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생
- The Great Outbreak -
◎ 방송 : 2007년 9월 16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이재오
대발생 [명사]
『어떤 생물, 특히 동물의 개체수가 보통에 비하여 갑자기 대폭적으로 증가하는 현상. 이상발생이라고도 한다. 』
■ 기획의도
올 여름 개봉했던 미국 공포영화 <리핑(The Reaping)>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파리 떼와 메뚜기 떼 등 성서 속 10개 재앙들을 실감나는 CG와 특수효과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재앙은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논밭을 습격하는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 떼,
하늘을 뒤덮은 곤충들이 만들어낸 검은 구름- 특수 효과로 연출된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발생’의 현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전 세계로부터의 경고음, ‘대발생’!
‘대발생’은 지구 재앙의 전주곡인가? 메뚜기와 해파리, 들쥐의 거대한 무리들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제작진은 서아프리카와 중동을 초토화시킨 사막 메뚜기 떼들을 예멘 현지에서 취재하며
인류에게 다가오는 위기의 징후, 그 비밀에 접근해 보았다.
■ 방송내용
◆ 지구 곳곳에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
지난 7월, 중국 후난성 둥팅호 주변에는 20억 마리 쥐떼가 22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 지중해에 위치한 스페인의 여름 휴양지에서는
6백만 마리의 해파리 떼가 피서객들을 독침으로 쏘아대 7만 여명의 피해자가 속출했고,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매미 떼의 피습으로 경악에 휩싸였다.
백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했던 재앙이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
대발생’, 그들은 왜,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 사막 메뚜기의 폭주
또 황충(메뚜기)이 연기 가운데로부터 땅 위에 나오매
저희가 땅에 있는 전갈의 권세와 같은 권세를 받았더라.
-요한계시록 9장 3절
성경에도 여러 번 언급된 메뚜기 떼의 재앙- 사막의 바람을 타고 몰려드는 황색 곤충들의 습격은
이집트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모세와 유대민의 탈출을 가능케 했다.
지난 2004년, 이집트는 다시금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천문학적 피해를 입게 됐다.
이미 서아프리카 지역을 폐허로 만들고,
그로부터 이동해 온 사막 메뚜기 떼는 이집트·알제리·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까지 휩쓸었다.
한 무리가 1,000억 마리까지도 되는 사막 메뚜기들은, 하루 자기 몸무게 분량의 2g작물을 먹어치우는 식욕을 지녔으며
1t의 메뚜기 떼가 하루에 사람 2500명분 식량을 먹어치우는 최악의 포식충이다.
때문에 아프리카 인구감소의 제1원인은 기근, 두 번째가 메뚜기 떼에 의한 곡식 손실로 알려져 있다.
기후조건이 맞으면 개체수가 급증해 계절풍을 타고 바다도 건넌다는 사막 메뚜기
- 현재 그들의 습격을 받은 국가는 거의 60개국에 육박하며 피해는 아시아로 점차 번지고 있다.
현 피해지역 예멘에서 취재진은 메뚜기 떼의 발생,
형성부터 이동까지 추적하며 재앙의 전과정을 일지로 기록하였다.
◆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삼국사기에는 과거 우리나라도 메뚜기의 피해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 시대에 가뭄과 함께 발생한 메뚜기 떼 때문에 백성이 굶주려 구휼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2007년 현재, 그야말로 전 지구적인 신드롬인 ‘대발생’의 재앙에서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발생한 충북 영동의 갈색 여치, 시화호 인근에서 발생한 흑다리긴노린재,
2002년 이후 진해에서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깔따구 떼와 물가파리 떼 등 해충들뿐만 아니라,
수온이 상승한 바다에는 아열대성 어종인 독성 해파리들이 등장해 피서객들을 공격했다.
대부분의 ‘대발생’은 중국 등으로부터 비래(飛來)하는 것으로,
아직까진 그 피해가 작지만 현재 중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이동성 메뚜기들이 한반도로 날아올 경우 그 피해는 짐작하기 어렵다.
◆ 대발생, 자연으로부터의 경고
‘대발생’에는 이유도, 계기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발생’에는 고유의 메시지가 있다.
하루살이의 ‘대발생’은 한강물이 맑아졌단 증거이며
중국에서 비래(飛來)한 멸강나방은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지구 온난화는 해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산림의 황폐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다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이어져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결국 ‘대발생’은 인간의 무지와 오만에 대한 자연의 충고인 셈이다.
생태 파괴와 지구 온난화라는 근본적 계기는 고려하지 못한 채
당국자들은 허겁지겁 방역 작업을 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끌 뿐이다.
지금, 자연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지나칠 것인가?
아니면 지구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