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 월요일, Valdivia, Hospedaje Veronica (오늘의 경비 US $46: 숙박료 $35, 점심 2,800, 커피와 도넛 2,400, 식품 6,200, 환율 US $1 = 800 peso) 어제는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식 TV 중계를 보느라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다. 나는 "기생충"이 외국 영화상이나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외국 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쓴 것이나 다름없다. 시상식 중계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 Salt Lake City 신문 Deseret News에 들어가 보았는데 올해의 영화 "1917"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기생충"이 외국 영화상을 받은 것은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각본상은 예상 밖이었다. 한국어로 된 영화각본을 아카데미 회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뽑아주었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심사원들이 한국 영화를 제치고 태국 영화의 각본이 더 우수하다고 태국 영화에게 각본상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쟁쟁한 미국 감독들을 제치고 받은 감독상도 예상 밖이었다.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것으로 생각했다. 작품상은 "1917"이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베테랑 여배우 Jane Fonda가 “작품상은, Parasite ..." 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다. 순간적으로 잘못 들었나 했다. ”내 귀를 의심한다“라는 말은 과거에 많이 들어왔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내 귀를 의심했다. 역사적인 일이다. 미국 영화제인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있으면 유럽의 어느 나라일 것이다. 적어도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일 것이다. 이제 한국의 국격은 다시 한 번 격상되었다. ”오래 살고 봐야한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 순간이었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 Valdivia 버스 터미널에 가서 금요일 아침 7시 45분 떠나는 Santiago 버스표를 샀다. 그런데 가격이 내가 인터넷에서 본 17,000 peso보다 10,000 peso나 더 비싼 27,000 peso이다. 인터넷에 나온 똑 같은 버스회사, 똑 같은 날짜와 시간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 너무 차이가 났다. 혹시 왕복표를 주었나 했지만 아닌 것 같았다. 말이 안 통해서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냥 사고 숙소에 들어와서 다시 인터넷에 들어가서 그 버스회사 그 날짜, 그 출발시간 버스표 요금을 보니 17,000 peso가 아니고 27,000 peso로 나와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왜 그렇게 바뀐 것인가? 내가 날짜를 잘못 지정했었던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금요일 아침 7시 45분 출발 Santiago 버스는 27,000 peso가 맞는 것은 틀림없다. 그래도 Puerto Varas에서 아르헨티나의 Bariloche까지 45,000 peso를 내고 간 것에 비하면 거리도 더 먼데 싼 가격이다.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을 잘 알아두었다. 버스가 떠나는 승강장 위치도 알아 놓았다. 이제 버스 터미널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약 2km 거리인데 택시로 갈 수도 있지만 자전거로 가도 15분이면 충분히 갈수 있다. 버스 터미널에서 배낭을 잃어버리는 줄 알았다. Santiago 버스표를 산 다음에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매점에서 오랜만에 아메리카노 커피와 도넛을 사서 매점 앞 의자에 앉아서 잘 들었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 안 3층에 있는 수퍼마켓에 자전거를 끌고 찾아가다가 보니 내가 배낭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아차, 커피를 마실 때 앞에 있는 빈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았는데 그냥 떠나왔구나 하고 급히 1층 매점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의자 위에 배낭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0분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 터미널은 나쁜 사람들이 많이 배회하는 곳이다. 그래도 있을 것 같았다.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데 가보니 없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아메리카노 커피와 도넛을 샀던 매점 여직원에게 혹시 내 배낭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사람을 가리킨다. 아, 없어지지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가리키는 쪽을 보니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었다. 결국 그 경비원을 따라서 경비 사무실에 가보니 내 배낭이 있었다. 매점 여직원이 내 배낭을 발견하고 집어서 경비원에게 맡긴 것이 틀림없다. 고마운 여직원이다. 배낭에는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미국 여권과 백업으로 가지고 다니는 삼성 탭이다. 삼성 탭은 없어도 큰 문제는 아니고 미국 여권은 Santiago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다시 낼 수도 있고 당분간 한국 여권으로 여행을 한 다음에 미국이나 한국에서 천천히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러니 배낭을 잃어버렸어도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찾았으니 좋다. Valdivia 버스 터미널에는 나쁜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다. Santiago 버스 터미널이었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얼마 전에 Puerto Varas에서 만났던 브라질 자전거 여행자에게 들은 Santiago 지하철 안에서 현금을 소매치기 당한 얘기가 생각났다. Valdivia는 Santiago와는 달리 비교적 안전한 도시인 것이 틀림없다. 나는 미국에도 뉴욕, LA, 시카고 같은 대도시보다는 딸네 집이 있는 Utah 주의 Salt Lake City 같은 중소도시가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Valdivia는 Salt Lake City 같은 도시인 모양이다. 여행지도 이 매점 옆에서 배낭을 잃어버릴 뻔했다 2020년 2월 11일, 화요일, Valdivia, Hospedaje Veronica (오늘의 경비 US $43: 숙박료 $35, 버거킹 점심 3,000, 커피와 도넛 2,600, 아이스크림 400, 환율 US $1 = 800 peso) 오늘은 오정 때쯤 나갔다. 오늘도 덥다. 인터넷에 온도는 21도이고 체감온도는 27도라는데 내가 느끼는 온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오늘 숙소 앞길은 벼룩시장으로 바뀌었다. 옷가게가 제일 많이 보이고 감자를 파는 가게도 많이 보인다. 그 외에도 다른 농산품들도 많이 판다. 매주 화요일에만 열리는 시장 같다. 자전거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딱 10분 걸렸다. 금요일 아침 버스 터미널로 갈 때 택시를 탈 필요가 없다. 7시 45분 출발인데 숙소에서 7시에 떠나면 충분하다. 버스 터미널에서 어제 커피와 도넛을 사먹은 매점에서 다시 커피와 도넛을 사서 어제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배낭을 놓고 떠난 좌석에 앉아서 다시 커피를 마셨다. 좌석 옆에는 매점이 있고 앞에는 버스 터미널로 들어오는 커다란 문이 있는데 문 앞에는 제복을 입은 버스 터미널 경비원이 서있다. 어제 터미널 안에 도둑이 있었고 내가 배낭을 놓고 떠나는 것을 봤었다고 하더라도 집어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빨리 와서 기회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제는 운이 좋았다. 버스 터미널 옆에는 강변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에는 벤치들도 있었다. 그늘이 든 벤치를 찾기 힘들었지만 운 좋게 한 곳을 발견하고 앉아서 강 경치와 강을 다니는 유람선 구경을 한가롭게 하면서 버스 터미널에 있는 버거킹에서 산 햄버거를 점심으로 들었다. 한가로운 하루였다. 한참 그렇게 시간을 보낸 다음에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두어 시간 외출을 한 것 같다. 더 이상 특히 볼 것도 없으니 그 정도로 외출이 충분하다. 두어 시간 보내기는 오늘 보낸 버스 터미널과 강변 산책로가 제격이다. Valdivia에 괜찮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도넛을 즐길 수 있고 버거킹 햄버거를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이곳 외에는 없을 것 같다. 숙소 앞길이 벼룩시장으로 바뀌었다 옷과 농산물 가게가 제일 많이 보인다 어제 배낭을 잃어버릴 뻔했던 매점과 매점 옆 테이블과 의자들을 찍었다, 내가 앉았던 의자는 여자가 막고 서있다 강변 산책로를 걸었다 그늘진 벤치에 앉아서 버거킹 햄버거 점심을 들면서 강 경치 구경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