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츠 군치를 보러 가다
김 혜 식
축제를 공부한답시고 축제현장에 가면 즐기기보다 분석하려는 것이 병이라면 병이겠다. 그 병을 부추겨 무령왕 네트워크 협의회에서는 가라츠 군치로 등을 떠밀었다, 2011년 11월 2일 오전 4시 30분, 무령왕 네트워크에서 지원한 회원 5명은 2박 3일 일정으로 가라츠 군치(唐津くんち)와 사가현의 국제 벌룬 페스티벌(SAGA International Balloon Festa) 두 곳의 축제를 다녀왔다. 남의 나라 축제에서 우리는 백제 문화제를 보았다. 누군가는 백제 문화제의 방향이 보인다고도 했다. 다행이다.
1. 가라츠 군치의 소개
가라츠는 일본 큐슈 지역의 사가현 가라츠시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서 13만의 인구의 공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이다. 가라츠의 가카라시마섬에서 무령왕이 태어났으며 무령왕 발굴 30주년 기념 행사를 계기로 10년째 공주 무령왕 네트워크 협의회와 가라츠 무령왕 실행위원회와 활발하게 민간 교류 하고 있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라츠 군치는 시에서 250만엔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라츠 신사(唐津神社)에서 주관하는 관 지원, 민간주도형 축제로 관과 민이 죽이 잘 맞는 축제이다. 가라츠 군치는 가라츠 쿤치로도 불리며 매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열린다. 하카다 군치와 나가사키 군치와 함께 일본의 3대 군치로서 가라츠군치唐津くんち 의 くんち(군치)란 말은 우리말의 큰 잔치라는 말에서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중양절에서 전래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가라츠 신사에 바치는 봉물인 '히키야마(曳山)를 운반해 가는 장면을 재현하는 축제를 말하며 제(祭)의 형식이 더 강한 마츠리(祭り로 보면 그 맛이 다르다.
처음엔 15개의 히키야마를 만들어 가라츠 신사에 봉헌하였다는데, 그 중 한개는 불타 없어지고 현재 남은14개의 봉물을 가지고 매년 가장행렬을 한다.
각 마을 주민들이 신사에 봉납하기 위해 만들어 끄는 만든 봉물의 히키야마는 사자와 용, 거북이와 투구 등과 같은 옛날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친숙함이 있는 동물을 모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종교의 특유의 정령을 모시는 전통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되어진다.
마을 별로 같은 문양의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가장물에 올라타고 북과 징, 피리 등으로 연주를 하거나 끌거나 하는데 가마에는 동네 어린이들이 타고 어른은 길잡이로 마쯔리에 동참한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가장 행렬에는 모든 시민이 행렬에 참여 하여 함께 즐긴다. 온 도시가 다 축제로 들썩인다.
주민 130만이 모두 축제에 참여한다고 보면 되겠다. 신사 앞 많은 음식 부스는 모두 외지에서 신청지원 받는다.
군치는 1958년에 사가현 중요유형민속문화재로, 1980년에는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가라쓰 신사 옆에 위치하고 있는 히키야먀 전시장에는 평소에 히키야마를 전시해놓고 어른은 300엔 어린이는 150엔의 입장료를 받으며 입장수입으로 하키야미를 1년에 하나씩 보수하거나 마츠리때 홍보물 제작등 축제 비용으로 쓰인다. 가마가 14개이니까 14년에 한 번씩 차례로 보수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가장물들은 먼저 점토로 본을 뜬 다음 그 위에 일본 종이로 200번 덧붙여 옻칠을 해서 만들고, 이 칠을 하는 비용만으로도 2000만엔 이상 들어가는데 정부와 현, 시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이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칠기 세공기법으로 제작된 거대한 히키야마(曳山)가 이지역의 명물인 동시에 관광 상품인 것이다. 어린이들부터 마을 어른이 모두 참여하여 엔야, 엔야를 외치며 하나가 되어 차례로 행진한다.
히키야마는 1819년에 시작되어 1876년까지 57년간에 14대가 더 만들어졌고, 이 가장물의 1대 제작비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5000만 엔 우리 돈으로 10억여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가라쓰의 큰 재산이다. 이것을 바퀴가 달린 나무 수레에 얹어 각자 마을의 좁은 골목까지 도는데 젊은이들이 코너를 도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끼는 스릴을 만끽한다.
이런 마츠리의 군치는 3일 동안 약 70만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고 하지만 전통을 지키며 지역주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로서 이 기간 만큼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대한 의미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확고한 소속감이나 유대감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실제로 구정이나 추석같은 명절보다 이 축제 기간에는 집으로 돌아와 군치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1월 초만 되면 전국 각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손들도 돌아와 마을의 명예를 걸고 참가하는 일을 개인의 영광이나 자부심으로 여길 만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잘된 축제 하나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부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2. 제사보다 젯밥에 홀렸던 잔치 마당
11월 2일 전야제 때 히키야마 전시장을 나온 봉물은 마을 앞으로 가서 준비하고 있다가 퍼레이드를 한 차례 돌고 본 행사로 들어가는 그 다음날 오전에 다시 한 번 시내 퍼레이드를 한다. 그리고 각 마을의 유지들이 준비한 음식상을 받는데 음식상차림이 장관이다. 이 전통은 옛날 각 마을의 사무라이들이 단 하루 사무라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있었다는데 이날 사무라이들은 가장행렬을 마친 마을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벌여 준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여 진다.
일본의 관습상 거나하게 음식을 먹거나 다른 사람의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로써 관광객이 경험하기에는 거의 없는 일로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우리 일행은 5집의 초대에 참가해 직접 일본 가정의 구석구석을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상차림에 한 마리에 30만 엔이나 하는 ‘아라’라는 생선을 먹어보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침까지 합하여 6끼를 먹은 셈으로 먹는 것이 지치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잔치를 마친 다음날 한차례 더 그러니까 모두 세 차례의 퍼레이드를 끝으로 히키야마는 전시장으로 돌아가고 다음해를 기약한다.
3.사가 인터네셔널 벌룬 페스타 소개
2011년 11월 2일부터 6일까지 벌이는 사가 국제 벌룬 페스티벌은 올해 15개국에서 102개의 벌룬이 참가하였다. 작년 관객 동원 수는 약 92만 명이었다고 할 만큼 사가현의 큰 축제로 올해 부여군에서 대거 벤치마킹을 떠났다고 하여 우리일행도 차를 일부러 렌탈하여 일정에 넣어 떠났다.
가라츠시내 와는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하천 옆 둔치의 넓이가 금강둔치 정도의 넓이로서 벌룬 페스티벌을 하기 좋은 최적을 장소였다.
1980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최대급 규모의 열기구 대회로 국제 대회인 벌룬 페스타는 사가 벌룬 축제 조직위원회(S.I.B.F.O.)에서 주관하고 프로그램으로는 「제26회 퍼시픽·컵」「제27회 열기구 일본 선수권」「2010열기구 혼다 그랑프리 제4전」「2010 SAGA 벌룬 마스타 컵」등의 경기가 함께 실시되었다. 올해의 슬로건은「위를 향하자(上を向こう)」로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지역에 대한 부흥지원도 진행되었다. 하루에 2회 실시하는 경기 사이에는 하천부지의 회장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었으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와 동물의 열기구가 늘어서 있는 벌룬 환타지아와 열기구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키즈데이 등 어린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며 실제로 어린이 단체가 줄을 이었다. 혼다나 훼미리 마트와 같은 협찬사 10여개기업이 후원하여 축제가 풍성하였다.
5. 마쯔리와 축제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공주지역의 백제 문화제의 방향
그러니까 가라츠 군치는 400년의 전통을 가진 전형적인 마쯔리의 원형이라면 사가현에서 보았던 벌룬 페스티벌은 32년의 역사를 지닌 외국에서 시작한 페스티벌의 모형이다. 일본은 마쯔리와 페스티벌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그럼에 비해 공주의 백제 문화제는 제의형태로 시작한 축제이지만 페스티벌을 본뜬 주체성이 모호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여지역의 사가 벌룬페스타의 단체 벤치마킹의 의도가 의문이긴 하다. 모쪼록 백제문화제에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본떠 짜깁기식으로 프로그램을 끼워 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며 공주이든 부여이든 훌륭한 벤치마킹을 통해 백제 문화제의 정체성을 깨닫고 백제문화제로서의 주체성을 가진 역사 재현형 축제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공주는 각 마을 단위의 퍼레이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의당의 집터 다지기나 신풍 지게 놀이 등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마을의 퍼레이드에서 각 지역의 상징이나 특징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머잖아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 공주 무령왕 네트워크협의회와 교류 하고 있는 가라츠 무령왕 실행위원회의 회원 분들의 안내와 백제문화제 홍보대사 유카양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오하라 히로미츠 사장님을 비롯한 다섯 어른의 초대와 반갑게 맞아주신 사가현 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축제가 화려하군요..
중국의 중양절.... 외국의 추수감사절 과 같죠...
백제문화제때 공주에 오셔서 엔야, 엔야를 외치며 행진했던 기억이 나네요.
긴 글 감사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 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