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되었지만 아직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예전에는 가을을 일 러 「독서의 계절」이라 불렀으나 요즘에는 책을 읽는데 있어서 계절을 따 질 이유가 없을 것같다. 옛날에 비하면 책의 종류도 많아졌고 냉방기구도 좋아서 독서를 하기에는 오히려 해가 긴 여름이 더 좋을 듯 싶다.
얼마 전 지역의 한 서점에 들렀는데, 좋은 위치의 진열대에는 대부분 베 스트셀러라고 불리는 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지역의 시인, 소설가 등 의 작품집은 보이지 않았다. 서점의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을 우선 진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역문인들을 홀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 운함에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시골에 살다보니 자연 읽고 싶 은 책이 생기면 목록을 작성해두었다가 마산이나 창원 갈 일이 있으면 그 곳 큰 서점에 들러 사오곤 했다. 또 우리지역 문인의 작품집은 특별한 경우 가 아니면 사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런 일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 에 미치자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지역의 역사적 체험이 스며있는 지역문화는 지역사람들이 만들고 가꾸는 것이다. 지역문인이 펴낸 책속에는 그 지역의 정서와 역사와 삶이 녹아 있 을 수밖에 없다. 그 서운함과 착잡해진 마음은 이런 작품집을 무심히 대했 다는 자책감인 셈이다.
우리고장 문인의 작품집 중에도 그 수준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많 다. 최근 「지역문학인회」에서도 지역문인의 책 사 읽기 운동을 펼칠 것이 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역문화를 살리고, 지역문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 키기 위해서라도 문인들 스스로는 물론 지역사람들이 앞장서서 지역문인들 의 작품집을 사 읽어야 한다.
언젠가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독서 캠페인 포스터를 본 적이 있 다. 하루가 무섭게 바뀌는 디지털 문명과 인터넷 문화 속에서 만난 그 포스 터는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었다.
사고력과 인성,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다른 무엇보다 독서의 힘이 크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지역문인의 좋은 작품집을 선물하자. 학교에서도 독후 감 쓰기 공부를 할 때는 우리지역 문인의 저서 가운데서 선정하도록 하자. 「책은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 친구」라는 말도 있다. 우리 모두 책 읽는 아 름다운 마음으로, 그렇게 좋은 친구와 함께 가을을 맞자. /배한봉(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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