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마트에서 문자가 왔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대파 가격이다. 한 단에 천원이라니,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 이 참에 대파를 뚝뚝 부질러 넣고 닭 한 마리 푹 고아서 닭개장이나 해 먹어야겠다고 전화로 주문 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대파 만원어치가 산더미같으니, 대파농가의 노고와 시름이 한꺼번에 보여서 눈물겹다. 언젠가 대파를 갈아엎는 뉴스를 본 터라 작은 힘이지만, 많이 소비해 보자는 생각에 덜컥 열 단을 주문한 거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올 겨울 내내 이 대파로 모든 요리가 해결될것 같다. 대파가 해독작용이 있어 감기, 복통, 발열, 두통, 코막힘 등에 효과가 있다. 또한 마늘효소가 있어 세균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데 좋은 작용을 한다.
닭개장 끓이고 나머지는 화분에 심어서 소파 양쪽 스탠드옆에 두면 책 읽을 때 내 기관지를 엄청 보호해 줄것만 같다. 그리고 나머지 화분은 침대 옆 스탠드 옆에 두면 잠자는 동안 내 호흡기를 안정시켜 줄거라는 생각이 든다. 피부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호흡기의 염증 제거와 잔기침에도 좋고 목통증에도 좋다고 한다. 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주 적합한 인테리어다. 가족의 반대쯤이야 나의 설득력에 달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이 대파에 있는 알리신 성분이 '담을 제거하고 한기를 없애며 신경 안정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이 대파가 유익하다는 증거는 기록에 남아 있으니 말해서 무엇하랴.
일단 대파 한 단은 어슷썰기해서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고, 한단은 살짝 데쳐서 닭개장에 넣는다. 나머지를 세 화분에 나누어 심고, 겉 잎은 떼어내서 닭개장에 보탠다.
침대 협탁 위 스탠드 옆)
계란찜 할 때 가위로 하나 둘 잘라 먹어서 위와같은 꼴이 되었다.
(소파 협탁 위 스탠드 옆)
대파를 심고 나니, 일단 생선요리에도 걱정이 없다. 겨울철이라 환기를 오래 시킬수 없는데, 대파의 매운 성분이 비린맛과 노린 맛을 제거하고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제거해 준다. 일반적 생각으로 파 냄새가 많이 날거라는 걱정이 있을텐데, 전혀 냄새 나지 않고 상쾌하다.대파의 효능을 찾아보니, 정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한다. 각종 비타민이 인체 호르몬을 정상적으로분비하게 만들어주어서 성욕을 자극한단다. (이 글을 읽으실 남성분들 군침이 도는 식재료가 아닐까 한다)
대파를 가까이 한 덕분인지, 목 상태가 부실한 필자의 고음이 곧잘 올라가게 되었다. 민간요법으로 기침이 나고 목이 잠기면 대파를 구워서 목에 두르고 자고나면 나았는데, 그 논리가 확실해진 증거다. 독서 공간인 레이지 보이 옆 대파 무리가 내 목에 알리신 성분을 와이파이처럼 쏘아대고 있는 듯한 믿음이 가면서 개운해진다.
다음은 닭개장 끓이는 방법을 써 보겠다.
닭을 소주 약간 넣고 애벌 삶아서 물을 버린다. 닭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다음 정수된 물을 붓고 푹 끓여준다. 고사리와 배춧잎을 삶아서 준비하고, 숙주와 양파도 썰어서 양념을 넣고 함께 버무린다. 이때 대파도 살짝 데쳐서 넣으면 더 부드럽다. (양념은 집간장,고추기름과 마늘, 깨소금, 참기름, 녹말가루)
닭이 푹 고아질때까지 버무린 야채도 숙성시킨다. 푹 고아진 닭을 식혀서 결대로 찢어준다. 야채와 같이 버무려 한번 더 간을 맞춘 뒤 푹 끓여준다.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고 수시로 꺼내 먹으면 금상첨화다.
옆에 사는 언니에게 한 통 보냈더니, 맛있다고 식당해도 되겠다고 부추긴다. 이게 다 가까이 사는 기쁨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대파김치로푹 익으면 맛나고요. 대파짱아찌도 맛나요.
전 비료포대에 심고 물을 주고 겨우내 두었어요. 대파 냄새가 염려스러웠는데 그렇지 않군요. 저는 대파를 얼려놓고 먹으면 물러서 버리는 일은 없더라고요. 참고로 전 어설픈 농부랍니다.
허걱! 댓글을 이제 봐서 죄송합니다. 저는 육개장을 좋아해서 대파사랑이 남다르답니다. 스탠바이하다가 세일하면 왕창 사다가 화분에 세워둔답니다. 가끔 물만 조금 주면 그대로 살아있어서 냉동보다 보관 상태가 더 좋습니다. 밑에 살짝 깔아 둔 흙속으로 뿌리가 파고들어 뿌리가 아주 건강해요.
대파 값이 그렇게나 헐한지는 몰랐습니다. 저 역시 진도에서 대파농사만 전문적으로 짓는 지인생각이 먼저 납니다. 대파의 효능이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고요. 이제야 군침이 돕니다.ㅎ
답글이 늦었습니다. 비대면이 풀리니 각종 만남이 많아져서 밖으로만 나돌다 보니 결례를 했습니다. 일천한 잡글에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ㅜ 늦은 답글은 커녕 '대파의 효능을 아시나요' 글 자체를 이제사 보았다는 무례를...
바람난 수캐처럼 오라는 곳보다 싸돌아 다니는 곳이 많고 잡다한 일이 많아서 이리 되었는가 봅니다.
보각해님과 이숙진선생님과는 전혀 다른분인 줄 알고 있었는가 봅니다^^
물론 이숙진샘도 낮설지만 몇편의 글을 대하면서 거리가 좁혀져 가고는 있어요~
근데요~
기관지도 약하고 옅은 가래도 늘 끼어 있는듯 해도, 대파를 저리 많이 구입하여
조목조목 나누어 보관도 하고 몇몇 화분에 나누어서
침실에 두어도 좋다시는데..
닭계장도 입맛이 절로 다셔지는데...
실행의 길은 머얼리 있는것만 같아, 안타깝고 아쉽고 서운하고 그렇습니다.
나이는 칠학년인데, 못할것만 같아서요~
세세히 읽고 뇌리에 보관만하고 나갑니다, 선생님!
저는 마트에서 대파 세일하면, 차 트렁크 가득 싣고와서 화분에 꽂아둔답니다. 밑에 흙이 조금만 있어도 뿌리가 강하게 파고들어서 파란잎 그대로 있어요. 이젼 심지않고 세워두니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