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에서 카나리아에게 외1편
김 유진
로빈슨 클로우스가 되고 싶소!
망망한 대양 한가운데
저 무인 고도에서
하늘의 별과 나누는 무수한 어족들의 대화를 들으며
원시, 자연으로 돌아가
저런 섬에 한 번 살고 싶소!
언젠가, “꿈에 본 이상향!”
그런 아름다운 동산을 가꾸며
카나리아와 살고 푼 욕심은
문명을 외면하는 투정일까?
카나리아! 당신의 음성이 그리울 땐
이렇게 갑판 위에 올라와 파도를 향해 외쳐보오.
섬 숲속, 복음자리 찾아드는 물새들,
카나리아! 그 목소리를 닮은 재잘거림이 석양도 비껴가는 저녁
남지나 바다 위로 물들어 가오.
멀고 먼 뱃길, 어둠을 향해 달리는 밤 배,
그 갑판 위에서 두고 온 섬이 자꾸 생각나
선미船尾를 자꾸만 뒤돌아 보오.
카나리아! 당신의 목소리가 그리운 뱃길
“페르시아 시장”을 연주하는 건반 위의 춤사위처럼
갑판위의 육신이 율동을 하오.
이 밤, 파도가 거센가 보오.
밤이 깊으면 꿈속에서, 버리고 떠나온 작은 섬에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곳으로 당신을 초대하겠습니다.
의절義絶
- 첩의 노래
김유진
추석 명절 때면
엿기름을 내리던 맷돌 소리에
궁합이 맞던 순이 이모
엿 가마 앞에서도 의리가 좋다
아궁이 장작불이 활활 타 올라
가마솥이 펄펄 끓으니
엿 가마를 젓던 언니는 신바람 났다
“울릉도 호박엿 잘도 익어간다
첩의 영신 붙었더냐 ?
어찌 이리 찰떡궁합이더냐……….”
힘차게 젓던 언니의 팔에
맥이 풀려 간다.
펄펄 끓던 가마가 얼음판이 돼 간다
아궁이를 지키던 순이 이모가
슬며시 자리를 떴다.
언니는 분통을 터뜨리며
엿가마를 달군다.
엿가락을 늘이며 한숨짓던 언니는
입술을 매질하며 한탄을 한다.
“ 이 놈의 주둥이 때문에…….”
사랑채 순이 이모는
의 좋던 자매의 연을 끊어 버리고
어딘가로 떠나갔다.
김유진 약력
*방송통신대학교 중문과 졸업
2010<자유문예> 시 등단
'춘천문협' 회원 '文彩시문학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