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 2
이른 아침부터
빨간해가
넘실넘실
방안으로 들어와요
온몸으로 뜨거운 해를 안고
넘실넘실
대문을 나서
옆집으로
해를 배달했어요
집집마다
대문밖으로
넘실넘실
긴 여름 낮을
폭탄돌리기 하고 있어요
2. 여름 3
새벽 다섯 시
사근진 해변으로
해수욕을 갔어요
해변의 첫손님은
개구리도 되고
인어도 되고
배 위에서 조개를 깨뜨리는
수달처럼 옥수수를 먹었어요.
올해 여름 갈피에는
소금물 묻혀 찍은 동물들
발자국들이 한가득이에요
3. 여름 4
매미소리가 아침을 열어요
빠르게 맴맴맴 하다가
매미도 어디서 아침을 먹는지
조용하다가
커피 마실 때 다시 나타나
느리게 매엠매엠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 주네요
4. 별똥별
밤 11시
돗자리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따뜻한 바닥에 누웠어요
깜깜한 밤하늘을
당겨 보며
은하수 위를 날아가는
백조에게 안부를 물어요
먼먼 우주 블랙홀로 가신
어머니 생각에
잠시 울적할 때
1학년 입학 때
가슴에 달았던 콧수건
똘똘 뭉쳐
우주 보다 먼 먼 하늘에서
제게 던져 주셨어요
5. 잠자리
여름 저녁 하늘에
한 둘 한 둘
잠자리 날아 다녀요
노을 바다 위에서
위로 아래로 앞으로 뒤로
날개 노를 저어요
멀리 멀리 날아가서
작은 점이 될 때까지
영차!영차!
응원했어요
6. 스위치
딸깍!
어둠이 잽싸게
장농 뒤로 숨었다
딸깍!
빛이 그물처럼
방안 가득 펼쳐진다
딸깍!
어둠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유영한다
딸깍!
밝음이
천장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스위치에 매달려
딸깍딸깍 장난치다
엄마한테 혼난
아이의 울음소리에
빛과 어둠이
눈치를 보고 있다
7. 맞장
진수는 우리 모모랑
동갑이에요
은회색 머리칼이
매서운 눈을 가리는
삽살개예요
그녀는 용맹함과 끈덕진 투지가
핏속에 흐르는 토종개예요
우리집 앞을 지나는 산책길에
모모랑 컹컹 캉캉 말싸움 못 하면
대문 앞에서 도깨비풀같이 엎드려
모모를 기다려요
8. 사마귀
어!
초록색 사마귀가
그을린 갈색 몸으로 바뀌었네요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왔을까요?
아니면
먼먼 고향인 사막에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살랑살랑
바람결에 가을이 느껴져요
방충맘 사이로 갈색 사마귀가
흔들흔들 붙어 서서
여행기를 들려 주어요
나는 번역기를 켭니다
카페 게시글
최준선 선생님
여름2,3,4 별똥별/ 잠자리/ 스위치/ 맞장/ 사마귀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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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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