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頭翁(할미꽃) 외 1편
順 道
水彩花之 一生 圖 白紙面(수채화지 일생 도 백지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삶을 백지위에 그려보자면
* 翁:늙은이 옹. 圖:그릴 도.
茅舍於 丘陵地 掛 晝月半(모사어 구릉지 괘 주월반)
언덕배기 양지바른 초가지붕엔 버선 같은 낮달이 걸려 있고
* 茅:띠 모→ 茅舍(띠 집). 掛:걸 괘. 晝:낮 주. 月半:낮 달.
宅兆 近傾野山 開 白頭翁(택조 근경야산 개 백두옹)
뫼 근처 경사진 야산엔 할미꽃이 활짝 피었는데
* 宅兆:뫼, 무덤. 近傾:근처 경사. 白頭翁:할미꽃.
谷向 孤苦叫聲 噫憶 返哉(곡향 고고규성 희억 반재)
골짜기 향해 된 소리로 절규하면 아린 추억으로 되돌아오고
* 叫:부르짖을 규. 噫:탄식할 희. 憶:생각할 억.
紫霞 茅屋煙突 凝視 氣哉(자하 모옥연돌 응시 기재)
석양놀이 내려앉은 초가 굴뚝에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 紫:자주빛 자. 霞:노을 하. 凝:응시할 응.
渾淪 總過去事 高潮 胸裏(혼륜 총과거사 고조 흉리)
아스라이 지나간 험한 일들이 한꺼번에 가슴속으로 밀려온다네
* 渾:흐릴 혼. 淪:빠질 륜(渾淪:모호함).
幼兒 靑少年期 時呼 時呼(유아 청소년기 시호 시호)
유 청소년기엔 하 좋은 시절이었기에 마냥 기뻐만 했나니
* 時呼 時呼:아주 좋은 때였음을 기뻐함.
患得患失 總力 換腐 作新(환득환실 총력 환부 작신)
이래저래 근심걱정 끊일 날 없어 쇄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봤지만
* 患:근심 환. 換:바꿀 환. 腐:썩을 부.
越八秩 霜滿顚 徒然 靑雲(월팔질 상만전 도연 청운)
팔십 넘어 정수리에 서릿발 가득하니 청운의 꿈은 허사가 되어가는데
* 越:넘을 월. 八秩:80세. 顚:이마 전. 徒然:헛되다.
花間 蝶舞 無知生 焉知死(화간 접무 무지생 언지사)
꽃 사이를 훨훨 나는 나비는 삶을 모르는데 죽음인들 어찌 알겠는가?
* 蝶:나비 접. 舞:춤출 무(蝶舞:나비 춤). 焉:어찌 언.
[解]
빈 도화지 위에 삶[生]이라는 한 폭의 水彩畵를 그려본다. 외딴집 초가 지붕위엔 버선 같은 낮달[晝半月]이 떠있고, 낮은 야산 뫼[宅兆] 옆엔 할미꽃[白頭翁]만 외로이 피어있다네.
산골짜기를 향해 된 소리 지르면 메아리[산울림]는 아린 추억으로 되돌아오고, 붉은 석양놀[夕霞]이 내려앉은 시골집 굴뚝[煙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노라면, 아스라이 멀어졌던 지난 일들이 한꺼번에 가슴[胸]을 밀치고 들어오는구나. 유幼 청소년기엔 좋은 시절이었음을 마냥 즐겼으나 이래저래 근심걱정 끊일 날 없음을 쇄신하고자 총력을 다 했지만, 팔십 넘어 정수리에 서릿발 가득하니 淸雲의 꿈은 虛事가 되 가나니, 나비[蝶]는 아름다운 꽃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지만 그들은 삶[生]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死]인들 알겠는가?
[註]
위 〈韓漢詩〉는 十言 十句[行]로 構成했고, 盛唐 이전의 古體 詩(自由시, 自律시) 모양새를 갖추었다. 詩의 文法과 律呂를 考慮하여 나름 詩格을 形成했음이다.
漢詩에 內在한 平-仄과 押韻등의 難解함을 忌避하고, 있는 그대로 自然스러운 漢字와 故事成語나 四字成語등도 자유롭게 활용한 〈韓漢詩〉로 詩作했음이다.
韓漢詩 順道특집 - 즐거움과 행복은 스스로 구하는 것 |
自求幸樂(자구행락)
故山岬農幕 忘塵 欲鄕棲(고산갑농막 망진 욕향서)
고향 산기슭에 농막지어 낙향해 속진 세상 잊고 깃들고 싶다네
非昨今夢 唯劃 恒心着想(비작금몽 유획 항심착상)
어제오늘의 꿈이 아니고 항상 맘속에 품었던 유일한 계획이라
因春 採艾芹 因秋 獲栗柹(인춘 채애근 인추 획률시)
봄엔 쑥 미나리를 캐고 가을엔 밤 감을 따면서 살아가리니
都遠 無騷音奢 親宇星燦(도원 무소음사 친우성찬)
도시와 멀어 소음사치 없으니 우주 가까워 별빛 찬란하리니
時變花草 曆定 候鳥管絃(시변화초 역정 후조관현)
철따라 피는 풀꽃은 달력이고 철새는 연주하는 관현악이로다
逍遙淸溪 散懷 夜讀叢書(소요청계 산회 야독총서)
계천가 거닐며 회포를 해소하고 밤엔 여러가지 책을 읽는다네
空林 過耳松風 水涯垂竿(공림 과이송풍 수애수간)
빈 숲속에선 솔바람에 귀 기울이고 냇가에 앉아 낚시 드리우니
低籬廬 昇蔓墻 庭畸播蔬(저리려 승만장 정기파소)
농막 낮은 울타리엔 넝쿨 올리며 뙈기밭엔 푸성귀 가꾸고
播收汗濡衫 卽向 岩澗水(파수한유삼 즉향 암간수)
씨 뿌리고 수확하다 땀에 젖으면 바위틈 샘물로 달려가리니
空林 誘被勞 看杳然蒼空(공림 유피로 간묘연창공)
숲속 빈터에서 피로를 달래며 아득히 먼 창공을 바라보노라면
綠水靑山 痕迹 白雲消暫(녹수청산 흔적 백운소잠)
고운 강산은 옛 자취를 간직하고 흰 구름은 잠시 머무를 뿐
古友來訪 與酒 細論情談(고우래방 여주 세론정담)
옛친구 찾아오면 술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담도 나눠보면서
懷古 過同事 觴盞作大哄(회고 과동사 상잔작대홍)
지난 일을 함께 회상하고 술잔 나누며 소리 내 웃어본다네
打器破寂寞 揮筆成拙句(타기파적막 휘필성졸구)
악기도 퉁기고 적막을 깨드리며 지은 졸구도 펼쳐보면서
回顧 過踪迹 無成而不罪(회고 과종적 무성이부죄)
차분하게 발자취를 돌아보면 이룬 것도 죄지은 것도 없나니
若可自足 此外 羨幾何事(약가자족 차외 선기하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이밖에 무엇을 더 부러워 하겠는가
衆論 生也若思 自求樂幸(중론 생야약사 자구락행)
사람들은 삶은 괴로운 것이라고 들 하지만,
즐거움과 행복은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고 사료되는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