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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여행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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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행기 스크랩 마오이스트들과의 해우
태평양 과객 추천 0 조회 356 07.11.28 14:0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대부분 나라에서는 국영항공사가 가장 믿을 만하다지만 네팔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국영 로얄네팔항공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론니 플래넷' 조차 권하고 있을 정도다. 에티 항공과 붓다항공이 가장 믿을만하다고 해서 겁많은 우리도 그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티항공의 30인승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는 구름 속을 뚫고 포카라 공항에 가볍게 내려 앉는다 

 

<백발이 성성해서 가끔 오해를 받지만 적행거사는 아직 40대 싱싱한 청년(?)이다>

 

너무 작고 아담해서 차라리 작은 간이역같은 기분이 나는 공항 뒷편으로 마차푸추레가 구름 위로 껑충 솟아 있다 

 

 

짐을 찾아가지고 공항 밖으로 나가니 가이드샨타가 손을 흔든다. 샨타는 어제 밤 버스편으로 카트만두에서 먼저 왔다. 

 

 

안나푸르나 산행은 포카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페와 호수 서쪽으로 형성된 레이크사이드 도로변에 가면 산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인당 2천루피를 줘야하는 입산허가서도 이곳에서 받고 가이드나 포터도 여기서 물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도 이 도시에서 빌리거나 구입하는 것이 손쉽다. 게다가 값도 저렴하다. 

 

 

장비점마다 없는 것 없이 모두 진열된 것을 보면서 히말라야 간다고 이것저것 꾸려온 차림이 우습게 느껴진다. 샨타의 조언에 따라 우선 다운자켓과 슬리핑백, 그리고 등산용 스틱을 빌리기로 한다. 

 

준비가 끝나자 바로 출발이다. 나야풀이 목적지다. 안나푸르나 산행이 시작되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포카라에서 42킬로 떨어졌다는데 자동차 한대 겨우 통과할 정도의 표면만 포장이 되어있을 뿐 갓길은 빗물에 씻겨 내려서인지 맨 땅 그대로다. 버스나 트럭을 만나면 재주를 부려서 갓길로 차를 뽑아낸 후 통과해야 한다 

 

 

심심산골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 한시간 남짓 달리니 나야풀이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차량 행렬이 멈춰있다. 산꾼들을 부리고 난 차들이 포카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태우려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나야풀 주변 마을은 꼭 60년대 우리나라 시골 마을같다. 포장이 안된 흙길 사이로 늘어선 가게들 앞에서 닭과 아이들이 어울려 뛰놀고 있다

 

 

입산 기념사진을 한장씩 직은 후 12시 정각 나야풀을 출발한다.

 

 

산행 첫날 목적지는 팅게퉁가라는 마을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4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비레딴띠라는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양수리다. 두 강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하니까...>

 

포카라행 비행기를 타느라고 호텔에서 아침도 먹지않고 출발했더니 배가 쪼록 거린다. 점심은 모디강변의 비레딴띠라는 곳에서 먹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시장기를 달래려면 40분쯤 더 걸어야 한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트렉커들도 많이 마주친다.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내려오는 사람들로부터 산에 관한 이것저것 정보를 캐묻는다. 마오이스트들이 어제부터 입산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정보도 이들로부터 듣는다 

 

 

비레딴띠를 눈 앞에 두고 마오이스트들을 만난다. 입산료는 일인당 100루피씩 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열흘 예정이니까 모두 2000루피를 내야 할 모양이다. 1달러가 62루피정도니까 달러로 환산하면 30불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지만입산료로 일인당 2000루피를 이미 네팔 정부에 냈는데 마오이스트들에게도 또 내야 한다니 썩 달가운 기분은 아니다. 

 

 

마오이스트들과 몇마디 얘기를 나누던 샨타가 모두 합해서 800루피만 내면 된다고 전한다. 어찌된거냐고 물으니까 열흘 일정이 아니라 나흘 일정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푼힐만 둘러보고 오는 일정이라면 나흘이면 충분하니까 마오이스트들도 수긍을 한 모양이다 

 

 

돈을 건네주니까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말씀이라는 삐라 한장과 영수증을 내준다. 약탈이 아니라 수금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심사다 

 

 

마오이스트 검문소를 비켜서서 강가로 내려가니까 출렁다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앞으로 산을 오르면서 무수히 만나게 될 그런 다리 중 하나다. 다리를 건넌 샨타가 배낭을 내려놓더니 어떤 건물로 들어간다 

 

 

안나푸르나 입산허가 검문소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마오이스트가 검문을 하고 건너편에서는 정부측 검문소가 있다. 그러나 긴장감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깃발만 요란할 뿐 무장도 하지 않았다. 2년전만 하더라도 서로 총질을 했다는데 이제는 짐짓 못본 채 제 할 일만 한다. 묘한 나라다. 

 

 

야채누들수프를 시키니까 야채를 넣어 끓인 네팔라면을 내준다. 아침마저 거른 참이라 게눈에 뭐 감춘다는 말처럼 금새 먹어 치운다. 산 보러 왔지 자본가-농민 투쟁보러 온 것은 아니니까 정치따위는 이제 길바닥에 던져 버리고 산길만 부지런히 오르기로 한다. 

 

 

히말라야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주위 풍광은 꼭 지리산이나 설악산 어느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기분이다. 계곡을 따라 폭포가 힘차게 흘러 내린다.

 

 

 

길 양옆으로 우뚝 솟은 산에는 푸른색이 짙게 베어있고 계곡을 따라 바위를 가르며 흐르는 물길은 마냥 정겹다. 이국적 정취를 흠뻑 뿜어내는 꽃들이 맑은 계곡물 사이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아버지, 어머니 뒤를 따라 종종 걸음을 치는 계집아이는 옷차림만 치마 저고리로 바꾸어 놓는다면 꼭 30여년전 우리네 산골 마을에서 마주치던 모습이다 

 

 

그러나 산으로 접어드는 길은 점점 험해진다. 처음에는 껑충껑충 쉽게 올랐던 돌계단은 갈수록 높아지고 끊없이 이어지기만 한다. 게다가 날씨마저 꾸물대는 것이 한바탕 비라도 쏟아져 내릴 모양이다 

 

 

조그만 찻집 앞에서 숨을 돌리며 담장가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을 감상하고 있는데 돌연 빗방울이 후려친다. 황급히 찻집안으로 몸을 돌리자 하늘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져 내리던 빗줄기는 잠시 후 우박으로 변해 온 세상을 두들겨 댄다. 이번 산행이 쉽지만은 않을 듯 싶다 

 

 

뜨거운 블랙티 한잔을 앞에 놓고 빗속을 뚫고 더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빠진다한시간이라도 더 올라야 내일 일정이 쉬어 지니까 계속 가는게 좋긴 하겠는데 빗줄기가 만만치 않다 

 

빗속을 뚫고 강행해 올라오던 서양인 부부가 생쥐꼴을 한 채 찻집으로 들어온다. ‘저런 모습을 하고 오를 수는 없지…’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그친다. 하늘 한 구석도 검은 먹구름이 물러가면서 파란 속 살을 살짝 내쳐 보인다. 산의 마음은 여자와 같다더니 정말 변하기도 쉽게 변한다 

 

산 날씨가 더 변덕을 부리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보자고 길을 재촉한다. 어스름이 지는 산길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한 시간쯤 오르다보니 힐레라는 마을이다. 힐레에서 팅게퉁가까지는 많이 잡아도 20분 걸음이다. 그렇다면  당초 계획대로 팅게퉁가(1540미터)까지 갈 수 밖에. 

 

 

산속 숙소는 모두 롯지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낭만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함석 슬레이트 지붕에 그냥 바람만 막을 수 있는 정도만으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오랫만에 산길을 걸으면서 나른해진 몸을 방 구석에 풀어놓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행복해진다 

 

일정: 카트만두-포카라 (항공편, 30분 소요)

         포카라-나야풀 (자동차, 1시간 소요)

         나야풀-비레딴띠-힐레-팅게퉁가 (점심시간 포함 5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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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11.28 17:53

    첫댓글 생생한 여행기...너무 재밌습니다. 롯지하면 아직도 낭만적으로 생각되는 건 왜 일까요^^

  • 09.06.20 15:41

    나야풀에서 올레리로 걸어가던 그 길이 생생하게 전해져 옵니다. 내년에는 아들과 함게 가려는데 잘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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