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어머님 생신날이 지나갔다.
사실 지나고 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공연히 미리 앞서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고..ㅎㅎㅎ
어머니께서 오늘아침 일하면서 생일상 차리느라 고생 많았고 잘 먹었다~ 하셨다.
뭐 별로 차린것도 없는데...더 죄송하고 민망하다.
울 어머님..이미 여러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천상 여자...매우 가정적이시고 솜씨가 좋으시며
꼼꼼하시고 알뜰하시며 깔끔하시다.
바느질 솜씨는 재봉틀 저리가라며, 지금도 냄비 손잡이에 그 흔한 물때도 끼어있지 않는다.
수세미에 젓가락을 끼워 닦으실 정도..
모든 그릇들이 (특히나 스테인리스..일명 스뎅) 반짝반짝 거린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 기운 딸려 예전보다는 많이 게을러지셨다고 하신다.
예전 나 시집온 지 얼마 안됐을때..개울로 빨래를 가시면 3시간동안 오지를 않았다.
데체..무얼 어떻게 빨면 그 시간이 걸리는지 미스테리 하지만,
중요한건 그 빨래를 널어 놓은 빨랫줄을 바라보면 하얀 속옷에서 파란빛이 났다.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이해가 가는지? ㅎㅎㅎㅎ
그렇게 살림의 여왕이신 울 시어머니의 단점이랄까?
뭘 버리지를 못하는 거다.
특히나 먹을 것....가뜩이나 힘든 시절을 보내신 어머니 세대는 늘 배고픔을 일상처럼 겪으셨기에
먹거리가 풍성해진 지금 시대에도 먹는것을 함부로 버리는 일은 죄악처럼 느끼시는건 어쩌면 당연할 지도...
시댁 주방엔 2대의 냉장고와 1대의 김치냉장고가 있다.
문짝 2개인 일반 오래된 냉장고와 양문형 냉장고 그리고 작년에 개비한 서랍식 김치냉장고...
냉장실이야 뭐 매 끼니때마다 뭔가 넣었다 뺏다 수시로 들락거리니까 뭐가 들었는지 눈으로 확인이 되지만
문제는 냉동실....
냉동실 문짝을 열때마다 발등을 조심해야 한다.
우르르....쏟아져 나와 발등을 다치기 십상이니까.
까만 비닐봉다리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도데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수가 없다.
"어머니...이게 다 뭐에요? "
"뭐긴 다 먹을거지...."
"뭐가 들었는지는 아세요?"
"......다 먹을거야."
말끝을 흐리신다.
살짝 몇개를 꺼내보면....먹다남은 고기들, 생선들,마늘 빻은거, 깨볶은거,언젯적 제사때 썼는지 알수 없는 형체를 알수없는 다식, 떡, 고춧가루, 쑥뜯어 삶은거..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제가 정리 한번 할까요?"
"아서라...다 먹을거다. "
"여기 이 고기는 밀봉이 제대로 안돼서 다 말라 비틀어졌어요...이것도 먹어요?"
"그건...개 줄거다." ^^;;
내 눈에 전부 갖다 버릴것 뿐인데....함부로 버릴 수 없는건,
아직 곳간 열쇠를 받지 못했음으로 그것은 분명 월권이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만 볼 뿐...어쩌지는 못하고 있다.
작년에 새로 산 서랍식 냉장고 윗칸도 냉동실로 만들어 버린 시어머니.
서랍칸만 겨우 김치냉장고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니
명절이든 생신이든 많은 양의 장을 봐 오면 어디 둘 데가 마땅치 않아 여간 곤란한게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늘...냉장고가 부족하다.
울 카페엔 테이블식 냉장고가 있다.
자리 차지는 않해서 좋은데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여름 작은 냉장고 냉동실 때문에 재료수급에 애를 먹었다.
큰 맘 먹고 업소용 냉장고를 하나 마련했다.
카페안엔 둘곳이 마땅치 않아 장소 물색을 하다가 시댁에 방치되어 있는 창고를 개조했다.
창고가 두 칸이었는데 한칸은 별관으로 꾸며 단체손님이 이용할수 있는 공간으로,
한칸은 냉장고와 렉을 설치해 부자재를 놓기로 하였다.
그 동안 어찌나 물건이 많이 쌓여 있는지
그거 치우는데 며칠이 걸렸고 소선촌이 무척 고생을 했다.
버릴거 버리고 태울거 태웠다는데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들...
그렇게 어머님은 뭔가 버린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었다.
업소용 냉장고가 들어오고 ...넓디 넓은 냉장고와 냉동실을
어머님과 바라보며 흐믓해 했다.
이젠 재료를 넉넉히 준비해도 걱정이 없어요~ 하며 냉장실을 여는 순간,
왠 까만 봉다리가 꿔다논 보릿자루 마냥 한쪽에 수줍게 있었다.
저게 뭘까? 하며 까만 봉다리를 거내는 순간 어머님께서 ..
"내가 김장하고 남은 쪽파 좀 넣어놨다."
"어머낫.... 어머니~ 여기다가 이런거 넣으시면 어떡해요~!!!"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말이 튀어 나왔다.
민망해 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이눔의 주둥이를 쥐어 뜯고 싶었지만....ㅠㅠ
도데체 컨트롤이 안되는 LET급 성질이 그만 일을 저질렀다.
'죄송해요..어머니 이런 냄새나는건 여기 보관 하면 큰일나요...음료 만들때 양념냄새 배면 안되거든요~
이 냉장고엔 카페서 쓰는 재료만 넣어야 해요..."
다시금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말씀을 드렸지만
이미 어머님 마음은 상하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섭섭해 하실 어머님을 생각하니 하루종일 맘이 찜찜했다.
기분을 풀어드릴 요량으로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어머니....냄새나는거 아니면 괜찮으니 필요한거 넣어두세요"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가래떡이 냉장고에 등장했다.
그 뒤로....알밤이랑 들깨 거피한 봉다리가 들어왔다.
아 놔...이거 큰일 났다.
이제 냉장실 다 뺏기게 생겼다.
'어무이~~~!!!!"
첫댓글 가정용 냉장고 2~3개있는집도 티비서봤는데 그안은 안봐도 티몬님
어머니댁과 다를게 없을게다.
울엄니도 싱크로율 100%똑같다. ㅋ
옛날큰살림 하던가락으로 조금씩은 못하고 해놓면 요즘사람들 많이안먹으니 쳐질수밖에 ㅋ
가게 재료수급은 주3회배송 으로
최소재고보유, 양명절 연휴때가 젤문제긴 하죠 ㅎ
저는 개인카페니까 제가 일일이 다 주문해야 하죠.
여기가 시골이라서 한진,씨제이,대한통운은 월수금 주3일밖에 배달 안옵니다.
주말장사에 손님 많아 예상치 못하게 원부재료 부족해도 월욜 주문하면 수요일에나 옵니다 ㅋㅋㅋ
보관장소는 코딱지 만하구 많이 주문할수도 없었죠.
덕분에 재료 똑 떨어진적도 꽤 있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매끼니 집에서 해결하는거 힘들어요~ 옆지기님이 지혜로운거죠.
근데 헌구가 뭐에요?
ㅎㅎㅎ
한마디가 두마디된다요
냉장고 빼앗겼지모
넓어서 좋아하실걸세~~~
미치겠어요..자꾸 쟁여놓으실까봐요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는 진짜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입니다.
깔끔한 시어머님 덕에 제가 좀 피곤하긴 하죠.
저는 아무리 열심히 치워도 성에 안차실줄 알기에 그 부분은 놔버렸는걸요 ㅋㅋ
비갠님이 헐렁하다니 누가 믿겠어요~
글만 봐도 딱 나오거든요?
아고 넘 웃겨요~
전 냉장고를 버려라!!!!그런주의입니다 ㅋ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이 가장 고급음식!!!ㅋ
맞는 말이에요 뭐든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일단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맛이 없죠..
먹는게 너무 흔해지니 귀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사는거 같아요
남씨네 양반집에 시집 오셔서
늘 손님들로 들끓고 부엌 한켠에 서서
식사 하시기 빈번 했었죠
고생만 하신 우리의 어머님들!!
어디에 비유 하오리까
티몬님도 요즘 며느리 답지 읺게
잘 하시지만
조금만 신경 써 주시면
아마도 몇배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수고 하셨네요
어머님 생신상 차리느라 ~
하필 어머님 생신이 일요일이라 토요일 오후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나 조금 망설였었어요 ㅎㅎ
그래도 결혼식 잘 다녀오고 생신도 잘 치뤘으니 됐죠^^
수고하셨네요 --마지막세대의 글이네요
그러게요..우리 자식들은 음식 직접 해서 상차려드리는거 어렵겠죠?
감사합니다...
ㅎㅎㅎ
그럴거같죠--
시어머님은 식품만 안 버리시죠?
전 식품 의류 안 버리는 건 기본이고요
(도서, 화분, 항아리, 생활용품...) 가족 몰래 주워 와요^^
<정리의 마법 ><심풀하게 산다> <단순하게 살아라> <버리기 연습> ...
가족들이 사다준 버림에 관한 책 제목들...ㅎ
" 내가 퇴직하면 정리할 거야 "
퇴직한지 10달된 요즘엔
" 보관 수집병 걸렸다 쳐. 죽을 병 보단 낫잖아 "
어이 없어하는 가족 앞에서 또 사탕 발림을.
" 설 맞이 대청소 할 때 많이 버릴 거야 "
버린다고 하시면서 못버릴거 다 알아요 ㅎㅎㅎ
보관수집병 걸렸다 쳐,죽을병보다 낫잖아...멎는 말씀이네요...ㅎㅎㅎ
재치만점~!!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역시 현명한 별눈이님~!!
냉동실에 뭐 넣어봤자 나중에 먹을라면 영 거시기 해요.
버리기가 뭐하니까 괜히.넣어놓고 어떤 계기가 되면 마구 버리는 악순환을 저도 반복했었어요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참 잘했어요~
정기적으로 비워줘야 합니다.
전주조에 들어오면 마치 신문의 연재소설 마냥
전원일기를 '어디까지 읽었드라~' 찾아 정독하곤한다.
오늘은 어쩌면 나와 같은 다람쥐띠가 여기도 계시는구나.....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들여 오다보니 여기 저기 넘쳐 가족에게 민폐다.
여기도 창고 저기도 창고 가는데 마다 창고를 만든다고 자꾸만 타박하는 서방과 딸과 아들.
사실 나로써는 버릴께 없는디.....
보여주기위해 겹치기, 앙꼬박기, 정돈을 잘 해놓기 별짓다한다.
댓글의 연꽃님방법도 써보고.
이렇듯 '내것'에 대한 집요함도
기약없던 나의 다람쥐 습성도
손녀가 있게되어 없어지기는 하더이다.
지금도 버릴까하다 아냐 놔두면 쓰일꺼야 다시 넣곤한다.
그게 나중에는 뭐가 있는지 조차 기억을 못하게 되니 문제지요..
언젠가 쓸모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는게 참 많은거 같아요.
가끔씩 정리하면서 정말 쓸 일이 있나 판단하고 버릴건 버려야 할것 같아요.
어느 집이건 냉동실은 다 그럴것 같아요 저의 올캐언니네도 저도 마찬가지고요
정신없이 쳐 박아놓았다 싶어 한번식 정리해보았자 그때뿐인걸요.
저도 이사 할땨마다 몇 양동이 갖다 버렸어요 ㅋ
될수 있으면 냉동실에는 음식을 넣지 말아야 하는데 아까워서 못버리구 자꾸 보관하게 되는거 같아요.
냉동실은 어느집이나 같군요.ㅎㅎ
부산서 24년 살다가 작년 퇴직하면서 용인으로 이사오는데 버린짐이 산더미,
24년 묵인짐이 얼마나 많겠어요.ㅎ
더구나 새집지어 이사오니 죄다 버린다고 버렸는데도...와서 보니 더 버려야 ㅜㅜ
특히 안입는옷 왜 그렇게 많은지...
그래도 마누란 어디 나갈라면 옷이 없단다,.장롱속에 옷이 가득한데...ㅋ
그래서 버릴때 원칙을 세웠지요.
일단 옷은 3년동안 한번도 안입은것은 버린다.
근디 버리다보니 너무 버렸어요.입을게 없어유...ㅋㅋ
맞아요 특히 이사를 자주 안하면 정리 할 기회가 더 없더군요.
옷...많아도 입을게 없는게 사실이에요 ㅎㅎㅎ
비싸게 주고 샀는데 유행타서,원단이 좋은거라,안맞아서 등등...이유가 다양해요.
버리고 또 사야죠^^
티몬님..어제 만나서 반가웠어요 .
손주가 도예그림 넘재밌다고 해서 딸도 제게 고맙다고 인사하네요
아메리카노 커피도. 정말 맛있었구요.
.화이팅!
방문해 주셔서 감사했어요....유신이 너무 예의바르고 의젓한 아이에요..기회가 되면 또 오셔서 좋은시간 가져요^^
젊은세대와 나이든 세대와의 차이겠지요. 나도 나이를 먹은 입장이라 시어미니의 입장을 잘알고있지요.
문제는 평생을 고칠 수가 없다는 거지요. 가끔은 어머니 몰래 정리하는 용기(?)도 필요할겁니다.
일단 보관은 했지만 구체적인 물건은 기억하지 못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