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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 ③
우리나라 역사가 ‘한국사’여서는 안 된다!(하)
법규와 문교부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 내용에서 ‘한국사’의 주체 등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먼저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5-1의 4, 6쪽 차례의 ‘1. 하나된 겨레’라고 하여 나라, 민족에 이어 새로운 우리 역사의 주체로서 ‘겨레’가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사의 주체를 나라로 보기 위함인지 나라를 강조하다보니 ‘우리나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라는 우스운 말이 나온다. 언제부터 우리나라라고 할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땅이며,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민족이다. 비상교육 판 『한국사』의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라는 말과 비교해보면 왜 불합리한 표현인지 분명히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신라와 고려의 통일에 대해서는 나라가 아닌 ‘민족 문화의 토대 마련’ 나라의 통합이 아닌 ‘민족 통일’ ‘민족 통합’ 등 민족을 강조한 기술이 여러 군데 보인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심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비상교육 판만 분석한다. 상권의 머리말에서 편집 주안점으로 ‘한국사와 세계사의 연관성’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써 한국사란 말을 사용했으나 “끝으로 이 땅의 학생들이 건강한 역사의식을 갖기를”이라고 하여 우리나라나 민족, 겨레가 아닌 지역을 강조한 후 “한반도와 세계 여러 지역의 선사시대 생활”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 한반도의 신석기 시대, 만주와 한반도 지역,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 한반도 전역” “한반도 지역에서는 한국식 동검인 세형동검이” 등 한국사의 지역 범위를 주로 한반도로 보는 기술이 많다. 그러면서도 “고조선 시기 우리 민족은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청동기 문화 형성” “우리나라 청동기 유물” 등으로 유물의 주체도 민족과 나라로 다르게 기술했고, 조선 후기 문화의 변화 항에서는 ‘국학과 과학 기술의 발달’ ‘국학의 발달’이라 하여 문화의 주체를 나라로 보는 등의 기술을 통해 역사의 주체를 지역, 민족, 나라 등으로 기준 없이 기술하고 있다.
하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의 국권 침탈’ ‘국권 수호 운동’ ‘국학 운동’ 등의 용어와 함께 ‘민족 운동’ ‘민족 신문’ ‘민족문화 수호 운동’ ‘민족의 독립 운동’ ‘반민족 행위’ 등의 용어를 사용, 당시 역사의 주체를 나라와 민족으로 병용하면서 그 기준이나 차이는 불명확하다. 교육부의 지침이 불분명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한국사』(최고 심의 점수를 받은 비상교육 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라고 하여 지역과 나라의 구분을 하지 못했으나,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라 하여 나라를 세운 주체가 민족이라고 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면서 신라와 고려의 통일은 ‘민족 통일’이라 하였으나 근대사에서 ‘일본에 맞서 국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을 중립지대로’ 등 지속적으로 ‘한국’ ‘한국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조선인’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시켰다’ ‘조선 총독에게’ 등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로 한국과 대한제국, 조선이란 용어를 병용하고 있다. 또한 근대 문물의 유입 항에서는 ‘국어와 국사 연구’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사 연구 및 교육이 시급하였다’ ‘민족주의 역사학’ 등 국사와 한국사의 의미가 같이 사용되고 있는 등 역사의 주체에 대한 인식 혼란을 엿볼 수 있다.

이상의 교과서 내용의 문제점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사’는 비주체적인 용어다. 우리나라 역사를 ‘미국사’ ‘일본사’와 같이 다른 나라의 역사처럼 보는 시각인데, 우리 겨레는 ‘우리 집’이라고 할망정 서구인들처럼 ‘내 집’ 자신의 이름을 붙여 ‘〇〇〇의 집’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 6.25 전쟁을 ‘한국전쟁’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넌센스다.
둘째, ‘한국사’에서 ‘한국’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나라가 불분명하다. 원시시대부터 고조선, 신라, 고구려, 고려, 조선 등 모두가 ‘한국’이라는 말에 포함시키는 데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한국’은 현재의 대한민국에 국한되는 느낌이 강하다. 민족의 뿌리부터 전체 역사를 일컫는다고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셋째, 앞에서 보았듯이 역사 전개의 주체가 나라인지 민족인지 불분명하다. ‘한국사’라고 하면 나라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시각인데 실제로는 민족(또는 겨레)을 역사의 주체로 기술한 부분이 많다.
넷째,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거나 통일된 기술이 못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한국사’라고 한 법률 속에서 이를 연구하는 단체의 이름은 ‘국사’편찬위원회라고 하고, 여기서 국사편찬계획을 비롯한 한국사와 국사, 역사 관련 업무를 취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 국사, 우리 역사, 한국역사는 다른 의미가 된다. 이런 내부적 혼란은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소수의 의견을 따라 졸속으로 법이 만들어졌고, 교육부의 지침을 만든 공무원이나 관련 학자들도 그 용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실제 교과서에서 나라, 민족, 겨레 심지어 한반도라는 지역을 ‘한국사’의 주체로 기술하고 있게 되는 등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만약 보다 신중하게 검토되고 그게 옳았다면 당연히 ‘국어’교과서도 ‘한국어’교고서로 고쳐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분명하다.
먼저 ‘한국사’라는 교과서의 제목은 바꾸어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나 우리 겨레의 역사를 서술할 역사전개의 주체를 분명히 하여, 나라가 주체라면 ‘국사’, 민족이나 겨레가 주체라면 ‘민족사’, 그 문화를 주체로 본다면 ‘문화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둘째로 앞에서 본 법률과 지침의 혼란스런 내용을 제대로 정리해서 재작성해야 한다.
셋째, 교과서 제목 못지않게 중요한 민족정체성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신화 등을 통해 현실적인 이념보다 나라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DNA속에 살아 있는 겨레 얼을 찾아 교과서의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가진 기존의 제도권 학자들은 최대한 배제되어야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최근 문제가 된 스포츠 계의 파벌 상태보다 더 심각한 게 국사학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사교과서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파별 기득권과 관련된 기존 제도권 학자들의 거친 항의를 견딜 수 있는 최고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심이 필요하다.
국사찾기협의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