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선교, 다음 세대 한국교회의 미래
4월 27일은 총회 군선교주일이다. 군선교주일이 되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주 잊고 있던 생각이 든다. 공식적으로 국교(國敎)가 없는 대한민국의 군대에 군종목사 제도가 자리잡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이 지구촌 237개 국가중에 비기독교 국가로서 군대(軍隊)내에 군종목사를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만 보아도 이는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의 군선교 사역은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전쟁이라는 최악의 불행가운데 꽃을 피운 것이 바로 군선교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의 5천년 역사에서 가장 참혹했던 비극이었지만 하나님은 이 전쟁을 통해서 군대에서 군선교 사역의 문을 여신 것이다. 이것은 생각할수록 역사의 아이러니요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이다. 1950년 6월 전쟁이 치열하던 때, 미 제33사단 10공병대대에 근무하던 무명의 카투사(Katusa) 사병이 당시 이승만 대통령께 한통의 진정서를 올렸는데 그 내용인즉 “성직자가 군에 들어와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가슴에 신앙의 철판으로 무장시키고 기도로 죽음의 두려움을 없게 하여 주옵소서”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1950년 12월 21일 군종제도 창설에 대한 대통령 유지(대비지) 29호가 하달되고, 1951년 2월 7일 육일명 제 31호에 의거 군종제도가 창설되었다. 그리고 군선교 사역은 그 시작이 매우 미약하였지만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놀라운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군 신자화운동’이 바로 그 부흥의 핵이다. 1960-80년대까지 계속된 전군신자화운동, 즉 1인1종교 갖기 운동은 한국교회의 부흥에도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군대에서의 전군신자화 운동과 병렬적으로 한국교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은혜로 말미암아 1천 4개의 군인교회가 군대 안에 세워져 있고, 2백 60여명의 군종목사, 3백 50여명의 군선교교역자들이 6만여 기독간부회(MCF) 회원들과 동역하며 전체 장병의 45%인 30만 기독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병영에서 국가 공인 엘리트 청년들이 15만여 명이 복음을 접하고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이 놀라운 일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러나 군선교의 현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타종파의 적극적인 선교 및 포교 활동과 계속되는 이단 세력들의 활동, 군 구조 개편과 무형전력의 경시현상, 병역대체복무제 추진 논의 등으로 인해 군선교현장은 영적전쟁이라고 할 만큼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군선교환경이 한국교회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더구나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현 상황에서는 군선교는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는 한국교회의 대안이다. 1985년 이래 계속된 조사에 따르면 한국기독교의 증가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하락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대별 종교인구의 변화추이를 보면, 20-30대에 기독교 신자비율은 50대 이상 세대와는 두드러지게 차이를 보인다. 20-30대에서 현저하게 저조하다. 청년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ㆍ상황적 변화와는 무관하게, 현재 군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군선교 현장에서는 일시에 최대 9천여명에게 세례를 베푸는 사도행전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볼 때 이것은 분명 하나님께서 군대를 사용하고 계시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입대하기 전 반기독교적인 정서에 아무런 저항없는 노출되어 있던 20대의 청년들이 군에 와서 복음을 접하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매년 20만명이 들어오고 나오는 60만 국군장병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시키는 일은 우리 민족을 복음화하는 지름길이기에, 모든 교회와 교파를 초월하여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매우 중요한 선교현장이며, 우리나라 현 상황으로는 군선교 현장만큼 중요한 곳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교단은 그동안 군선교에 있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로 군선교를 위해 가장 모범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해왔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교단 총회록에 군을 위한 목회사역과 연관된 언급은 이미 대한예수교총회 제 36회 회의록에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사실상 한국 군내에 공식적으로 군종제도 창설되기 이전부터 우리 교단은 군선교를 하고 있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명실상부하게 군선교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여러 가지 상황으로 군선교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군선교사역자들을 직접하는 지원하는 후원이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 복음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군종목사와 군선교교역자들이 선교현장에서 피로를 느끼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함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총회 군선교후원회를 통한 군선교후원이 지금 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8,417개 지역교회와 성도들의 적극적인 모금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군선교의 최전방에서 사역하는 군종목사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열약한 선교여건에도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군선교교역자들이 군선교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노회 차원에서 생활비 지원체계를 현실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노회차원에서 자립대상교회 수준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 분명 어렵다. 그러나 군선교는 다음세대와 한국교회의 미래임을 분명히 기억하고 좀 더 분발했으면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군농어촌선교부장 이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