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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 신개념의 남성운동기 딕앤빅
 
 
 
카페 게시글
일반 게시판 스크랩 피에타와 강남 스타일
딕앤빅-박영진 추천 0 조회 373 13.02.24 15:30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마눌은 TV에, 딸년은 스마트폰에, 나는 신문에 코 박은 채 각자 묵묵히 음식물의 신체 내 운송작업을 하던 식탁 머리에서 딸년이 물었다.

 

딸:   아빠, 피에타가 무슨 뜻이에요?

나:   얌마, 인터넷 뒤져봐. 스마트폰에 코 박고 있으면서...

딸:   영화 제목으로만 나와 있지, 피에타 자체의 사전적 의미는 못 찾겠네요.

 

무식한 내가 그나마 덜 무식한 클래식 음악 쪽으로 얘기를 풀어가며 설명해준다.

 

 

나:

 피에 예수~ 피에 예수~(흥얼흥얼~)... 이 선율 들어본 적 있지? 난 옛날에 피를 흘리신 보혈(寶血)의 예수란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에’는 자비라는 뜻의 라틴어더구나. 자비로운 예수(Pie Jesu)란 뜻이지. 웨버나 포레의 곡이 유명하다.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란 음악 장르가 있다. 망연히 서 계신 성모(Standing Mother)란 뜻인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아들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노래한 라틴어 시 텍스트로 스카를라티, 비발디, 로시니, 드보르자크 등이 작곡했다.

 

안식이란 뜻의 레퀴엠(Requiem)도 하나의 텍스트로 여러 작곡가가 진혼곡을 만들었다. 모차르트, 포레, 베를리오즈, 베르디 등의 레퀴엠이 있고 독일어로 작곡해서 독일 레퀴엠이라 불리는 브람스의 것도 있다.

 

이처럼 피에타도 하나의 특정한 그림이 아니라 아들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작품 전반을 말한다. Pieta는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말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유명하지.

 

 

 

마눌: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영화 분명 재미없을 거예요. 살벌하고 잔인하고 끔찍하다던 데. 난 ‘강남 스타일’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이해도 못 하겠고 공감도 할 수 없는 그런 게 왜 그리 뜨는지 원.

 

딸:

엄만 참.. . 그럼 엄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들으며 각 소절을 이해하려고 파고들어요?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마눌:

이해 안 되는데 어떻게 좋아하니 얘.

 

나:

당신은 오랜 기간 보수의 시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가 편협해져서 그런 거야. 난 강남스타일 완죤 좋더라.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 평양스타일 등 패러디물도 다 찾아서 봤지. 중독성 강해.ㅎ. 난 춤 비슷한 거라곤 군대에서 총검술 해본 경험밖에 없어서 따라 하질 못하지만, 괜히 어깨가 들먹여지더라. ㅎ..

 

 

마눌: 늬 아빠의 저 천박함은 아마 김용옥 교수의 영향 때문일 거야. 결혼 전에 도올의 삼국유사 강해 열심히 따라다니더구나. 나도 늬 아빠 따라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 한 번 가 본 적 있는데, 그 양반 막말 막 하더라. 맨 앞줄의 짧은 치마 입은 여학생더러 ‘어이 학생, 꼴려서 강의 못하겠으니 저 뒷줄에 가서 앉지.’ 하질 않겠니? 요즘 같으면 그거 성희롱 아냐? 꼴림 문화니 문학의 꼴림 현상 어쩌고 하는데 그것 참 못 들어주겠더라.

 

 

나: 발기는 품격있고 꼴림은 천박한 건가? 보지는 천박하고 성기는 고상한 거야? 어깨, 무릎, 손발, 자지, 보지 ..모두 신체를 표현한 단어지 뭐가 어때서 그래? 꼴림도 그냥 추구하다, 지향하다 ..뭐 그런 거 아냐?

당신같이 품격 있는 분들은 맹(孟) 꽁(孔) 맹꽁하고, 나처럼 천박한 넘들은 강남스타일 부르고.. 서로 그냥 냅둬.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만 사는 거룩한 세상을 상상해 봐라. 얼마나 썰렁하겠니. 크게 일탈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라면 맹꽁은 맹꽁대로, 마광수는 마광수대로 서로 영역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냐? 괜히 김기덕 감독 석 죽이고 사기 떨어뜨릴 게 뭐 있어? 피에타의 벌거벗은 폭력과 근친상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의 묘사가 보수 측의 시각으론 ‘날것’이고 ‘비린내’일지도 몰라. 그러니 불편해하는 거지. 그러나 실은 기성 영화계도 이미 ‘유려한 영상’이니 ‘절제된 연출’이니 하며 거기에다 슬쩍 당의(糖衣)를 입힌 채 표현해 오지 않았어? 눈속임이야. 김기덕 영화는 그런 위장, 포장, 화장을 거부하고 날것 그대로의 영상미학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거지. 그러니 보수 영화인들이나 관객들이 불편해하는 거야. 영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런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거 아냐?

 

딸: 아방가르드... 그게 ?미?

 

나:

원래 군대 용어인데 앞서 가는 선발대, 첨병(avant garde)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전위예술을 뜻하기도 하지. 까불다가 대중의 사랑을 못 받는 놈은 그대로 도태될 것이고, 살아남는 놈의 것은 어엿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고 인정받게 되는 거지. 그러니 타인의 취향이나 성향에 불편해하는 건 우스운 일이야. 서로 박수치며 격려해줘야 그나마 척박한 토양에서 상생하지 않겠냐? 그런 의미에서 오늘 피에타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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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3.02.24 15:31

    첫댓글 성인군자 요조숙녀 탈을 쓰지 않은,,, 검색의 필요성-"
    크게 일탈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라면-" 활자화가 쉽지않은 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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