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기사 관련) 태영호의 주장인즉, 지금 김정은은 남한과 미군이 북침할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절대 전면전을 일으킬 리 만무하다는 것인데, 언뜻 보기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스터 태! 김정은이 북침을 걱정하면 할수록 오히려 전면전의 위험이 커진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
이미 경제적으로 완벽히 봉쇄되어 굶주린 인민들의 원성은 치솟고 있는데(이것도 니들 북폭론자들이 늘 하는 말이니까 동의하겠지?), 한·미·일이 연합하여 북한을 때리고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걱정에까지 사로잡힌다면 핵을 가진 사악한 독재자가 취할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에 작성한 아랫글들이 정확한 해답을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태영호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북한 빨갱이들의 남침을 걱정하듯, 김정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사실 이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군대를 북한에 주둔시키며 1년에도 수십 차례 연합 훈련을 하면서 "이건 그저 방어적 훈련일 뿐이니, 남조선은 신경 끄라우!"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아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안심하고 자겠습니다." 하겠는가?
여기서 지적되어야 하는 논리적 모순은 이것이다... 현시점에서 태영호처럼 북한은 한·미가 두려워 감히 남침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는 한·미가 무서워 핵이라도 쥐고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북한이 지금까지 줄곧 주장해 온 '자위(방어)적 수단으로서의 핵 보유 불가피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이에 대해서도 필자가 여러 해 전에 작성한 아랫글이 정확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첫째, 그는 이미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려 있다. 굶주린 인민들의 불만이 쌓여 갈수록 현 상태를 유지하며 가만히 있는 게 능사가 아니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한·미·일의 군사적 압박은 날로 강해지는 가운데 경제 봉쇄는 풀릴 기미가 안 보이니 어차피 죽을 거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마지막 발악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 (과거 2차 대전 때 히틀러나 일본 군부가 저지른 여러 멍청한 짓까지 보지 않더라도) 이 나라 용산 총독부 돌아이들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코미디에서도 보듯, 제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듣는 독재자가 흔히 저지르는 판단 미쓰(miss)는 김정은 역시 언제든 저지를 수 있다. 수도권에 장사정포 세례를 퍼붓고, 남한 상공에 EMP탄 1방만 터뜨려도 남한의 허접한 군대 정도는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적어도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상태에서라면 충분히 시도해 봄 직한 도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