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던' 헹님 심심하지 마시라고 한나씩 올레볼까 합니다.
이참에 중학교 가서 우리 아들, 딸들에게 첫번째 한 말이,
'소설은 상상력을 통한 픽션이다.' 입니다.
이것도 픽션이니께로 절대로 사실과 혼동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1
섟에서 나온 배 한 척이 기름을 넣으려는지 칼치를 오른쪽으로 틀어 쇄빙탑 아래로 들어서고 있다. 이물에는 모얏줄을 사려든 덕연이 서 있고, 물양장 끝에는 수협의 김 주사가 배를 기다리고 있다.
“아따, 언능 줄 안 던지고 뭐하냐?”
모얏줄 던지는 것을 잊은 채 저 앞쪽만 응시하고 있는 덕연을 보며 김 주사가 소리친다.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덕연이 물양장으로 모얏줄을 던진다. 앞모야의 고를 돌말뚝에 걸어준 김 주사는 고물 쪽 뒷모야도 돌말뚝에 걸어주고는 쇄빙탑으로 걸어 올라간다. 덕연이 부랴사랴 모얏줄을 당겨 배를 가에 붙이더니 똥이라도 마려운지 부리나케 선창으로 뛰어내려 앞쪽으로 내달린다.
“야! 기름호스 안 꽂고 뭐하냐!”
모얏줄을 당겨 배를 가에 붙이고 꽁지부리에 서서 바다에 오줌을 갈기던 선장이 이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친다. 덕연은 기름호스를 가져다 꽂는 것도 잊고는 물양장 저 귀퉁이에 가 있다.
“야! 이 빙신새끼야! 기름 안 넣고 뭐하냐고!”
지퍼를 올리며 선장이 저 앞쪽에 쭈그려 있는 덕연을 향해 소리친다.
“저런 깝깝한 새끼. 저러니 누가 데꼬 댕길라것어?”
선장이 중덜거리며 배에서 내려 쇄빙탑에 걸린 기름호스를 가져다 기름 주입구에 꽂는다.
“아따 저 새끼, 깝깝해서 안되것구만. 사람 없어서 데꼬 댕길랬는데 답답해 쓰것다고?”
선장이 기관실에 머리를 들이밀며 두덜거린다.
“겨울이라 아무도 안 따러 댕긴다는데 어찰 것이요? 아쉬운 놈이 샘 판다고, 깝깝해도 할 수 없제.”
얼굴의 여기저기에 기름때가 묻은 기관장이 걸레로 기계를 문대며 말을 받는다.
“그래도 그라제. 나이나 적으믄 패기라도 하제. 이건 서른도 넘었으니…….”
기관장의 말을 받으며 선장이 혀를 끌끌 찬다.
“서, 선장! 이, 이리 와 보게! 여, 여기, 사람 주, 죽었네!”
물양장 모서리에 무릎을 꿇고 안벽(岸壁) 아래를 내려다보던 덕연이 배를 향해 소리친다. 여느때보다 유난히 말을 더 더듬거린다.
“덕연이 뭐라 하요?”
기관장이 걸레질을 멈추며 선장을 올려다본다.
“모자란 새끼가 귀신까지 씐는갑네. 뜬금없이 사람 죽었다고 왜장치고 자빠졌구마.”
기관방에 수그렸던 몸을 빼내 살짝 덕연 쪽을 바라본 선장이 코웃음을 친다.
“서, 선장, 쩌어기 사, 사람 주, 죽었당께!”
헐떡대며 뛰어온 덕연이 기관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선장의 등덜미를 잡아당긴다.
“아야, 인자 아주 미쳐부렀냐! 먼 한겨울에 사람 죽었다고 연빙이여!”
선장이 덕연을 치올려보며 소리 지르더니 다시 기관방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오라이! 이빠이네!”
쇄빙탑에서 김 주사가 주유가 끝났음을 알린다.
“야! 호스…….”
기관방에서 얼굴을 빼내며 말을 하려던 선장은 덕연이 거기에 없자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덕연은 다시 저 앞의 물양장 모서리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건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선장이 그쪽을 흘낏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쓰거운 표정을 짓고는 기름호스를 빼내 쇄빙탑 고리에 가져다 건다.
“야! 빨리 안타냐? 문어단지 뽑을라믄 바쁘다이!”
흘려진 기름 때문에 미끌거리는 쇄빙탑 아래쪽의 시멘트 바닥을 조심스럽게 두어 걸음 내려오며 선장이 덕연을 향해 소리친다.
덕연은 두 개의 시멘트 안벽이 직각으로 만나는 모서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대나무 끝에 쇠갈고리를 매단 갈쿠리로 무언가를 건지려 둥개고 있다. 조심스럽게 살살 갈쿠리를 당겼다가, 물체가 떨어져 내리면 다시 꿰어 올리기를 반복한다. 물체는 물에서 떨어지기 싫은 듯 살짝 들렸다가도 무게 때문인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아무래도 갈쿠리 하나로 물체를 위에까지 끌어올리는 건 버거워 보인다. 선장이 기연미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덕연 쪽으로 걸어간다.
“어, 진짜네!”
갈쿠리질에 정신이 팔린 덕연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 선장이 무릎을 굽히며 몸을 수그린다.
“기관장! 이리 좀 와 보소! 여기 사람 죽었네야!”
선장이 배를 향해 소리치며 덕연의 손에서 갈쿠리를 채뜨려 그 물체를 향해 뻗어내린다.
“저기 수양호 가서 깔쿠리 하나 더 갖고 와!”
선장이 조금전의 덕연처럼 애면글면하는데 기관장이 기름걸레를 손에 쥔 채 뛰어온다.
“뭔 말이요? 뜬금없이 사람이 죽다니?”
“진짜로 시체여. 물에 불어 그런지 어쩐지 올라오들 않구마.”
기관장이 선장 옆에 쪼크리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워매, 참말이네라. 꼴새가 여자 탁은디.”
덕연이 갈쿠리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다.
“야, 이리 줘!”
기관장이 덕연에게서 갈쿠리를 채뜨리더니 그 물체로 뻗어 내린다. 낚싯바늘에 배래기가 꿰인 고기를 당길 때처럼, 물속에 가라앉은 고무신짝을 막대기로 살그머니 들어 올릴 때처럼, 두 사람은 조심조심 갈쿠리를 당겨 올린다. 무게를 못 이겨 찢길 듯하면서도 옷은 용케 그 물체를 갈쿠리에 걸어두고 있다. 머리와 두 팔, 갈쿠리가 걸지 않은 다른쪽 다리가 아래로 축 처진다. 물체에 붙어 있던 갯물이 물 밖의 찬 기운에 놀란 듯 으스스 몸을 떨며 바다로 떨어져 내린다. 물체가 안벽 가까이 올라오자 두 사람은 손을 뻗어 갈쿠리에 걸린 물체를 잡더니, “하나둘셋!” 동시에 당겨 올린다. 그러고는 동시에 소리친다.
“워매! 이거 그 미친년 아니라고!”
첫댓글 상상력을 동원하면 선.기관장이 동서된 사연이 아닐까?
해피엔딩은 아닐것 같고 기대합니다.
번던 헹님 상상력도 보통이 아니구만이라...그 상상력으로 소설을 하라 써뻬시요. 글 재주도 있고 청산에 대한 기억도 비상한데 뭐가 하나 나올거 탁으요...청산을 소재로 하면 쓸것도 많을거고..방한나 맹글깝쇼...
참~내~ 굿할때 포수하는 사람은 해마다 포수하지 상쇠나 징치는것 봤소?
그 역할이 바뀌면 재미가 있을까요? 관객은 박수를 잘쳐야 수준있는 관객이고
출연자나 연출자또한 그 역할에 충실해야 재미난 연극이 되겄지요 .저는 관객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자 합니다.상상력으로만 글을 쓴다면 온나라가 소설가 시인이 천지제
저마다 소질은 타고나고 노력으로 발전이 되것지요.것들2 언제나오요?
아따, 참말로. 헹님은 손만 잡고 빽도 안 해 놓고 각시한테 애이 안 난다고 닦달한 사람 탁으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