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바람
김회직
참으로 푹푹 찌는 날씨다. 이런 때는 무슨 일이든 해야 이 찐득거리는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부채 만들기다. 합죽선은 내 솜씨가 가당치 않아 서민부채라 일컫는 방구부채, 즉 단선을 만들기로 했다.
가볍고 연한 나무판자를 톱으로 잘라 깎고 다듬어 자루를 만드는데 하루가 걸렸다. 이번에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서 사포로 문질러 살을 만들고, 색종이에 문양을 옮겨 오려내는 일로 둘째 날을 보냈다.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흘렀다. 한지에 살을 붙인 다음 또 한 겹을 더 붙인다. 종이 문양(꽃지)을 양쪽에 붙인다. 적당한 크기의 부채 본을 대고 오려낸다. 테두리를 감싸가며 종이 선을 둘러 붙인다. 부채 자루를 선면 중심에 잘 끼우고 나서 순간접착제를 자루와 선면 사이로 앞 뒤 한 방울씩만 떨어뜨려 고정시킨다.
작년에는 선면에 들기름을 칠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얼룩이 생기는 것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산뜻한 맛이 덜한 듯했다.
자루에 끈을 맨 것은 손목에 한 번 감아쥔 채로 부채질을 하면 손목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고 잠결에도 부채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얼음물에 솔잎효소 액 두어 수저 타 마시면서 내가 만든 부채로 내게 맞는 바람을 조용조용 불러온다. 그저께부터 오늘까지 비록 땀은 많이 흘렸으나 사흘 동안을 지루한 줄 모르고 지냈다.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나를 다스린 결과가 아닌지 싶다.
첫댓글 방구부채, 혼이 들어있는 부채군요. 부채가 왜 더위를 식혀주는지 비로소 짐작이 갑니다.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신 선생님의 열정에 고개를 숙입니다.
더위를 잊기위한 제 나름의 방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마울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