋 하고 /
고개를 돌렸을 때 우리 사랑을 했던 기억 다 사라지기를 / 더 울기도 싫어 그만 그치고 싶어 그러니까 / 나 이제는 널 잊을래 기차를 타고
뒤에 가사를 보면 이별여행이라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하네요. 음, 오장환이 the last train에서 기차를 통해 슬픔과 비애를 실어 보냈듯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그 감정들을 털어내고 있는 거겠죠? 저희가 듣고 올 노래는 세 번째로 알려드리는 음악인 정인의 <Because>입니다.
가수 정인씨가 직접 방송에서 기차 여행을 하면서 듣기 좋은 곡으로 뽑은 본인의 2집 앨범 수록곡인 <Because>는 활기찬 여행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정이 진득하게 남아있는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 가사를 품고 있어요.
문득 또 다시 볼 거 같아서 / 눈 오는 아침 용길 내어 기차를 탔어 / 한 번더 네 숨결 그리운 건지 / 달리는 창 밖을 조급하게 바라보았어 / Because I Love You
이 가사로 시작을 하는 정인의 노래 듣고 올게요.
M4 : 정인 -Because (4:27)
Bon Voyage! 제 발음이 이상하기는 하지만ㅋㅋ 이 본 보야지~ 는 불어로 즐거운 여행이 되세요, 라는 뜻의 가진 말로 지금은 영미권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관용어 같은 문장이에요.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서 여러분과 함께 하였으면 하는 것들도 채워지고 있는 도서관은 방송중입니다. 아무래도 여행길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도 좋지만 신나는 노래가 좋겠죠? 특히 기차를 타면 들을 수 있는, 그 일정한 박자의 철컥컬컥하는 소리에 어울리는 비트있는 노래 말이에요. 원래 여행과 기차하면 기분을 들뜨게 하는 적당히 빠른 박자들의 노래가 먼저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에요.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기차라는 단어가 주는 낭만 때문이겠죠?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이렇게 몸을 들썩이게 하는 비트를 가지고 있고 이름에서부터 여행 냄새가 나는 노래들을 볼까요? 먼저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 두 곡을 알려드릴게요. 앞에서 제가 인사처럼 건넨 bon voyage라는 이름의 노래들인데요, 토이의 앨범에 있는 노래이고요,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이 피쳐링한 <본 보야지>가 있어요. 여행에 대한 설렘처럼 미묘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에서 느끼는 아기자기한 감성들이 돋보인느 곡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Bon Voyage는 빈지노의 랩핑이 더해져 더욱 트렌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케이윌의 <Bon Voyage>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것같은 가사는 달콤한 휴가와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노래인데요. 그 외에도 수많은 Bon Voyage라는 제목의 노래들이 있으니까요,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같은 제목 다른 느낌의 노래를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요?
그렇다면 한글로 여행을 담고 있는 노래도 들어볼까요? 신치림의 배낭여행자의 노래는 담백하고 덤덤한 가사로 배냥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모습을 노래하는데요, 작사와 작곡을 맡은 하림이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림처럼 그 모습이 그려지는 기분을 들게 해요. 앞서 소개해 드린 내일로와 같은 자유패스여행 같은 경우는 하루 이상의 시간을 돌아다니니까 어떻게 보면 배낭여행의 큰 범주 안에 드는 하나의 여행인데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기차를 탄다면 많은 생각을 하고 또 큰 공감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신치림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윤종신의 노래들 중에서도 여행에 딱 알맞은 노래가 있어요. 바로 <즉흥여행>입니다. 기차여행은 따로 차를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가야 빨리 갈까 길이 막히지 않을까, 초행이라서 길을 헤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따르지 않아도 되니까 즉흥여행에 딱 맞는 교통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 가끔씩 드라마나 영화, 책에서 보면 주인공이 역에 찾아가서 행선지를 묻는 역무원에게 그렇게 대꾸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무 곳이나 가장 빠른 표로 주세요.”. 그게 어떻게 보면 되게 로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는 즉흥여행. 내가 갑자기 훌쩍 기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라는 상상를 하면서 노래를 들어볼까요? 윤종신의 <즉흥여행>입니다.
M5: 윤종신 - 즉흥여행 (4:12)
광주에서 순천만의 갈대가 아름다운 순천까지 2시간 55분, 초록색의 녹차밭이 유혹하는 보성까지는 1시간 53분. 바다가 아름다운 목포까지는 1시간 21분이고요, 단풍이 아름다운 정읍에 가기위해서는 5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면 우리는 기차 안에서 무엇을 할까요?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앞서 소개해드린 음악을 듣는 것도 좋죠. 그리고 그 안에서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덜컹거리는 기차 안이라는 핸디캡을 생각하면 긴 이야기나, 깊이가 깊은 책을 읽기는 벅차겠지만 나름대로 그 덜컹거림을 즐기며 가벼운 글을 읽는 것은 여러분이 기차를 타고 있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청춘이라는 여행>은 우리 젊은 날에 관한 120% 청춘사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김현지의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우고 써왔던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평범한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작가의 생각과 감정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들이고, 우리에게 더욱 부담없이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는 모두 1,2페이지의 짧은 글들의 엮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맘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속으로 조용히 문장을 곱씹으면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겠죠?
에세이보다는 이야기를 읽고 싶으시다면 단편소설집 몇 개를 추천해드릴게요. 아무래도 이것도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여행 내내 생각이 나고 신경이 쓰여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지모르니까 말이에요. 제가 먼저 소개해 드릴 단편소설집은요, 항상 기발한 상상력과 예상치 못했던 소재, 반전을 가지고 우리는 놀래키는 김중혁 작가의 단편소설집 <일층 지하일층>입니다. 도시라는 공간을 주요소재로 하여 그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부터 현실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그럴 듯하게 써내려간 그의 단편소설 7편이 실려 있어요. 특히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일층 지하일층>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후에 제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게 한 글이기도 합니다.
그의 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조차 정말로 그런 이름의 도시가, 그런 이름의 사람이 있었던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짜인 가상의 도시 안에서 묘사인데요. 작가가 실제로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작고 세세한 부분부터 커다란 빌딩의 모습까지 철저하게 조사를 한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한 다음에 그곳에서 인물과 스토리를 생각해내었다고 해요. 단편소설집이기는 하지만 흡입력있고 속도도 빠른 문장이니, 기차여행 길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확 빼앗아 도착지에 언제 도착하였는지 모르게 만들지도 모르는 글이에요.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가 제각기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역을 구경하는 것 아닐까요? 기차가 달리고 달려 하나의 도시를 지나치면 창밖의 풍경도 제각기 다르게 변하여서 자꾸만 시선이 그 밖을 바라보게 하잖아요. 이렇게 하나의 짧은 소설이 끝나면 또다른 문체와 감성을 지닌 소설을 보고 싶으시다면 각종 문학상과 공모전을 엮은 소설집을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문학상과 공모전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들 딴 문학상과 익숙한 출판사에서 주최한 대회를 통하여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그 글들을 엮어 우리와 글이 손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단행본들 몇 개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가장 최근에 시작된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의 수상 소설모음집입니다. 지난 2010년 제정되어 2013년 4번째 젋은작가 수상작품집을 낸 ‘젊은작가상’은, 한국 문단의 최전선에서 활동중인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대담한 정신으로 충만한 젊은 소설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대상작을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제한하여, 아직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았으나 특별한 개성을 간직한 작가를 발굴해내고, 한국문학의 미래와 함께하는 젊은 작가들을 육성한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수상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낸 장편소설집이나 단편소설집같은 단행본 한 권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네요. 신선함을 인정받은 젊은 작가들을 먼저 접하고 그들의 성장과정과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은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를 대상작품으로 하여 올해 37번째 이상문학작품집을 출간하였습니다. 이상문학상은요 중단편소설들을 심사 작품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별히 중단편소설들을 대상으로 삼게 된 이유는 문학의 중심이 장편에서 이들로 옮겨가는 추세이기도 하며 작품 구성과 표현에 있어서의 치밀성과 농축성으로, 짙고 강렬한 소설 미학의 향기와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그 영예로운 작가와 작품을 한번 읽히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더 나아가 영구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지고 읽혀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작품집을 만들고 보급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것은 작가에 대해 더욱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격려와 기대의 뜻을 담은 행위이기도 하겠죠?
한국에는 2002년 현재 50여 종의 문학상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오래 된 문학상으로는 현대문학사(現代文學社)가 해마다 그 창설을 기념하여 소설 ·시 ·평론 ·희곡 등 4개 부문에 걸쳐 수여하는 ‘현대문학상’입니다. 1955년 처음 수상을 시작하여서요, 지금은 무려 58회를 맞이하였죠. 올해는 대상작은 김숨 작가의 ‘그 밤의 경숙’을 비롯하여 12개의 단편소설과 심사평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어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문학상의 작품집도 있고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가들이 모여서 각기 쓴 책도 좋은 여행 친구가 되어 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작년에 디킨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작가 9인방이 모여 만든 <헬로, 미스터 디킨즈>같은 단행본 말이에요. 두 도시 와 디킨스라는 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 작가들은 디킨즈의 글과 작가 제각각의 상상력을 뒤섞어 하나의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어요.
자, 음악 한 곡 들으면서 어떤 책을 기차여행을 떠나는 가방 안에 넣을지 생각해볼까요? 몽니의 <그대와 함께> 듣고 올게요.
M6 : 몽니- 그대와 함께 (3:39)
듣고 오신 노래는 몽니의 <그대와 함께>였어요. 도서관은방송종, 오늘의 예비 사서는 하지숙이고요, 기차여행을 주제로 한 시간동안 여러분과 달려왔습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항상 떠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선뜻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던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오늘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처럼 기차여행은 어렵지 않고, 항상 역에서 기차가 여러분을 태우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방송의 처음 시작 때 읽어드린 사연들처럼 특별하고 혹은 소박한 추억들이 기차여행, 그리고 오늘 제가 여러분께 추천해 드린 음악과 책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은 방송중 다음 8화는 야식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야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트위터 아이디 @libraryonair 로 언제나 보내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들을 마지막 노래는 에피톤프로젝트의 <터미널>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도서관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예비사서 하지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