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근무에 집착하지 말라.
일을 한 대가를 계산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해 주면 얼마를 주겠다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을 하면 얼마를 주겠다는 방식이다.
전자는 책임과 결과가 중시되며 각자의 역량에 따라 일하는 시간의 양이 달라진다.
후자는 누가 그 일을 하건 간에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은 시간에 이룩하게 되는 일의 양이 비슷하기에 일하는 시간의 양이 중시된다.
물론 이 두 가지 방식이 혼합된 경우도 많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 시간의 양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예컨대 그 시대는 방직공장 기계 앞에서 노동자가 몇 시간을 일하는가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던 시대이었기에 임금은 당연히 근무 시간의 양과 비례하여
지급되어야 하였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도 이미 일에 투여 되는 시간의 양 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한 일이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일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어느 전자 회사의 애프터 서비스 요원이라고 치자.
아마도 당신의 보수는 근무 시간의 양과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서비스 요원은 그 어떤 고장 난 가전 제품도 자사 제품이건
아니건 간에 30분 안에 원인을 발견하고 수리하는데 비해
당신은 자사 제품만 고칠 수 있고 시간도 평균 두 배 이상 걸린다고 하자.
그리고 불행하게도 내가 당신 회사의 사장이라고 치자.
나는 당신이 일한 8시간을 절대로 다른 직원의 8시간과 동일시 하지 않는다.( 당신이 보기에 나는 정말 악독한 기업가일지도 모른다.) 즉 당신의 몸값은 쌀 수 밖에 없다.
수없이 말하는 것이지만 부자가 되려면 일단은 자기 몸값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종자돈을 남보다 빨리 더 크게 모은다.
여기서 문제는 당신은 누군가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당신이 어느 직장의 100 명 중 1인이며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불행하게도 그 100 명 중 틀림없이 당신보다 언제나 일의 결과가 객관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8시간 일하여 얻은 결과를 당신도 같은 시간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10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10시간씩 일하고 그 차이 2시간이 어떻게 해서든지
줄어 없어지도록 추가로 시간을 투여하여 지식을 습득하면서
스스로를 좀더 훈련시켜야만 한다.
즉 당장 하루 열 몇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하여야 당신도 그 일 잘하는 사람과 비슷한 단계에 오르게 된다는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왜 사람들은 무시하는지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직장인들을 위한 성공 지침서인 '더 많이 받고 더 빨리 승진하라(Get Paid More and Promoted Faster; 국내 미번역. 두껍지 않고 쉽게 쓴 책이므로 원서로 읽어도 된다)'에서 저자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 역시 자기 몸값을 높이려는 사람들에게 "일찍 출근해서 열심히, 늦게까지 일해라"고 조언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 고소득층 상위 10%는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일한다.
상위 1%는 일주일에 평균 56시간 일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들은 일할 때는 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일찍 출근해서 즉시 가장 중요한 일에 착수하고 하루종일 꾸준히 열심히 일한다.
이들은 동료와 잡담 하는데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나 역시 일을 할 때 그렇게 하여 왔다.
유럽 사람들은 어떨까?
일은 조금만 하고 삶의 여유를 즐긴다고?
웃기는 소리 작작해라.
나는 사업상 수많은 나라들을 돌아 다니면서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느 나라에서건 중류층과 하류층이 8시간 노동에 집착하는 법이다.
선진국들에서 하루 8시간 근무와 주5일 근무 제도를 지키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육체 노동자, 하급 직원들이다.
하급 직원들과 육체 노동자들도 8시간 근무 중에는 신문을 보거나
잡담을 하거나 딴전을 피우지 않는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이나 담배 피는 시간, 커피 마시며 잡담 하는 시간 등은
자동으로 노동시간에서 제외 되도록 하는 전자카드를
근로자 개개인이 착용토록 하는 유명 기업들이 부지기수이다.
( 반면에 한국의 근로자들은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별볼일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의 경우 상급자들의 근로시간과 책임은 무한대이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다.
나는, 놀기 좋아한다는 프랑스에서조차 회사의 고위 간부들이나
사장이 밤 늦게까지 일하거나 휴일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지위 높은 사람들만 모이는 간부회의 중에 먹게 되는 점심은 샌드위치 일색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상급자들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이고
사장의 책상에는 처리하여야 할 서류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 책상이 깨끗한 경우는 마피아 보스이거나 사기꾼이다.
한국 영화를 보면 사장이나 이사들의 책상은 대부분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고 술 접대하러 다니다 알게 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당하면 당했지 절대 일 때문에 이혼을 당하지는 않는다.)
결코 오해하지 말아라. 평생을 일 중독자(workholic)로 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언제나 내가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
“너희가 어제 밤 늦게까지 일하였다고 내가 고마워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아라.
일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사람 일수록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라.
너희는 방직기계 앞에 서서 실을 뽑아내는 노동자가 아니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너희가 날이 갈수록 일을 빨리 마치기를 바란다.
우리 인생의 목적이 평생 일하는데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일에 능숙해 져야 한다.
처음에 8시간 걸리던 일을 6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2시간에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서 몸값은 계속 올라가게 되며
경제적 자유에 좀더 가까워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을 빨리 마치려면 머리 속에 든 것이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발 좀 공부해라.
반복되는 일은 개선시켜라.
개선 없이는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
빨리 일을 끝 낼 방법을 반드시 찾아 내라.
그리고 제발 일이 끝났는데도 윗사람이 사무실에 있다고 눈치 보며 남아 있지 마라.
일은 없지만 남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은 얼마든지 권장한다.
저녁은 회사에서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고소득층이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이 일하는 것을 즐길 뿐 아니라 자신의 경쟁자들을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를 볼 때 과로사를 당하는 사람은 고소득층이 아니라 40-50대의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이며 대부분 일을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다.
물론 당신 인생에서 직장이나 일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면 일의 결과나 경쟁은 개의치 않는 채 8시간만 일하면서 느긋하게 살아도 좋다.
물론 당신은 승진도 느릴 것이고 자기 사업이나 장사를 한다고 해도 돈 벌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당신 가족은 당신을 착하기는 하지만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할 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이 사회에서의 경력을 생각하고 세상에서 받는 경제적 대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8시간 근무는 이제 잊어버려라.
8시간 근무는 당신이나 노동조합이 원하는 기준이지 당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세상이 원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 게다가 노조 간부들 중에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던가? )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세상이 원하는 기준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일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자는 회사를 버리든지 자기가 회사에서 버림을 받는다".
'사장의 제왕학'에서 이하라 류우이치가 하는 말이다(나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프랑스 경제학자 랑그로와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빗대어 “보이지 않는 발”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당신이 세상이 원하는 기준을 무시한다면
그 보이지 않는 발이
당신을 성공의 대열에서 밖으로 차버릴 것이다.
8시간 근무를 고집하면서 느긋하게 살면서도 그 보이지 않는 발에 채이지 않고 크게 성공한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4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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