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주 성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서품식 때 나타난 손님
(김재덕 신부. 대전교구 천안 원성동성당 주임)
신학생 때. 본당 신부님의 권유로 방학 때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번은 야채 도매상에서 일을 했다.
새벽 5시에 출근하여 야채를 하역하고 사장님과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전에 성호경을 긋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사장님은
성당 다녀? 성당이 왜요?
거기 마리아 믿는 곳이라며. 거기 가지 말고 우리 교회로 와
싫어요. 저는 성당이 좋아요.
그리고 성당은 마리아 안 믿는데요...알고 보니
사장님은 어느 교회의 집사님이었다.
그 야채 도매상에서 본당 교우들이 나를 만나면
아이고 우리 학사님. 불쌍해서 어떡해요. 괜찮아요.
사회생활 배우고 좋은데요..대답했다.
어느 날은 학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궁금했는지
나에 대해 알아보고 온 사장님이 신부님 되실 분이시라면서?
네. 사장님. 저 천주교 신학생이에요.
이렇게 대답하자 다음 날부터 사장님의 박해가 시작되었다.
일부러 힘들고 궂은일만 시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성호경을 긋거나 성가를 부르며 일을 했다.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
두 달 후 일을 마칠 때 사장님은 환히 웃으며 봉투를 건넸다.
우리 재덕이가 열심히 일한 거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봉투를 하나 더 주시며
이건 책 사보는 데 쓰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조금만 힘든 일 시키면 바로 그만두거든
내가 일부러 힘든 일만 골라서 시켰는데
역시 신부님 되실 분이라서 그런지 다르네
몇 년 뒤 사제 서품식 날.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개신교 집사님이셨던 사장님이 서품식과 첫 미사에 와 안수까지 받고 가신 것이다.
신부님이 다녀간 뒤. 천주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천주교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신부님 되신다는 말을 듣고 용기 내서 왔어요. 축하해요.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우리나라 순교자들은 하느님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어디에 있든 기도하는 삶.
하느님을 찾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부끄럽게 여기지않는 삶 안에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순교자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셨다.
세례 성사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약속받은 우리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신앙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천국을 바라보고 살때.
우리는 진짜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