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부처님이 신문을 보시다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말하더군요.
왜 수능 가지고 온 나라가 들썩거리지?
수능이 뭐 별거라고...
딸부처님, 지금 고3입니다.
오늘 학교 가기 전에, 내일 시험 보는 학교 정해지면 바로 문자 줘, 했더니
방금 문자가 왔습니다.
정발중.
다행입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니까요.
안 그럼, 만약 저 멀리 학교에 배정받았음
내일 아침 시험장까지 딸부처님 실어다드릴 차도 수배해 놓고 어쩌고 하느라
몸도 마음도 쫌 부산해졌을 테니까요.
딸부처님께선 절대로 혼자 갈 거라고,
아무리 멀어도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아님 경찰차를 타든 혼자 갈 거라고,
수능이 뭐 별거라고 엄마가 같이 가냐고 그랬지만
워낙 길치인 딸부처님이 혼자 낯선 곳을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집에서 걱정하고 있느니
구시렁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듣더라도 데려다주는 게 제 마음이 편할 거였기에 데려다줄 생각이었거든요.
한시름 놓았습니다.
마음이 날아갈 것 같네요. ㅋㅋ..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근데 어제 딸부처님이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중요한 정보 알려주더군요.
엄마, 만약 경찰차를 타고도 수능 시간에 맞춰 시험장에 못 갈 형편이면 어떻게 하면 되는 줄 아세요?
모르는데.
그럼 가까운 아무 시험장으로 가서 시험을 치면 된대요. 이거 모르셨죠?
내가 어찌 알았겠냐?
이렇게 편리한 제도가 있었다니.. 그러니 엄마는 아무 걱정 마세요.
시험장 못 찾으면 112 불러서 경찰차 타면 되고,
경찰차 타고도 제 시간에 못 갈 것 같음 제일 가까운 곳에 가서 보면 되요.
어이그.... 그래, 잘났다.
<시험 못 보면 어때요. 재수하면 되지. 아직 못다한 공부가 많은데...>
<엄마는 인생에서 일 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일 년, 인생에서 별거 아니에요.> -> 요 말투는 꼭 우리 지도법사님 말씀하고 똑같았습니다.
시험 보기도 전에 이렇게 느긋하게 도튼 소리 하시는 우리 딸부처님,
어쨌든 고사미의 그런 느긋한 마음가짐 덕분에
바로 내일이 수능인 고사미엄마 역시 여여한 마음이네요.
그래서 어찌되었든, 오늘 하루도 행복합니다.
첫댓글 딸부처님 도가 트셨네 ~ ^^*
도가 트신 게 아니라, 배짱인지 뭔지....
세상 살아가는데 배짱 만큼 필요한게 또 어디 있을라구요~
그 딸... 참 엄마를 안 닮았어.. 신기햐.. 나도 나를 안 닮은 딸 낳고 싶은디..
엄마가 딸을 닮지 그럼 옆집 아줌마 닮겠냐?
딸이 엄마를 닮는 거겠지요. 큰도바니님. ㅋ
저는 시험본 학교가 생각안나요. 연합고사때는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말이죠. 근데 어두운 새벽 시험 보러 집을 나섰던 그 순간은 생생해요. 엄마가 뒤에서 잘 보고 와라 한마디 하고, 정말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얼렸지요. 그리곤 그 다음 부턴 전혀 기억에 없어요. 왜 일까요.
나는 시험 보고 와서 방에 틀어박혀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제일 자신있는 수학을 캐망해서...
저희 딸도 수학을 잘하는데 오히려 성적이 생각대로 되지않아서 그럴때가 자주 있는데 넘 긴장해서 그런가?
주위에 고3삼이 없네했는데 원영님네가 있었네요. 며칠 전에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번엔 강도가 더 강해서 신종플루 검사를 받아야 되나 어쩌나 고민하며 몸 상태를 보는 중입니다. 저희들 대학 갈때는 엄마들은 당연히 우리가 알아서 가는 걸로 생각했지요. 근데 작년에 저도 대중 교통편 있는데도 데려다 주었습니다. 요즘 세상에선 원영님 따님이 대견스러워요.
몸이 안 좋은데 불대 사찰순례에다 순회강연까지... 그러니 몸살이 덧나지. 푹 쉬다가, 정 심심하면 기도 좀 해줘. 옆집 딸래미 수능 대박 나라고..ㅎㅎ..
멧돼지, 원영, 물결님의 만담이 재미납니다그려.. 큭 글고 원영님, 캐망이라는 말을 어디에서.. 쿨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