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Oriental persimmon, 柿樹)
두메산골에서 자랄 때 더운 여름 감나무 그늘에 멍석을 펴고
숙제를 하기도 하고 매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낮잠을 잤던
좋은 기억이 생생하다.
가을이 되면 푸른 하늘에 어울리는 붉은 감을 쳐다 보면 저절로
시심(詩心)이 우러나왔다. 고향을 떠나와 성장했어도 그러한 정서가
남아서인지 빈터만 있으면 감나무를 심고 싶었다.
도시 변두리에 마당이 조금 있던 집을 짓게 되어 그 꿈을 이루었다.
마당 구석에 떫은 감과 단감을 심어 가꾸어 그늘도 만들고
가을과 겨울에는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솔솔하였다.
아파트 단지에 밀려 제법 자랐던 감나무들도 건설기계에
뭉게 지고 말았다. 마침 가까운 개발제한구역에 작은 채소밭을
일구면서 고욤나무를 먼저 심고 1년 지난 후 접목하여 여러 종류의
감나무를 키워보고 있다.
봄에 뾰쭉한 새싹이 나오는 모양과 5월 무렵에 바람에 날리는
감잎의 연초록 빛갈이 너무 좋았다. 초록 잎겨드랑 사이로 노란
감꽃이 피면 온갖 곤충이 꿀을 구하러 모여드는 모습도 생동적이다.
무더운 여름에 자란 열매가 가을에 접어들면 붉은 색을 띠면서
단감과 홍시를 내밀어 준다.
감나무는 감나무과 큰키나무, 낙엽활엽수이다. 평균 크기는
4m 정도이나 예외적으로 10m까지 크는 나무도 있다.
나무껍질은 흑회색으로 코르크화되어서 잘게 갈라지고
일년생가지에는 갈색 털이 있다. 잎사귀는 어긋나기하며,
둥글넓적하고 두껍고 톱니가 없이 매끈매끈하며 가을에
주황색으로 단풍이 든다.
당나라 때 단성식이라는 사람은 감나무는 칠절오상(七絶五常)이라는
말로 칭송하여 오랫 동안 전해지고 있다. 칠절(七絶)은 나무가
오래 사니 일수(一壽), 여름에 그늘이 많아 이다음(二多陰),
새가 둥지를 틀지 않아 삼무조소(三無鳥巢), 벌레가 적다고
사무충(四無蟲), 잎이 단풍이 들면 아름답다고 오상엽가완(五霜葉可玩),
열매가 맛이 있어 육가실(六嘉實), 낙엽이 떨어져 거름이 된다고
칠낙엽비대(七落葉肥大)를 나타낸다.
감나무를 오상(五常) 즉 다섯가지 덕목(五德)을 갖춘
나무라고도 칭송했다. 넓은 감잎을 잘 말리면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으니 문(文),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목재는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니 무(武),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으니 효(孝),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모두 붉으니 충(忠), 바람과 눈,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절(節)이라는 얘기이다.
감나무는 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한반도에서는 경기 이남의 인가 부근에서 과수용으로 많이 식재하였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모습은 향수를 느끼게 하고
배기가스에 강하여 전통 조경 양식에도 어울린다.
감나무는 대부분 감을 생산하기 위해 길러진다.
보통 관상수로 심어놓는 감나무나 감을 따 먹을 목적으로 심은
감나무라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칠절오상이라는 문구와
다르게 병충해가 많고 새가 쉽게 파먹거나 붉은 잎 낙엽병등의
바이러스병, 깍지벌레등과 같은 해충이 많아 잘 자라지 않는다.
꽃은 양성(兩性) 또는 단성(單性)으로 5~6월에 황백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열매는 달걀 모양 또는 한쪽으로 치우친
공 모양이고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중국의 양자강 유역에서는 2세기경에 감을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원종(1284~1351) 때
농상집요라는 문헌에 감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좋은 재래종이 육성되었다. 일본은 8세기경
중국에서 전래되었고, 변이종으로 생겨난 단감을 개량하여
많은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재배되고 있는
단감은 일본으로 부터 들어온 품종이 많다.
감은 단과(丹果)라고 부르기도 하며 맛이 매우 달고 가공,
저장이 쉬워 말려 먹거나 다른 음식에 넣어 먹기도 한다.
단단한 상태에서 먹는 단감과 완전히 익은 홍시, 말려서 먹는
곶감의 형태로 먹는다. 감은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가진 과일로,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감이 떫은 것은 디오스프린이라는 수용성 탄닌 성분(tannin)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이 탈삽(脫澁)되어 단맛이 나는 것은
타닌이 당분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고, 불용성이 되어 떫은맛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탈삽법에는 침시(沈杮)로 하는 방법과
건시(곶감)로 하는 방법이 있다. 오래 전 농촌에서는 말복이
지난 후 떨어지는 감을 쌀뜨물에 담구어 떫은맛을 없애고
간식으로 즐겨 먹었다.
감은 탄수화물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데 주로 포도당과
프루토스를 포함한 당류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달콤한 맛을
내며 에너지를 제공한다. 감은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식이섬유는 소화를 개선하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감에는 베타카로틴의 형태로 비타민 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A는 시력을 지키는 데 필요하며, 피부와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떫은 감을 먹으면 변비로 고생할 수 있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은 향수를
느끼게 하여 전통 조경 양식에 어울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새들이 먹지 못하는 관상용 떫은 감을 가로수로 심기도 한다.
감나무를 야생에서 보기 힘든 서유럽 사람들이 가을에 한국에 와서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나무이기도 하다.
오래된 감나무의 심재(心材)는 아주 단단하여 골프 클럽을 만드는데
쓰인 적이 있었다.
감나무를 키워보고 깨달은 것은 토질, 기후에 따라 변이(變異)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감을 재배되는 한반도 남쪽과 같이 좁은
지역이지만 지방마다 감의 모양이 다르고 생태도 다르다.
경상도 지방만 해도 청도반시, 의성사곡시, 예천고종시, 산청고동시,
상주둥시, 하동월예감, 함안수시 등이 많은 품종이 있는데 과실의
크기와 모양들이 약간씩 다르다. 한 나무에서도 남향과
북향에 있는 가지에 열린 감이 맛이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우리 풍토에 맞은 좋고 병충해에 강한 감 품종을 개발하여 빈터,
낮은 야산에 많이 심고 가꾸어 토종 먹거리를 많이 생산하였으면 좋겠다.
외국에서 많은 수입 과일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감의 경제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첫댓글 박교수님
기계공학박사가
감나무 박사이시기도 하시고, 만물박사이십니다.
저는 상주 감곳이 고향인데 지금까지 떫은 감 (곶감 아니면 홍시, 떫은감 사쿼 먹는것) 밖에 몰랐어요.
감나무에 대해서 많은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의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감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습니다.
취미 삼아 고욤나무를 심어 접목하여 키워보고 있습니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나무 20여 주를 심기만 했지 감에 관해서 무지합니다.
과연 홍집 농원의 쥔장입니다요.ㅎㅎ
깊은 산골이라 추워서 이웃에 감나무 있는 집이 없습니다.
우리 집은 산 계곡 입구라서 마당에 심었더니 220개를 수확했답니다.
물론 우린 농사에 관해서 무지하니까 그냥 야생처럼 던져두고 있는데도.^^
답글에 자랑삼아 감나무 이미지를 올려보겠습니다.ㅎ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20여 주를 심으셨다면 상당히 큰 감밭이겠습니다. 감이 태어난 곳이 약간 따뜻한 곳이라
그런지 추위에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어린 나무를 구입하여 심거나 고욤에 접목한 경우 좀 자랄 때 까지 겨울에는
짚이나 헝겊으로 보온을 하였습니다. 별다르게 손을 대지 않아도 220개를 수확했다면 아주 성공인것 같습니다.
바닷가는 해풍으로 병충해가 적은 모양입니다. 감을 많이 심는 경북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에게 감나무
병충해 방제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올해 10번 정도 방제를 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저는 살균제와
살충제를 섞어 2번 방제를 하였는데 그런대로 열매가 붙어 있습니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해풍 탓인감?
집 옆의 밭 150여평에 각 종 채소를 심었는데 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무지해서 ^^
살짝 매운 풋고추를 좋아해서 매년 50주를 심었었는데 방제하지 않아도 벌레가 없어서 이웃분에게 물었더니 '주변에 농토가 없고 소작이라서'라고 합니다. 암튼 고마운 일입니다.
@김능자 대부분의 병충은 강한 햇빛과 적당한 바람을 싫어하여 해안가 경작지에는 질병이 적은 것 같습니다.
내가 관리하고 있는 호미곶 밭에서는 염분을 머금은 서북풍이 불어 잎이 마르는 경우도 있지만
병충해가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작물이 심겨져 있으면 벌레들이 많이 찾아 오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집안의 세 그루 감나무와 더불어 살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는 전혀 몰랐지요.
특히 기억나는 것이 외갓집 사립문 옆에 있던 巨木의 감나무! 스무접을 땄다니 약 2,500여개?
외조모님의 비법으로 그 이듬해까지 감을 얻어 먹을 수가 있었지요. 동기 중에 청도 각남에서 감밭을 이룬 친구가 있어
가끔 놀러가면 한 바구니씩 싣고 오기도 했는데... 일찍 갔지요. 요즘은 산청에 사는 친구가 가끔 대봉감을 한 상자씩
보내주면 겨울내 홍시로 만들어 먹지요. 그냥 먹기만 했지 한개도 공부를 안 했으니 좀 미안하네요. 알고보니.....
좋은 상식, 감사합니다. 건강하소. 부산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청도 두메에서 자라면서 감나무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됩니다.
청도 농촌에는 집집마다 마당에 감나무가 서 있었읍니다. 그 때는 병이 별로 없어 가을에 익은 감을
따서 먹거나 여유가 있으면 홍시나 삭힌 감을 내다 팔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병충해 로
고생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감의 새싹, 꽃, 풋감, 홍시 등을 보면서 즐기면서 가을과 겨울에는
감을 즐겨 먹는 정도입니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