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토요일, 군산으로 2월 지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기온도 올라 포근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지는 군산여행길입니다. 오늘 목적지는 군산 구불길 5코스 중 일부 구간인 옥산호수 수변산책로와 익산 구룡마을 대숲입니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익산 구룡마을에 도착합니다. 구룡마을 대숲은 한강 이남의 가장 큰 대나무군락지라고 하는군요. 담양의 대나무숲이 잘 정돈된 인공적인 아름다움이라면 이곳은 뭔가 부족한 듯하지만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마을숲이었습니다. 쭉쭉 뻗은 구룡마을 대숲을 걸으면서 중간 중간 나있는 나무의자를 보며, 따뜻한 봄날 푸릇푸릇 새순이 돋을 때 앉아 쉬면서 사각거리는 댓잎소리를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숲을 통과해 단군성전을 지나면 마을 뒷산 초입에 커다란 바위 2개가 겹쳐져 있는 뜬바위가 나옵니다. 괴이할만큼 큰 바위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얹혀있을까 호기심과 궁금함이 드는 곳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옛날 힘센 장수가 바위를 올려놓았다는데 평소에는 윗돌과 밑돌이 딱 닿아 있지만 섣달 그믐날 자정이 되면 사이가 떠서 양쪽에서 잡고 명주실로 바위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성적으로는 말이 안돼는 이야기지만 실을 통과한다는 꽤나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된 전설이 어쩌면 정말이지 않을까 호기심과 함께 마을사람들의 재치와 훈훈함이 느껴졌습니다.
점심식사는 군산으로 이동해 간장게장백반으로 든든히 먹고 옥산호수를 걸으러 출발합니다.
‘구불길’은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처럼 군산의 걷는 길 이름입니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 풍요, 자유를 느끼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뜻에서 구불길이란 이름이 붙었지요.
우리는 그중에서도 ‘물빛길’이란 별칭이 붙은 5코스 중 옥산호수길을 걸었습니다. 옥산면사무소 근처 제방에서 출발해 걷는데 하늘은 높고 날은 포근해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옥산호수는 일부는 얼어서 눈이 소복히 쌓여있고, 일부는 녹아서 철새들이 여유롭게 떠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눈이 살짝 쌓여있는 왕버드나무 군락을 지나고 호숫가의 푸른 대나무숲도 지납니다. 단 기온이 오르면서 얼었던 산책로가 녹아 길이 질척이는 부분이 있어 걷기가 살짝 불편했습니다. 다행히 스틱을 준비한 분들은 훨씬 수월하셨을 거예요.
원래 제 계획은 수변산책로를 걷다 척동마을 근처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제안했는데, 대부분의 분들이 산길까지 걸어 한바퀴를 도는 코스를 선택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일행과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각자 어울려가며 제방까지 잘 돌아오셨습니다. 옥산호수를 한바퀴 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요. 수변길에 이어 산길로 완주하는 방법, 수변길 만으로 완주하는 방법, 수변길과 산길을 번갈아 길을 이어가는 방법 등.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의 길을 걸은 셈입니다. 인생길도 이와 같겠지요. 권고사항과 모범답안은 있지만 각자의 여건대로 혹은 마음가는대로 선택해서 걸어가는 인생처럼.^^ 제가 계획했던 7km를 100%에서 150% 로 무사히 완주해주신 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꽤 힘드셨을텐데, 다 걷고 모인 모두의 얼굴은 상기되고 밝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편안한 동행, 걷기가 주는 기쁨과 에너지 덕분이겠지요.
점심시간에 군산시내에서 잠시 들렸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빵집, 이성당 방문도 모두들 좋아하셨습니다.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겠지요. 대규모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공격적으로 확장되면서 지역빵집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이성당같은 빵집이 남아있어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참 기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고유한 맛과 전통을 지닌 빵집들이 부디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구룡마을 대숲과 군산 옥산호수 여행에 함께하신 여러분, 어떻게 즐거운 여행이 되셨는지요.
여행의 즐거움 혹은 아쉬움 등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여행카페를 통해 함께 나눠주세요. 이번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맞닥뜨리는 일상에 작은 기쁨과 에너지가 되길 바래봅니다. 다음 여행길에 다시 만나요∼
첫댓글 항상 초록별님의 후기를 읽으면 어찌 이리 자상하면서도 정이 뚝뚝 떨어질까...하면서
다시한번 여행을 되새김질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항상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어 감사해요.
벌써 다음 여행이 기다려지네요.
배꽃공주님이 주변에 좋은 분들께 우리 여행을 널리 알려주셔서 지인여행이 점점 활기차지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지인여행을 즐겨주시는 분들 덕에 저도 힘이 납니다.^^
배꽃공주님 말에 동감입니다
처음 참여한 여행 기대이상으로 즐거웠습니다
다른 회원님께 폐가 되지않케 열씸히 걷겠습니다
다음여행에도 동행하게해주세요
valentina님, 첫 지인여행이 즐거우셨다니 저도 뿌듯합니다.
폐라니요, 걱정말고 오세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첨부터 참석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여의치 않는 몸상태 때문에 못가다 이번에는 드뎌 용기를 내어서 10년 만에 만나는 지기와 수다를 떨어가면서 첨 계획과는 다르게 완주하게 되어서 보람도 있고 뿌듯하기 까지했어요...
비록 갔다와서 좀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담 여행코스에 기대를 가지고 얼른 회복시켜서 꼭 참석하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정말 좋은 여행이였어요.
저희팀은 아직은 네임을 잘모르겠지만 우리를 이끌어주신 남자회원님의 입담에 힘든줄 모르고 잼있게 웃으면서 갔어요..
.모두들 시간약속도 참 잘 지키고 눈살찌푸리는 일 하나없이 다들 친근하게 지내는 모습에서 가족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같은 분위기로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일행들챙긴다고 처음오셨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 아쉬웠어요 다음에 오시면 정식으로 인사드릴께요 지인여행은 아직 몇회 안됐지만 오시는분들이 다 적극적으로 서로 도우며 여행을 즐기셔서 진행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몸 잘 추스리시고 다음여행에 가쁜한 몸과 맘으로 다시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