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집 텃밭, 봄에 심은 겨자채는 너무 웃자라 뽑아내고 다시 청 겨자채를 심었다.
소운의 일요 放談(쓴맛 예찬)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너희가 쓴맛을 알아?
사람의 입맛은 생존을 위해 발달해 왔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다.
원시 시대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활동이 생활 전부였을 것이다.
지금도 못사는 후진국 사람의 엥겔 지수는 상당히 높아서, 하루 전부를 음식을 얻기 위한
노동에 시달린다는 현실을 보면 일류의 생존은 먹거리와의 투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맛을 느끼고 아는 것은 뇌에서의 판단이지 혀가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 먹어서 될 음식과 안 될 음식의 구별은 물론, 영양 분석까지 훤히 꿰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위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새로운 먹거리의 식용 가능 여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뇌에 입력된 지식이 탄수화물이 안전하고 얻기 쉬운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뇌는 재빨리 탄수화물을 인간이 행복을 느낀다는 단맛으로 기억하게 만들어서 단맛이 나는 음식은
대부분 먹어도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인식시켜 인간의 생존을 돕도록 진화했다는 생각이다.
아시다시피, 탄수화물은 흡수가 빨라 에너지원으로 쓰기도 쉽고, 몸 안에 저장도 쉽게 한다.
먹을 게 귀하던 시대에는 아주 유용한 것이 탄수화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탄수화물의 장점이
인간에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먹어도 천천히 에너지로 분해되는 식품이 선호되고
몸 안에 저장하지 않는 음식을 찾게 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단맛이 구박받는 세상이 되었다.
단맛에 대칭되는 맛이 쓴맛이다.
쓴맛을 가진 에너지원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고, 쓴맛을 대부분 사람은 위험하게 생각한다.
뇌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인간이 싫어하는 쓴맛을 느끼게 해 피하게 만든 것 같다.
쓴맛 나는 음식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함으로써 쓸데없는 위험에서 인간을 지키도록 인간은 진화해
왔다.
맛에 정의는 뇌에서의 판단이지 혀에서의 판단이 아니라고 했듯,
지금까지는 단맛이 인간에게 유용했고 선이라면, 앞으로는 비만이라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단맛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맛 전쟁은 쓴맛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몽에서 느끼는 쓴맛
같은 것은 개발하려고 식품업계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하며, 쓴맛이 환영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성장하는 어린이같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아이들은 쓴맛에 아주 진저리를
치지만, 에너지 섭취를 줄여야 할 노인들은 쓴맛을 좋아하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아 왔다.
예전에 군에 있을 때 야영 훈련을 나가면, 나이든 부사관들은 입맛을 잃어 힘들어했다.
이럴 때 그들은 씀바귀를 따다가 된장을 넣고 밥을 비벼 맛있게 먹으며 입맛을 찾았다고 하곤 했다.
무슨 맛일까? 한 입 얻어 맛보고는 쓴맛이 가시지 않아 한동안 애먹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았다.
* 케일은 벌레가 너무 좋아해 정작 소운이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상추꽃이 이쁘게 피었다.
* 안 매운 고추를 일부러 심었는데, 햇빛과 물 만 먹고 자란 탓인지 무척 맵다.
* 색이 연한 깻잎은 올해 심은 것이고 밑이 빨간 것은 저절로 난 것이다. 채소 모두가 쓴맛이 장난 아니다.
나이가 들면 유달리 여름철에 입맛이 없게 마련이다. 예전 군에서의 부사관들이 생각났다.
그래, 쓴맛이야! 가뭄에 독오른 텃밭의 채소가 쓴맛이 대단하다는 걸 떠 올렸다.
옛날 나이 든 부사관처럼 벌레 먹은 채소를 이것저것 따서 고추장에 참기름도 한 방울 떨어뜨려
양푼에다 비볐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 했다. 한 입 떠 넣으니, 아! 개운한 쓴맛,
세월이 쓴맛의 개운함을 깨우치게 하니 소운도 세상을 많이 살긴 했나 보다.
뱃살과의 전쟁,
* 이 사진은 작년까지 유지 했던 배 근육이었다.
평상시 배 나온 사람을 보면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지 하는 다짐을 해 왔고,
그런 탓인지 배가 조금만 나와도 앉아 있기가 거북한 것 같은 강박 관념이 있었다.
사실 음식을 많이 먹지 않으면 살이 찔 이유가 없다. 물 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고,
소비하는 열량 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높으면 당연히 살이 찌게 되어있다.
에너지를 저장해 혹시 모를 기아에 대비하려는 비상수단이 뱃살인데, 기아가 올 일이 없으니
쓸데없이 창고만 채워 둔 꼴이라 구박받는 뱃살은 사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사람의 생활 방식은 거의 고정되어 있게 마련이다.
하루에 먹는 음식의 양, 활동하는 정도, 이런 게 고정되어 있기에 몸무게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런 고정의 틀에서 벗어나면, 우선 뱃살이 먼저 변화를 보이게 된다.
에너지 소모가 크면 뱃살이 빠지고, 에너지 소모가 줄면 뱃살이 불어난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사람은 게을러도 인체는 상당히 부지런하다.
이가 상해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되고 당분간 운동은 하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여행을 다녀오느라 운동을 하지 못하다 보니, 단 몇 주간의 사이에 놀랍게도
뱃살이 존재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배가 거북하다는 느낌은 물론이고,
옷을 입으면 뱃살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찌는 건 쉬운데 빼는 게 어렵다는 사실이다.
* 여행 다니느라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고, 운동을 빼먹었더니 어느 날 깜짝 놀랐다. 삐져 나오는 뱃살,
여기에 더해 같이 생활하는 막내와 생활 방식이 다른 점도 뱃살 빼기를 어렵게 했다.
소운은 아침을 잘 먹는 대신 저녁은 대충 시늉만 하는 아침형 생활 방식인 데 비해,
막내는 아침은 거른 체, 저녁을 제대로 챙겨 먹는 편이라 알게 모르게 저녁에 뭔가를 먹게 되는
경우가 늘어 뱃살을 빼기는커녕 더 찌지 않게 관리 하는 것만도 비상이 걸렸다.
비행기도 너무 낮게 내려오면 양력을 잃어 다시 비상하지 못하듯, 뱃살도 어느 정도가 넘으면
빼기가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뇌에서 나온 뱃살이 정상이라고 기억하지 전에 빼지 못하면
나온 배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소운은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쓴 채소를 많이 먹기로 했다.
가능하면 탄수화물을 멀리하기로 했고, 잘 될지 모르겠다. 끈기나 집념이 없는 자신을 잘 알기에
어쩌면 뱃살을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운의 이런 안달을 주변에서는 핀잔이다.
"무슨 그 정도로, 나이가 들면 배도 어느 정도 나와야지 마르면 없어 보여요"
어쨌든 단맛을 적으로 삼고, 쓴맛을 우군으로 삼아, 뱃살과의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더운 여름에 뱃살까지 빼려니 올여름은 더 덥게 생겼다.
* 독하게 마음 먹고 몇 주 노력 했더니 4개의 복근은 모양을 드러내고, 아랫배는 아직 지방이,
녀석, 엄살은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자극이 없으면 뱃살은 빼지 못합니다.
자극받으시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시라고 올린 글입니다. 뱃살 빼시고 수영장에서
몸매도 자랑하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소운은 국가 공인 1급 생활체육 지도자이긴 하지만, 학문적 眞僞보다는 放談 으로 편히 읽어 주시면 합니다.)
첫댓글 저는 작은구름님의 王 자는 별 관심이 없구요.ㅎㅎ
입맛없는 이 여름에 주렁주렁 달린 풋고추를 몇개따서
쌈장에다가 코옥 찍어먹음 꿀맛일 것 같아요
경험상 장마가 끝나면 탄저병이 오더라구요
^
그러기 전에 고추 장아찌 담는 법을
배워 해봐야 겠습니다. ㅎㅎ
잘보고 갑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마철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먹는것도 즐거움인데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잘 먹고
많이 움직이면 배 나올일이 없을것 같습니다
무공해 채소들이 맛있게 보이네요~~
사실 님의 말씀이 정답입니다.
헌데 게을러서 많이 움직이기가 쉽지않더군요,
무더운 장마,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필력에 체력, 몸매관리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뇌는 뱃살이 정상이라고 여겨서인지
그렇게 열심히 걷고 운동하는데도 별 효과가 없군요.
이제 쓴 맛 나는 채소를 찾아봐야겠습니다. ㅎㅎ
나이가 들면서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좋게 봐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은 학설이 또 바뀌더군요, 약간 뚱뚱한 분이 더 건강하답니다.
열심히 걷는것 보다 좋은 운동이 없다고 합니다.
많이 걷는다시니, 건강은 열려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좋은 날 되시고 행복하세요,
쓴맛이라? 봄에 우리밭에는 씀바귀가 지천인데 캐 먹을 시간이 별로 없어 아쉽습니다.
씀바귀가 아주 몸에 좋다고 합니다.
아깝네요, 시간 나는대로 따 드시기 바랍니다.
신맛,단맛,상큼하고 아삭한 맛은 좋아해도로 선호하질 않습니다.
아직 쓴맛과 매운 맛은
그래서 씁쓸한 채소는 제일 나중에 먹으려고
한쪽으로 밀어두었다가 결국 먹지 않고
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작가님의 [왕]자가 새겨진 몸을 보니 부럽습니다.
제 경우 고교시절 배에 [왕]자가 새겨진 이후
재수 시부터 지금 껏 뱃살 풍만한 아저씨가
되었답니다. 늘 건강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관리가 어렵다는 생각에서 자신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쓴 글입니다. 아랫배에 지방이 차기 시작하니 걱정입니다.
저도 근래에 들어 쓴 맛을 찾게 되더군요,
뭘 먹어도 식욕이 없을 때, 오히려 쓴 맛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원래 체형이 좋지 않아 살이 찌면 봐주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적당히 찌면 멋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리피터 님이 그러실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