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방송대상을 차지한 ‘인사이트 아시아 누들로드’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명품 다큐멘터리로, 재미와 오락 위주의 방송이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시청자들이 목말라하는 무언가를 채워 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욱정 PD는 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전 재산을 털어 세계 최고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요리 유학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생존기인 ‘Cook(쿡쿡)’을 쓰고, 다시 ‘인사이트 아시아 누들로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여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대상, 미국의 방송상 피버디 어워드(Peabody Awards)의 예술·문화 부문 TV 다큐멘터리상 및 대한민국 2010 방송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금희조 교수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는 이 누들로드의 성공요인을 ‘신선한 영상미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그보다 ‘국수’라는 소재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국수는 나라가 달라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즐기고 좋은 문화적 의미를 가진 음식으로, 누들로드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뿌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국가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누들로드에서 보여준 국수문화는, 우리 모두 찾고 있지만 잘 찾아지지 않는 글로벌 정신을 절묘하게 담고 있는 소재로, 이 시대의 문화적 요구와 테크놀로지를 통한 영상미학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다큐멘터리가 탄생한 것이죠.
또한, 누들로드의 음악담당 PD였던 윤상은 누들로드 작업을 통해서 기존 다큐멘터리 음악의 틀을 탈피한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영상에서 “국내 다큐멘터리 중 혁신적인 작품이 되길 기대해보고 또한 누들로드를 통해서 여기서 그동안 저의 어떤 것들을 얻었나? 하는 것들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중략) “아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 사이의 분위기를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내는가? 이게 문제이자 재미있는 점인 것 같다…….”(중략) “제가 한 가지만 좋아하니까 다 이렇게 연이 맺어지더라고요…….”(웃음)라며 자신의 관심분야를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PD는 떠오르는 한 가지 주제를 이용하여 다양하게 작품을 구상해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일도 PD의 일입니다.2004년에 사라져 2006년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으로 가는 길’은 방은진 영화감독에 의해 ‘평범하고 이웃과 같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이 영화가 '내 이웃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제작된 영화입니다.
원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던 것을 영화로 만들 때 다르게 풀었던 점에 대해 ‘가정을 가진 한 여자의 이야기지만 그 가정을 지키려는 한 남편의 이야기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가족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그렸기 때문에 '가족'을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남편 '종배'가 고군분투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 실화 이상의 것을 넣으려고 애썼다. '정연'의 역할에 대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들에 대해 전도연이 워낙 공감을 하더라. 가장 중요한 장면인 법정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아셨겠지만 법정에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방영되지 못했다. 그 법정의 마지막 발언에서 '정연이 무슨 말을 했을까'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VIP 시사회(2013.12.6.)
이처럼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제작자는 이야기의 구성이나 편집을 길게는 몇 년씩이든 창의적으로 구상할 줄 아는 다양한 각도에서의 잠재능력이 요구됩니다.
요즘 희대의 흥행작 하면 ‘명량’이 거론됩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이순신 신드롬이 형성되며 그 열기가 유지되고 있지요. 무엇보다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는 만큼, 한국 영화 최다 관객 수를 보유한 ‘괴물’(1301만 명)의 기록을 무난하게 경신할 전망이며, 나아가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1362만 명)의 스코어도 어렵지 않게 갈아치울 것으로 영화계가 내다보는 작품입니다.
1597년을 되살린 ‘명량’을 기획해 대세의 한복판에 있는 김한민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든 계기는 ‘어떻게 12척의 배로 330척이라는 대규모의 적 선단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던 작품입니다.”라고 인터뷰에서 회고했습니다. 1969년생인 김한민 감독은 연세대 상대 졸업 후 동국대 대학원에 들어가 영화를 전공한 늦깎이로, 삼성영상사업단에서 근무했으며 퇴사 후 단편 작업을 거쳐 ‘극락도 살인사건’(07)으로 장편 감독이 된 국내파라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열광했던 국내 최고 가수들의 고품격 뮤직 콘서트! 음악으로 소통하는 공간, SBS MTV ‘MUSIC ISLAND’의 연출자였던 양재영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를 하기 위해서는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스포츠, 노래, 예능, 코미디, 개그, 드라마, 영화, 다큐, 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열중할 수 있고 빠져들어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교양을 쌓아 놓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정신이 강한 친구들이라면 프로듀서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보는 것에 도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 장비를 잘 다룬다거나 자격증이 있다거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 오히려 교양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저런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거나 ‘저런 프로그램 재미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서 진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좋아하는 분야의 프로그램에 대해 모니터링을 한다든지, 때로 미쳐 보기도 하면 자연스럽게 지식이 축척되어 나중에 전문프로듀서가 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송국에 프로듀서로 입사를 하면 조연출이라는 AD를 거쳐 프로듀서가 되는데, 프로듀서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울러 누구나 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매력이 있고 전망 또한 매우 크기 때문에 여러분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여 꼭 많은 경험과 함께 하고 싶은 분야의 프로듀서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혹시 호기심이 생긴다면,「PD란 무엇인가」,「PD가 말하는 PD」,「PD 마인드」,「확장하는 PD와의 대화」,「PD WHO & HOW: PD 후 앤 하우」등의 책도 찾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