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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제15부
#약혼식장 밖이 보이는 복도
수혁: (창밖을 보다가 최이사를 돌아보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누가? 누가 형이에요?
최이사: 너는 기주에게 완벽하게 다 뺏겼다. 늘 그랬지만.
수혁: (최이사의 멱살을 잡으며)그게 무슨 소리냐구요!
최이사: (담담하게)기주 말이다. 넌 삼촌으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니 형이야.
수혁: (충격 받은 듯).....뭐라고요?
최이사: 기혜가 니 형을 가졌다는 걸 알고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참을 수가 없었지.
회장님께 말하면은 내 여자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게는 기회가 없었어.
난 평생을 그 질투심 하나만 가지고 살아왔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서.
수혁: 그만해요.
최이사: 내 눈빛이 추하다고 했냐? 너도 나이를 먹으면은 니 형이 가진 여자를 나 같은
눈빛으로 볼게다. 니가 가질 수 없는 여자, 니가 가질 수 없는 엄마, 니가 가질 수 없는 권력.
수혁: (미세하게 손을 떨면서 멱살을 놓는다.)
최이사: 못 믿겠으면은 문 변호사를 만나봐.(수혁을 남기고 담담하게 걸어 나간다.)
수혁: (상당한 충격으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다.)
#약혼식장 밖.
약혼 여행 떠나는 기주와 태영을 배웅하는 승준, 양미, 건이
양미: 와~ 이쁘다. 나중에 약혼식 때..
태영, 기주:ㅎㅎㅎㅎㅎ
기혜: (천천히 로비에서 걸어 나온다.)
태영: (기혜에게 인사하며)저, 고맙습니다. 저희 잘 다녀오겠습니다.
기혜: 갔다 와서 아버지께 인사드리는 거 잊지 마.
기주: 그래... 근데 수혁이가 안 보이네?
기혜: 뭐.. 아직 안에 있겠지. 가는 거 끝까지 못 봐주겠다. 먼저 갈께. (그냥 가 버린다.)
#약혼식 안 계단
계단 바닥을 보며 올라오는 수혁과 내려오는 기혜
기혜: 수혁아.
수혁: (기혜를 올려다본다.)
기혜: 여기서 뭐해? 삼촌 가는 것도 안 보고.
수혁: (계단을 걸어올라 간다.)
기혜: 왜 그래?
수혁: (무시하고 계속 올라간다.)
기혜: 수혁아.
수혁: (멈춘다.)
기혜: 무슨 일 있니?
수혁: (기혜를 보며)아무 일도.... 없어. 먼저 가.(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기혜: (그런 수혁의 뒷모습을 본다.)
#한적한 도로.
태영을 태운 기주의 차가 도로를 달린다.
태영: (운전하는 기주를 보며)아....한 사장?
기주: (고개를 살짝 돌려 태영을 본다.)
태영: 엄....이 보조개 좀 만들어 줄래요? 한사장님 잘 하는 거.
기주: 음?
태영: 아니 여기 쏙 들어가게 보조개 좀 만들어 바봐요. 이렇게. 이~~
기주: (피식 웃으며)왜 그래?
태영: 어~어. 안 만들어요? 그럼 내가 만들어요? (기주의 입안에 손을 넣고 옆으로 벌린다.)
이렇게 이~ ㅎㅎㅎ
기주: 왜 이래?
태영: 잠깐만. 잠깐만. 나 보조개 안 보이잖아. 이쪽으로 얼굴 돌려줘요.
기주: 아니 나 운전 어떻게 하라고.
태영: 아. ㅎㅎㅎㅎ 그렇구나. 그럼 앞에 보면서 계속 이거 만들고 가요.
기주: (어설프게 웃으며 보조개를 만든다.)
태영: ㅎㅎㅎㅎㅎㅎ
기주: (웃다가)나하고 어디 좀 가줘야겠어.
태영: 어디.. 가요? 아니 나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러고 어딜 가요.
기주: 괜찮어. 이대로 가면 좋아하실 거야.
태영: 좋아... 어디 가는데요? 네? 네? 어디 가는 데요?
기주: (태영을 본다.)
태영: 어! 보조개.
기주: (어설프게 보조개를 만든다.)
#태영이 아버지 산소 앞
기주: (꽃을 헌화하고는 절을 한다.)
태영: (그런 기주를 보다가 흐른 눈물을 닦는다.)
기주: 장인어른.(태영을 한번 보고는) 저희 허락도 없이 약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태영: (입을 막고 울듯 한다.)
기주: 오늘 태영이가 너무 예뻐서 보여 드릴려고 데려왔습니다. (태영이의 손을 잡으며)
이 손 보이시죠? 이 손 절대로 놓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 절대로 울리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태영이 쪽으로 돌린다.)
태영: (울고 있다.)
기주: 지금 우는 건 슬퍼서 우는 게 아니고, 아마 눈에 뭐가 들어가서 우는 걸 꺼 입니다.
지금 울면 어떻게.
태영: 안 울게요. 안 울게요.
기주: 장인어른. 저희 잘 살겠습니다. 어... 이렇게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니까 좋습니다.
장인어른.
태영, 기주: (마주보고 웃는다.)
기주: 뭐라고 한마디 해야지. 장인어른께
태영: (고개를 끄덕이며)어..아부지. 저희 잘 살게요.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우리 때문에 아무도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꼭이요.
기주: (태영의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준다.)
#시내 한 도로
차를 몰고 달리는 수혁. 갑자기 유턴을 한다.
#문의원 사무실
문의원과 윤아모가 차를 마시고 있다.
문의원: 거긴 뭣하러 가?
윤아모: 겁먹으라고 일부러 갔지. 사돈 얼굴 볼만하데.
문의원: 함부로 나대다가 산통 다 깨져. 그 일 그르치지 말고 조용히 좀 있어요.
갑자기 문이 열리며 수혁이 들어온다.
여비서: (따라 들어오며)잠깐만 기다리시라니까요.
문의원: 어흠...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수혁: 사모님은 좀 나가시죠.
윤아모: 작은 도련님 흥분하셨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앉아서 얘기해요. 미스 박.
여기 차 좀.
수혁: (성난 목소리로)나가시라고요!
윤아모: (나가다가 수혁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비서와 나간다.)
수혁: (문의원에게 한발 더 다가서며) 제가 온 이유는 아시죠?
문의원: 흐흠.... 앞도 뒤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인가? 내가.. 내가 그 이유를 어떻게..
수혁:(말을 끊으며) 그런 대화법은 국회에서나 통하죠. 정치 몇 년 하셨다고 쓸데없는
처세술만 읽히셨나본데. 제 얼굴 보고 집히는데 있으시면 먼저 털어놓으시죠.
문의원: 어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
수혁: 제 입으로 얘기 하라는 건가요? 당신네들이 한 그 짓거리를 내 입으로 얘기 하라고?
문의원: (탁자를 치며 벌떡 일어나며)어른 앞에서 할 말 못할 말을 가려 해야지. 도대체
무슨 소릴 듣고 싶어 하는 게야.
수혁: (방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골프채를 들어 책상 위 화병을 깬다.)
문의원: (놀란 듯 수혁을 본다.)
수혁: (골프채를 들고 문의원 쪽으로 오며)말해. 당신이 30년 동안 숨겨온 사실을 말해!
당신이 보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걸 말해. 말하라고!
(골프채로 탁자의 커피 잔을 내리친다.)
문의원: 대체..대체 누가...
수혁: 문의원님 말고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이겠죠.
문의원: (잠시 생각하더니)최이사 그놈...회장님이 그놈을 너무 믿었어. 자네..못 들은 걸로 해주게. 지금 꺼내봤자 다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혁: 누가 다치든 내가 알바 아니에요. 난 사실만 확인하면 됩니다.
문의원: 한사장 생각은 안 하나?
수혁: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문의원: 덮어두는 게 좋아. 자네나 한사장이나..
수혁: 그만하세요!
문의원: (수혁의 팔을 잡으며)30년 동안 어떻게 지켜온 비밀인데 난 재선 의원으로
주저앉을 생각은 없어. 삼선, 사선.. 회장님의 힘이 필요하네. 내 딸 윤아를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수혁: 최이사님 말이 맞나보군요. 이렇게 쩔쩔매시는 거 보니.
문의원: 제발... 제발 부탁하네.
수혁: (문의원이 잡고 있는 손을 빼고는 골프채를 바닥에 던지고 돌아서 나가려다 다시
문의원을 보며) 하나만 말씀하세요. 그 사람 어떻게 됐죠?
문의원: ...죽어.. 죽었어.
#유원지. 캠핑카 앞
기주: (캠핑카 쪽으로 가서)아직 멀었나?
태영: (캠핑카 안쪽에서 목소리로)어머. 어머. 잠깐만요. 잠깐만 기달려요. 차에 별 게 별 게 다 있네요. 어머! 여기 부엌 있다. 냉장고 있네. 어머. 어머 웬일이야. 화장실이다.
기주: 어.. 저기. 구경 좀 있다 하고 일단 좀 나오지. 나도 더운데.
태영: (목소리로)네. 나갈게요. 어머. 어머 여기 물도 나오네. 어머 차가워. 와 이런 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야~ 우와~ 침대 있다.
기주: 저기 우리 지금 가는 거 아니니까. 좀 나오지. 나도 옷 좀 갈아입게.
태영: (기주 말 끝나기 무섭게 문을 열고 나온다.)
기주: (갑자기 열린 문에 놀라)아이고야. 깜짝이야.
태영: (기주를 보며)괜찮아요?
기주: 어. 괜찮아. 괜찮아.
태영: 난 준비 다 됐다~(차에서 내려온다.) 나 어때요?
기주: 어.. 좋네. 어울려. 나도 옷 좀 갈아입을게.(차로 들어가려 하는데)
태영: (기주를 막으며) 잠깐만요. 잠깐. 우리 일단은. 이 차 앞에서 멋지게 기념사진 한 장 찍어요. 자~
기주: (그냥 차로 들어가며)아이. 난 싫어.
태영: (그런 기주를 잡으며)아이. 잠깐만요.
기주: 싫어.
태영: 아이. 보조개 한번만 더 보여줘요. 빨리 이~
기주: (태영과 사진을 찍는다.)
태영: (나온 사진을 보며 즐거워한다.)
택배맨: 자전거 시키신 분.
기주: 아.. 여깁니다.
택배맨: 아.. 왔습니다.(자전거를 가져온다.)
태영: 아니 무슨 자장면도 아니고 자전거도 배달이 와요?
기주: 야~ 저게 진짜 여기까지 오네. 사실은 뭐든지 해주고 싶었거든. 파리에서 자전거
탈 때 같이 타고 싶더라고.
태영: (좋은 듯 어깨로 기주를 툭 친다.)
기주: (살짝 굳은 표정 뒀다가 태영을 툭 친다.)
태영: (살짝이 아닌 듯 좀 많이 밀린다. 그러나 행복한 두 사람)
#유원지 안.
같이 자전거 타는 기주와 태영. 호숫가 선착장을 걷는 두 사람. 게임하다가 기주의 장난에 기주를 때리는 태영. 선착장에서 춤추는 두 사람. 선착장에 앉아서 물장구치다가 서로에게 물 뿌리는 두 사람. 그네에 앉은 두 사람. 태영이 살짝 기주의 어깨에 기대고, 그런 태영의 감싸 앉은 기주.
#강가변 다리
수혁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강가.
수혁: (강가로 걸어간다. 강가를 둘러보고는 옛날 생각에 잠긴다.)
#옛날 지금 수혁이 있는 강가.
어린 기주, 어린 수혁은 강가에게 이야기 하고 있고, 기혜는 강에 꽃은 던지고 있다.
어린 수혁: 형. 엄마 뭐해?
어린 기주: 삼촌이라 해야지.
어린 수혁: 형아를 왜 삼촌이라고 그래? 형아.
어린 기주: 그럼 누가 없을 때만 그렇게 불러.
어린 수혁: 왜?
어린 기주: 누나가 싫어해.
어린 수혁: 왜 누나라 그래? 엄만데?
어린 기주: 너한텐 엄마고 나한텐 누나야. 이 바보야. 그리고 난 삼촌이고.
기혜: 기주야 너도 이리와.
어린 기주: (기혜 쪽으로 달려간다.)
어린 수혁: 엄마 나도.
기혜: 수혁인 그냥 있어. (기주에게 꽃을 준다.)
어린 기주: (꽃을 강에 던진다.)
어린 수혁: (기주와 기혜를 본다.)
#현재.
수혁도 어린 수혁과 비슷한 장소에서 회상을 마무리 한다.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린 수혁의 눈에 기혜가 보인다.
수혁: (급히 몸을 숨긴다.)
기혜: (꽃을 들고 강가로 간다.)
수혁: (그런 기혜를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기혜: (강에 꽃을 던지며)오늘 우리 기주 봤어요? 사랑 하나에 매달리는 거 당신 닮았어요.
근데요. 당신한테 미안한데요. 난 기주 말리고 싶어. 둘 다 내 자식인데...
기주가 행복하면 수혁이가 울고, 수혁이가 행복하면 기주가 울고.
차라리 둘 다 우는 게 낳아. (떠내려가는 꽃을 보며 눈을 흘린다.)
수혁: (그런 기혜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참는다.)
#유원지.
고기 구우며 저녁식사 준비하는 태영.
태영: (부채질 하다가 연기 마시고 심하게 기침하며 기주를 본다.)
기주: (노트북으로 일 하고 있다)
태영: (뭐하나... 하고 유심히 본다.)
기주: (이어 마이크를 입 쪽으로 가까이하며)자금의 뒷받침 없는 아이디어는 제가
소용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선물해 드린 책 안 읽어 보셨습니까?
마케팅 불변의 법칙 22번째 조항인데요.
태영: (상당히 더운 듯 남방을 GMS든다.)
기주: 다시 검토하시고 저하고 통화하시죠.
태영: 저기... 한사장님?
기주: (다시 울리는 전화벨로 잠깐 기다리라는 듯한 손짓을 하고는 다시 전화를 받는다.)
예~ 한기주입니다.
태영: (그때 마침 울리는 기주의 문자 메시지 소리를 듣는다.)
기주: (전화 중)아니요. 그건 제가 지난번에 처리해 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태영: (핸드폰을 건내며)저기요. 메시지 왔는데요.
기주: (전화 중)예. 예 그러시죠. (이어 마이크 빼고 태영을 보며)어.. 미안.
태영: 아니. 뭐. 괜찮아요. 뭐. 땀 좀 나고, 배 좀 고프고.
기주: (테이블에 발을 올린다.)
태영: 팔 좀 아프고. 눈 좀 매운 거 빼고는 견딜 만해요. 뭐. 후~ 메시지나 좀 확인
하실래요?
기주: (고개로 핸드폰을 가리키며)그거 좀 읽어주라. 힘들다.
태영: (궁시렁 거리며)힘들어... 뭐가 힘들다고. 참. (기주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덮어 핸드폰을 건내며)저기 이거.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할 꺼 같은데요.
기주: 그것 좀 읽어 주면 안 되나?
태영: 그러죠. 뭐. (핸드폰을 열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약혼 축하해. 마음 같아선
얼굴보고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당신 기절할까봐 못 갔어. 행복해라.
(핸드폰을 닫는다.)
기주: (승경의 메시지에 피식 웃는다.)
태영: (그런 기주를 보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애궂은 고기 쑤시다가) 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본부장님 같은 이런 근사한 여자랑 왜 헤어졌어요?
기주: 어.... 그땐 사랑 어떻게 하는지 몰랐거든. 근데 나 지금은 잘하고 있지 않나?
태영: (기쁜 듯 수긍하려다)아니. 잘하긴 뭘 잘 한다 그래요. 에? 내가 고기 다 굽고,
여기 다 마시고 있구만. 콜록 콜록.
기주: 어.. 미안.(다리를 내리고 태영 쪽으로 간다.) 나도 뭐 좀 할게, 그럼.
(햄을 불판에 두다가 손을 데인다.)아. 뜨거! (손가락을 감싸며)아.. 뜨거.
태영: (기주의 손을 보며)괜찮아요? 봐 봐.
기주: 아우.. 뜨거.. 아~
태영: 아니요. 괜찮아요. 됐어요. 내가 할께요. 내가.
기주: 아니야. 나도 도와줄게. 뭘 하면 되나?
태영: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시내 거리.
혼자 걷고 있는 수혁. 갑자기 내리는 비.
수혁:(손으로 비를 만져본다.)
사람들이 비를 피해 뛰어다니는데, 수혁은 그냥 비를 맞고 그 자리게 서 있다. 그러다가
뛰어가는 한 사람이랑 부딪혀 넘어진다.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넘어진 자시 그대로 비를
맞고 있는 수혁.
#기주 본가. 1층 거실
기혜와 한회장이 앉아 있다.
기혜: 아버지 생각 뭐예요? 얘기해주세요.
한회장: 무슨 생각?
기혜: 아버지도 반대한 약혼이잖아요. 근데 갑자기 허락하신 이유가 뭐예요?
한회장: 차차 얘기 하자. 다 잘 될게야.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기혜: (자리를 박차며)아버지. 저 원치 않는 결혼하고, 원치 않는 아이 낳아서 정 없이
키운 거 맞아요. 그 얘만 보면은 나 닮은 데 보다 그 사람 닮은 데가 보면서 싫었던 것도 맞아요. 하지만 그 얘도 내 자식이에요. 나 기주 아픈 것도 싫지만, 수혁이 아픈 것도 싫어요. 왜 이러세요. 아버지.
한회장: 참는 김에 더 참아. 시간이 흐르면은 다 잊혀지고 덮어질게다.
기혜: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에요. 지금 우리 보세요.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비에 젖어 힘없이 들어오는 수혁.
기혜: (수혁의 상태를 보고는 놀라 달려가며)수혁아. 어디서 이렇게 비를 맞고 다녀.
수혁: (수혁을 살피는 기혜의 손을 치면서)치워. 전처럼 해.
기혜: 무슨 말이야?
수혁: 전처럼 관심 끄라고.
기혜: (슬픈 눈으로 수혁을 바라보는데)
수혁: (갑자기 쓰러진다.)
기혜: (쓰러진 수혁을 살피며)수혁아. 수혁아. 수혁아.
#유원지.
기주가 태영의 눈을 가린 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태영: 아유. 어디 가는 건데요?
기주: 다 왔어. 이제.
태영: (눈을 가리고 있는 기주의 손을 잡으며)이것 좀 놓고 가면 안돼요?
기주: 어.. 어... 놀래기 없기?
태영: 아.. 예~
기주: 자~ 자~ 하나 둘 셋.
태영, 기주: 하나, 둘. 셋!
기주: (눈을 풀어주며)쨘~
태영: (흐릿하게 불빛이 보이는데 눈을 비비고 선명하게 들어오는 촛불들. 감동한 듯
촛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걸음을 옮긴다.)
기주: (태영 쪽으로 다가오며)마음에 들어? 나 이거 하느라고 아주 어깨 빠지는 줄 알았네.
태영: (할 말을 잃은 듯 말을 못 하다가) 너무.. 너무 이뻐요. 고마워요. 정말.
#촛불 장식 안.
기주와 태영이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
태영: 가장 감명 깊에 읽은 책?
기주: 음... 죄와 벌, 적과 흑, 자본론, 마케팅 불변의 법칙, 세계 경제인 영감 등 등..
태영: 한가할 때 하는 일?
기주: 아.. 난 한가한 적이 없어.
태영: 어.... 내일 지구가 멸망을 한다면은?
기주: 안 망해.
태영: 예~ 물론 안 망하겠죠. 근데 만약에.. 만약에 멸망을 한다면?
기주: 날 못 믿나? ㅎㅎㅎㅎㅎ 뭐 남들처럼 사과나무를 싶는다.
태영: 아.. 사과나무. 아! 무인도에 가는데 가져갈 것 세 가지.
기주: 컴퓨터, 자동차....... 상반기 재무제표
태영: 음.... 로또에 당첨된다면?
기주: 에이~ 난 그런 거 안사.
태영: 아까부터 자꾸 왜 그래요. 만약이라고 그러잖아요. 만약에, 만약에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기주: 어.. 그러면. 좋다. 기분이다. 다 줄게.
태영: 누구를요? 나를요?
기주: 응.
태영: 어. 정말요? 아. 잠깐만. 거짓말하고 도망하기 없기예요. 아! 약속.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기주: (약속을 해주며) 그래.
태영: 약속. 나 부자다. ㅎㅎㅎㅎ 음 그리고요. 하루가 25시간이라면 나머지 1시간에는
뭐할래요?
기주: 어.. 그럼 밀린 결제 해야지.
태영: (약속했던 손을 빼며)아유~ 정말. (기주를 따라하며)밀린 결제.. 참. 뭐.. 좋아요.
좋아요. 어 그러면, 어 회사에 마음에 안 드는 부하가 있다면?
기주: 아~ 그럼 조용히 사격장에 데리고 가서 사격을 한다. 가만있어. 내가 물어볼게.
그러면. 음... 자 만약에... 짚차하고 승용차하고 있는데 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
태영: 뭐예요? 재미없게.
기주: ㅎㅎㅎㅎㅎㅎ 아. 그러면 어.. 자동차 배기량하고...
태영: (귀를 막으며)아아아아아... 몰라요. 몰라요. 딴 질문, 딴 질문.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적은?
기주: (귀를 막고 있는 태영의 손을 빼고는)...지금. 너 만나고서부터 지금까지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때야.
태영과 기주가 서로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태영: (갑자기 하늘을 보며)아.. 별 많다.ㅎㅎㅎㅎ
기주: (태영의 말에 슬쩍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영: 하나, 둘, 셋, 넷....ㅎㅎㅎㅎㅎ
기주: (그럼 태영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보인다.)
기주와 태영이 와인 잔을 부딪히고 한잔씩 마신다.
#기주 본가. 수혁이 방.
침대에서 자고 있는 수혁과 그런 수혁을 침대에 걸터앉아 바라보고 있는 기혜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침대에 기대 잠이 든 기혜. 눈을 뜬 수혁은 그런
기혜를 본다.
#다음날 아침. 수혁 방.
뭔가 다짐한 듯한 눈빛으로 옷을 입는 수혁. 그리고 방에서 나선다.
#회사 휴게실
최이사와 마주 앉은 수혁
최이사: (커피 한잔을 마신다.)
수혁: 나한테 그 얘기를 한 이유가 뭐예요?
최이사: 원하는 게 있으니까 했겠지.
수혁: 단답형으로 짧게 말해요.
최이사: 난 이 회사를 가지고 싶다.
수혁: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죠. 난 실력자도 실세도 아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GD자동차 친손자도 아닌 외손자란 타이틀도 이용할 가치가 있나요?
최이사: 니 분노와 질투심. 난 그걸 이용하고 싶다. 한기주 사장에게 이 기업을 통 채로
넘겨 줄 수 있느냐?
수혁: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최이사: 그럼 뭐에 관심 있냐? 목표가 있어야 전략이 있는 거다.
수혁: 난 한사람만 무너뜨리면 되요. 내가 아파한 만큼 그 사람도 아파하고, 내가 받지 못한 사랑만큼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 외면당하면 되요. 나머진 그게 뭐든 최이사님이 다 가져요.
최이사: 허허허허허... 우린 거래가 되겠구나. 원하는 게 다르니까. 그래, 뭐든 할 수
있겠냐?
수혁: 그런 최이사님이 저한테 맹세할 일이죠. 뭐든 할 수 있어요?
최이사: 어렵지 않지. 일단 니 주변에 쓸모 있는 사람들을 다 니 편으로 만들어라. 방법을 가르쳐 주랴?
수혁: 그만 하시죠. 코치는 필요 없으니까. 내 머리 위에 앉을 생각 하지 말란 말입니다.
최이사: (커피를 한잔 더 마신다.)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승준.
#GD자동차 회사 앞.
기주를 마중 나오는 수행원과 승준.
기주: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는 태영의 손을 잡아준다.)
태영: (그런 기주의 손을 잡으며 차에서 내린다.)
승준: 잘 다녀오셨어요?
기주: 그래. 잘 다녀왔다. 고맙다.
승준: (태영에게 인사하며)별일 없었고요?
기주: (피식 웃으며)아버지 출근하셨어?
승준: 아. 그럼요. 일찍 나와 계세요.
기주: 알았어. (태영에게)가자.
태영을 에스코트하며 들어가는 기주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만 승준은 한숨을 쉬고는 따라
들어간다.
#GD자동차 회사 로비
태영과 기주가 수행원과 승준 앞쪽에서 걸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지나가는 사원들이
기주를 보고 인사한다. 그러다 수혁과 마주친 태영, 기주.
기주: (태영을 한번 보고는)일찍 출근했다.
수혁: 어.(태영을 보며)잘 다녀왔니?
태영: (밝게)응.
수혁: (기주를 보며)볼일 봐. 난 바빠서. (그냥 가버린다.)
기주, 태영:(그런 수혁을 한번 돌아본다.)
기주: (태영을 잡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승준: (기주를 따라가다 수혁이쪽을 돌아본다.)
#한회장 사무실
노크소리와 함께 여비서가 들어온다.
여비서: 사장님 오셨습니다.
기주: (태영과 함께 들어와 한회장 쪽으로 같이 걸어간다.)
태영: (인사하며)저희 잘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기주: (태영의 호칭에 살짝 놀라며)다녀왔어요. 아버지.
한회장: 니가 가르쳤니?
태영: 아닙니다.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회장: 입에 붙지 않는 소리 듣기 거북하구나. 억지로 하지 마.
기주: 귀에 익지 않아서 그러실 거예요.
한회장: 뭐든 간에. 얼굴 봤으니 가봐.
태영, 기주:(동시에)아버님/아버지
태영: (기주를 한번 보고는)괜찮으시면 저희 차 한 잔 주시면 안 될까요? 아침이라 바쁘신 줄은 알지만 시간 많이 뺏진 않겠습니다. 저희 차 한 잔 주시고, 얼굴도 좀 더 뵈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기주: (그런 태영을 바라본다.)
한회장: ㅎㅎㅎㅎㅎ 딴에 용기를 내서 하는 말이다만, 너한테 줄
차도 시간도 없다.
기주: 아버지 정말 너무 하시네요.
태영: (기주에게)괜찮아요. 예~ 그럼 다음에 꼭 한잔 주십시오.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회장에게 인사하고는 기주에게)나오지 마세요.
기주: 아니야. 내가 앞에까지 나 갈께. 이따 뵐게요. 아버지.
한회장: (나가는 태영과 기주를 보다가 인터폰으로) 최비서. 들어와.
최비서: (들어와 한회장 앞에 선다.)네, 회장님.
한회장: 내가 시킨 거 오늘부터 해.
최비서: 네.(인사하고 나간다.)
#기주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오는 기주 눈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수혁이 들어온다.
수혁: (의자를 돌려 기주를 본다.)
기주: 뭐.. 하는 거야?
수혁: 삼촌 의자는 참 좋네. 푹신하고 편안하고. 한번 앉아봤어. 어떤 기분인가.
기주:........
수혁: 일어날 거야.(일어나며)앉아 있는 다고 내 자리 되는 것도 아닌 걸.
기주: 나한테 무슨 할 얘기 있니?
수혁: 삼촌.
기주: 어. 그래. 얘기해.
수혁: 삼촌.
기주: ....
수혁: 26년이나 삼촌이라 불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낯설지?
기주: ... 너 노닥거리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니야. 가서 일해.
수혁: 해야지. (기주 쪽으로 걸어간다.) 삼촌도 이제 약혼식 끝났으니까 회사일 제대로
해야겠네.
기주: 내가 언제 일 안 한적 있냐?
수혁: 더 잘하라고. 나보다 더 잘. 난 연애 안 하니까 회사일 말고는 할 게 없거든. 갈게.
(그냥 가버린다.)
기주:(복잡한 표정)
#회사 복도
기주 사무실에서 나온 수혁이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승준이 수혁을 부른다.
승준: 수혁아.
수혁: (돌아본다.)
승준: (수혁 쪽으로 걸어오며)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수혁: 삼촌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은데.(하곤 뒤돌아 가는데)
승준: 니 얘기야. 아침에 최이사 만나는 거 봤다.
수혁: (돌아서 승준을 본다.)
승준: 왜 만난 거야? 최이사가 뭐라 그래?
수혁: 별 얘기 안 하던데. 그냥 회사일 재미있냐고.
승준: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최이사 가까이 하지마라. 뭐 알아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회사 안 밖으로 자기편 만드는 모양이야.
수혁: 나랑 편먹어 뭐하겠어. 삼촌 그늘이 세상 전부인줄 아는 겁쟁이를. 갈께.
승준: (돌아가는 수혁을 보다가 자기도 돌아간다.)
수혁: (혼자말로)겁쟁이라. 더욱 내 편이 필요한건지도 모르지.
(걸어가다 멈춰서 전화를 건다.) 문윤아 씨, 자리에 계십니까?
#GD자동차 회사 로비
기운 없이 걸어 나오는 태영. 아까 로비에서 만난 수혁이를 생각하다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회사 휴게실.
수혁이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고, 윤아가 수혁에게 다가온다.
윤아: 거봐요. 윤수혁 씨가 먼저 연락할 일 있을 거라고 했죠?
수혁: 착각하지 마. 니 계략에 날 끌어 들인 게 아니라 내가 널 끌어들이는 거야.
윤아: 아무러면 어때요. 목표가 같으면 손잡는 거죠. 형하곤 얘기 좀 했어요?
수혁: 그렇게 입조심 못할 거면 꺼지고.
윤아: 확인한 거예요. 확실히 들었는지. 이제 우리 원하는 걸 말해볼까요?
수혁: (말을 하려는데 태영이 눈에 들어온다.)
윤아: (이상한 수혁에 돌아보고는 태영이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태영: (수혁, 윤아 쪽으로 걸어온다.)
윤아: 뭘 그렇게 놀라? 버림받은 사람들끼리 위로 좀 했어.
태영: 나 너한테 볼일 없거든. 자리 좀 비켜줄래?
윤아: (수혁을 한번 보고는)그러지 뭐. 근데 지금 니 눈빛, 너무 애틋한 거 아니? 나중에
뵐게요.(간다.)
#카페 안.
수혁과 태영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태영:(반지 보이지 않게 잔 뒤로 숨긴다.) 약혼식 끝나고 너 찾았는데, 없더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또 오늘 아침엔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가고. 그래서 너 얼굴도 볼 겸. 인사도 할 겸. 다시 왔어.
수혁: 봤으니까 됐지? 가.
태영: 수혁아.
수혁: 왜. 더 할 말 있어? 삼촌하고 예전처럼 지내라는 말 하고 싶어? 그렇게 안 돼.
삼촌하고도 똑같은 얘기 지겹게 했어. 죽을 때까지 얼굴 안 봐도 되는 사람들이면
더 심하게 했을 거야.
태영: 너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편하게 보자면서.
수혁: 그만 취소야. 니 약혼식 날, 모든 게 바꼈어.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 넌 상상도 못해. 생각 같아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꺼 같아. 아니 할 거야. 니가 다쳐도
삼촌이 다쳐도 할 거라고.
태영: 너 왜 이러니? 나 때문이야? 그런 거야?
수혁: 알 꺼 없어. 니 얼굴 보기 싫다. 가!
태영: (자리에서 일어나 가다가 수혁이를 한번 다시 돌아보다가 간다.)
수혁: (살며시 태영의 잡았던 잡 손잡이를 잡는다.) 내가 뭘 한 거니? 너한테만은 상처주기 싫은데. 정말 싫은데.
#길거리.
그냥 길을 걷고 있는 태영.
#기혜 가게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기혜
태영: (가게에 들어오며)안녕하세요.
기혜: (고개를 돌려 태영을 본다.)
태영: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기혜 쪽으로 간다.) 저희 잘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도착했어요.
기혜: 나 두 사람 허락한 적 없어요. 그러니까 어딜 가든 오든 일일이 인사할 꺼 없단
얘기예요. 서로 불편하게 왜 이래요?
태영: 전에 제가 없이 산거, 공부 많이 못 한 거, 부모님 안 계신 거, 맘에 안 드신다고
하셨죠?
기혜: (태영을 본다.)
태영: 돈은 빚 갚는 대로 열심히 저축하겠습니다. 그리고 공부는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부모님 안 계신 건 제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조건이 다 부족하지만 기주 씨 좋아하는 마음만은....
기혜: (태영의 말을 끊으며)강태영 씨. 강태영 씨 때문에 우리 집 분위기 지금 무덤
속이예요. 근데 뭐가 이렇게 당당해? 기주가 아버지나 내 앞에서 감싸주고
나서주니까 우리 우습게 보여요?
태영: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
기혜: 나 지금 기주 마음 다칠까봐 제대로 막지 못한 거 땅 치며 후회하는 중이니까 내
앞에서 착한 척, 속 넓은 척, 내숭 떨지 말아요. 그게 더 안 좋으네. 알았으면 그만 가 봐요.
태영: .......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가려다)날씨 무척 덥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인사하고 돌아선다.)
기혜: (그런 태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CSV 극장.
복도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태영과 양미.
양미: (태영을 툭 치며)아유~ 그걸 믿으라고? 어? 아니 가능한 남녀가 산토끼랑 다람쥐
밖에 없는데서 그것도 단 둘이. 밤은 지새는데 그게 아무 일도 없어다는 게 말이
되냐? 어유~ 참.
태영: (컵을 손님에게 건낸다.) 맛있게 드십시오.
양미: (태영과 동시에)맛있게 드세요.
태영: 야. 산토끼랑 다람쥐는 왜 무시 하냐?
양미: 서비스 입니다.
태영: (컵에 음료수를 따른다.)
양미: 그러니까 언니가 먼저 확(하며 태영을 민다.)
태영: (그 바람에 음료수를 쏟는다.) 어머. 어머. 죄송합니다. (양미를 치며)쫌... 죄송합니다.
다른 걸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예~ (다른 잔에 음료수를 따르고) 모닝커피입니다.
양미: 맛있게 드십시오.
태영: 여기 있습니다.
여관객1: (잔을 받으며)감사합니다.
여관객2: (태영을 보며)맞죠?
태영: 네?
여관객1: 재벌이랑 약혼한 신데렐라요. 제가 신문에서 봤는데. 맞죠? 그래 딱 이 표정이야.
태영: (민망한 듯 얼굴을 가린다.)
여관객2: 맞다. 맞다.. 어떻게.
양미: 눈썰미 좋으시네. (태영의 손을 잡으며)이 약혼반지 보이시죠?
여관객1: 어머 너무 이쁘다.
태영: (손을 빼며)아, 감사합니다.(하며 급히 양미를 데리고 간다.)
여관객2: 어머 좋겠다.
태영: (양미를 보며)너 왜 그래. 자꾸.
양미: (태영의 어깨를 치며)아니 내가 거짓말 했냐? 아니 그러고 재벌이랑 약혼한 게
뭐 죄야? 나 같으면 동네방네....
태영: (맞은 어깨를 만지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양미: 왜 그래? 화났어?
태영: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최비서 앞에 선다.) 안녕하세요.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최비서: 일거수일투족.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라는 회장님 지시입니다.
태영: 예. 제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실려고 오신 거예요?
최비서: 잘못하는 거에는 관심 없습니다. 어떤 잘못을 하는지 어떤 언행을 하는지 누굴
만나 회장님 댁 격을 떨어뜨리는지 그건만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태영: 예. 알겠습니다. (씩씩하게)열심히 지켜봐 주십시오. 전 바빠서 이만. 양미야. 청소
한번 할까?
최비서가 서 있는 바닥만을 닦는 태영와 양미.
태영, 양미: 아이고. 죄송합니다.
최비서: (대걸레를 피하다가 뒤에 의자를 못 보고 넘어져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과
부딪힌다.)
태영: 괜찮으세요? 아이고 미안해라.(무표정으로 다시 바닥을 닦아 간다.)
최비서: (황당한 듯)
#태영집 앞 골목
필보가 골목 안쪽에 서 있고 건이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필보: 이놈아가 올 때가 됐는데.
(살짝 몸을 돌려 계단을 보다 건이를 발견하고 옷깃을 올려 숨는다.)
건이: (필보를 툭 밀며)숨긴 뭘 숨어. 다 봤는데.
필보: 이야~ㅎㅎㅎㅎ 봤나? ㅎㅎㅎㅎ 아이고마, 우리 아들 못 본 사이에 디게 많이 컸네.
그라고 마. 이 아버지 안 보고 잡더냐?
건이: (모자를 벗고 필보를 때리며)작작 좀 해. 지겨워 정말. 나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보고 싶긴 뭐가 보고 싶어? 아빠 미워. 미워. 미워 죽겠다고.
필보: (선글라스를 벗으며)아들아. 아버지가 있잖아. 우리 아들 줄라고
(뒤에서 상자 하나는 꺼내 주며) 짠~ 운동화 안 사왔나.
건이: (상자를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며)누가 이런 거 사달래? 난 아빠가 필요해. 운동화랑 밥 먹어? 운동화랑 목욕 가? 운동화랑 엄마 얘기해? 아빤 정말 아빠도 아니야.
필보: 아들아. 아부지 있잖아. 이 꼭 다시 돌아올게. 약속 할 꺼마. 아부지, 영화 대박 나가 아부지 빚 다 갚고 있나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올 꼬마. 약속할게. 그러니까네 누나 말 잘 듣고, 밥 많이 먹고 안 있나? 알았지? (건이를 안아주고는)갈 꼬마.(한 번 더 앉아 머리를 쓰다듬고 가버린다.) 들어 가레이.(손을 흔들며 뒤도 계단을 내려간다.)
건이: (울 듯한 건이)
태영: (계단 위쪽에서 나타나며)건아. 왜 그러니 어? (계단을 뛰어 내려와 건이를 잡으며)야. 야 너 왜 울어? 어? 누가 때렸어? (얼굴을 살펴보며)누가 때린 거야? 아니 누가 건이 를 울렸어?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우리 건이 울렸어?
건이: 누구겠어. 강필보지.
태영: 아빠 왔다 갔냐? (계단을 둘러보며)작은 아버지 어디 있어요? 나와요? 건이 부친?
얼른 못 나와요? 좋은 말 할 때 나와요.
건이: 나올 사람이면 그러고 갔겠어? 누나 목만 아퍼.
태영: (기침을 한번 하며)그러네. 아프네. (바닥에 있는 상자는 주우며)건아. 아빠 춥고
배고프면 들어올 꺼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응? 내가 진짜 맛있는 밥 해줄게. 우리 시장갈까? 오케이? 가자. 가자.
건이: (필보가 준 운동화 상자를 자기가 든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최비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회장 사무실.
전화 받고 있는 한회장
한회장: 다른 눈치는 없고?
[최비서: 네. 아들만 몰래 만나고 갔습니다. 강태영 씨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회장: 그래, 알았어.
기주: (한회장 앞에 앉아 있다.)
한회장: 수시로 보고해.(전화를 끊는다.) 대한은행하고는 어떻게 되가?
기주: 서류 준비는 끝났고, 다음 주에 들어가서 싸인만 하면 되요.
한회장: 싸인만 하면 되는 걸 누가 몰라? 싸인을 하는 게 어려운 게야.
기주: 차질 없이 진행할게요. 저한테 더 하실 말씀 없으세요?
한회장: 그 아이 이름이 강태영이라고? 주말에 시간 내라고 해. 세상 들썩하게 내 집
며느리인거 광고했는데 밥은 한 끼 먹어야지. 나가봐.
기주: (아무 말 없이 나간다.)
#기주 사무실
기주가 들어오고, 기주를 따라서 승준이 들어온다.
승준: (신문을 들고 들어오며)신문 보셨어요? 석간에 정학선배 인터뷰 났네요?
기주: (신문을 본다.)
'J모터스 자금난으로 신차개발 난항'
기주: 얘는 어떻게 사진에도 기름기가 흐르냐? 모임 이후에 연락 없었어? 너한테 관심 많은 눈치던데.
승준: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회사 기밀을 좀 많이 알고 있는데.
기주: 그래서.
승준: 네?
기주: 기왕이면 좀 많이 받아라. 헐값에 넘어 가지 말고.
승준: 아이참.. ㅎㅎㅎ
기주: 오피스텔 어떻게 됐어?
승준: 예. 청담동 꺼 비워놨어요. 넘버랑 비밀번호 그대로고요. 근데.. 독립하세요?
기주: 독립이 아니라, 가출에 더 가깝겠지. 나 수혁이 잠깐 보고 올께.
#사내 식당.
기주랑 똑같은 석간신문 보면서 밥 먹고 있는 수혁. 그런 수혁의 눈에 기주가 들어오고
신문을 놓고 밥 먹는 수혁. 기주가 들어서자 밥 먹고 있던 사원들이 인사를 한다.
그 인사를 받아주고 수혁 앞에 앉는 기주.
기주: 왜 여기서 혼자서 밥을 먹어?
수혁: 사내 식당이 어때서? 나 삼촌 아니야.
기주: 수혁아. 이따 시간 괜찮으면..
수혁: (기주 말을 끊으며)그만 좀 하지? 착한 삼촌 노릇 그만 좀 하라고! 밥 맛 없으니까.
기주와 수혁을 주목하는 사원들.
#회사 계단.
'퍽' 소리와 함께 계단 난간으로 쓰러지는 수혁. 난간을 잡고 간신히 서 있는데.
기주: (수혁에게 다가오며)윤수혁. 니가 이러고도 사내새끼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너 왜 이렇게 꼬였어!
수혁: 훗... (똑바로 일어서며)피가 다르긴 다른가 보네. 난 아무리 화가 나도 삼촌 얼굴에 주먹질을 못하겠던데.
기주: (수혁의 멱살을 잡으며)뭐라고!
수혁: 고마워. 삼촌. 맞고 싶은데 때려줘서. 정말 고마워.
(기주 손을 치우고 계단을 내려간다.)
기주: (그런 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수혁: (입가에 맺힌 피를 닦으며 계속 계단을 내려간다.)
기주: (흥분한 마음을 갈아 앉히는 듯)
수혁: (계단을 더 내려가서는 계단에 기대서 선다.) 정말 고마워. 삼촌. 내가 하고 싶은
쓰레기 같은 일에 이유 만들어 줘서.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한다.) 윤수혁입니다.
퇴근 후에 저 좀 보시죠.
기주: (계단에 앉아서 수혁을 때린 자신의 손을 본다.)
#태영 옥탑방.
태영과 양미가 벽을 응시하고 있다.
태영: 꼭 이래야 겠냐?
양미: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응. 이제부터 저게 내 인생의 목표야. 어떻게 생각해 건아?
건이: (필보가 사준 운동화를 손에 끼고)누가 썼는지 원. 카피가 너무 상투적이야.
'극장 매점아가씨! 자고나니 신데렐라'라는 기사를 벽에 붙힌 양미.
태영: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때라. 어?
이때 울리는 태영의 핸드폰
태영:(기주임을 확인하고)예, 저예요.
#기주 오피스텔.
창밖을 보고 서 있는 기주.
태영: (들어오며)와~ 운동장이네. (오피스텔을 둘러보며 기주 쪽으로 다가간다.)여기 넓고 정말 좋으네요. 근데 여기는 왜요?
기주: 맘에 드나 보라고. 일단은 내가 살 거고, 이단은 너하고 같이 살 거니까.
태영: 집 나올려구요?
기주: 여러모로 생각할 때, 그래야 될 꺼 같아.
태영: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요. 뭐 안 좋은 일 있죠?
기주: (고개를 끄덕이나 싶더니만 흔들며)아니.
태영: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기주 흉내를 내며)'그런 건 묻지 말지.' 그럴 꺼죠?
기주: ..오늘 누굴 좀 때렸는데, 내가 아프네. 아프니까 힘드네.
태영: 누굴 때려요?
기주: 그런 건 묻지 말지.(다시 창밖을 본다.)
태영: (눈을 돌려 오피스텔을 둘러보다가 슬며시 뒤로 가서 불을 끈다.)
기주: (그런 태영을 의아한 눈으로 본다.)
태영: (다시 기주 쪽으로 다가와서는 불어로)봉슈아 무슈~ [안녕하세요.]
기주: (피식 웃는다.)
태영: (불어로)저와 한곡 추시겠습니까?
기주: (불어로)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오직 한 여자와만 춤추거든요.
태영: (불어로)아주 예쁜 여잔가 보죠?
기주: (불어로)얼굴 보단 마음이 예쁘죠.
태영: (불어로)어떻게 알죠? 마음이 보이나요?
기주: (불어로)보여요. 자기 마음의 상처보다 내 마음 상처에 눈물부터 맺히는 여자거든요.
그리고... 아파하는 날 위해 춤을 청할 줄 아는 멋진 여자거든요.
서로 마주보고 있는 기주와 태영.
태영: 마음이 상처한테 춤을 추자는데 여자 울어요? 뭐지? 무슨 여자가 이렇게 이상해?
기주: (웃는며 다시 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태영: (기주의 팔을 살짝 잡는다.)
기주: (자신의 팔을 잡은 태영의 손을 보다가 태영을 보는데)
태영: 내가... 안아줄까요? 상처 나면 붕대 감잖아요. 마음의 상처에 붕대 감는 셈 치고.
(조심스럽게 기주를 안았다가 떨어진다.)
기주: (태영을 받아들이듯 안는다.)
#어느 한 바
수혁과 최이사가 앉아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다.
수혁: (술을 한잔 마시고) 신문 보셨어요? 오늘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났더라구요. J모터스 아시죠? 신차개발이 난항이라던데.
최이사: 그래서.
수혁: J모터스 대표가 박정학이예요. 삼촌하고 잘 아는 사이고요.
최이사: 이제야 칼을 뽑는구나.
수혁: 뽑긴 제가 뽑아 쓴데, 휘두르는 건 최이사님이 해주셨으면 해서요.
최이사: 손에 피 뭍이기 싫다, 나쁘진 않아. 니 손이 나마 깨끗해야 기혜한테 낯이 서지.
수혁: 앞으로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우리 엄마 얘기 하지 마세요.
최이사: 그래. 그렇게 하지. 그래 뭘 어떻게 휘둘러 줄까?
수혁: 자금 때문에 신차개발이 난항이면 자금줄을 터줘야지요.
최이사: 남의 밥그릇 비었다고 내 밥 퍼줄 수야 있나?
수혁: 제 밥그릇 아니에요. 삼촌 밥그릇이죠.
최이사: ㅎㅎㅎㅎㅎㅎㅎ 마시자.
수혁: (최이사와 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신다.)
#다음날. 기주 사무실
기주: (자리에 앉으며)뭐? 뭐가 어떻게 됐다고?
승준: 대한은행에서 결재를 보류하겠다고....
기주: 이유가 뭐야?
승준: J모터스 쪽에서 로비를 한 모양이에요.
기주: (생각하다가)은행장 연결시켜.
승준: 지금 골프장에 있데요. 박정학 사장이랑.
기주: 차 준비시켜. 뭐하는 거야?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아! 그리고 너 골프채 있지?
그것도 싫어.
#골프장 안 카페
정학: 맨날 사무실에만 있다가 이렇게 나오니까 숨통이 탁 트이네요.
은행장: ㅎㅎㅎㅎ 박사장 덕분에 제가 호강합니다.ㅎㅎㅎ 근데 이 폼이나 제대로 나올 런지
모르겠습니다.
정학: 너무 그렇게 빼시면 오히려 제가 더 긴장합니다. 나가시죠.
은행장: 그럽시다.(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주: 아, 여기들 계셨네요.
정학: (굳은 표정으로 기주를 본다.)
은행장: 아니.. 여긴 어떻게.
기주: 라운딩 하기에 좋은 날씨여서요. (정학을 보며) 잘 지내냐?
정학: 그럭저럭. 넌 좋아 보인다.
기주: 그래? 여기 올 일 없었으면 더 좋아 보였을 텐데.
#골프장 홀
은행장: (가장 먼저 티샷을 날린다.)
기주, 정학, 승준, 캐디들:(박수를 치며) 굿 샷~
정학: 역시 소문대로시군요.
은행장: 역시 클럽을 바꾸니 효과가 나네요. 역시 비싼 거는 뭔가 있다니까요.
정학: 그럼요. 원래 돈 들인 만큼 제값을 하는 법이죠. (티샷을 친다. 그러나 영 이상한
데로 간 듯.) 저도 이번에 새로 바꿨더니 손에 익지가 않네요.
기주: (장갑을 끼며) 잭 니클라우스가 얘기 했던가? 내 기술은 의심해도 내 클럽은
의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 이외에 어떤 것도 비난하면 안 되잖아.
비겁하잖아.
정학: 넌 말로 치냐?
기주: (공을 꼽고 폼 한번 잡는데)
정학: 야. 그게 뭐냐? 고물상에서 빌려왔냐? 도대체 그런 건 얼마나 하냐?
기주: 승준아, 이거 얼마냐?
승준: 그거 중고예요. 단품으로 45만원 줬어요.
정학: (기가 막힌 듯)미치겠네. 야 진짜 저거 니 꺼 맞어?
승준: 예. 우리 사장님 저보다 더 골프 안치시거든요.
기주: 공을 치는 건 클럽이지만 (힘차게 티샷을 날린다.)
캐디들: (박수를 치며)굿 샷~
기주: 그 클럽을 휘두르는 건 나지.
정학: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준다.)
#골프장. 마지막 홀. 마지막 퍼팅
은행장: (아깝게 홀인을 놓친다.)
정학: 아~ 아깝습니다. 이거 죄송해서 어떻하죠? 이렇게 되면 제가 이긴 겁니다.
(공을 놓고 쉬운 퍼팅을 놓치고 아까워 한다.) 아~~~
기주: (공을 놓고 신중하게 퍼팅을 시도한다. 그리고 홀인) 예스~
정학: (인상이 구겨지고)
기주: (은행장과 정학 쪽으로 가며)죄송해서 어떻게 하죠? 제가 이긴 거 같은데.
은행장: (기주와 악수를 하며)축하합니다.
기주: 고맙습니다.
정학: (기주와 악수하며)넌 일은 안 하도 볼만 쳤냐?
기주: 글쎄. 파리가기 전에 치고 처음인거 같은데. 제가 골프를 잘 못 칩니다. 그렇지만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미숙한 플레이어는 해저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를
쓰고 샷을 구사하지만, 현명한 플레이어는 안전한 곳을 향해서 샷을 구사하지요.
저희 회사 대출 권을 유보하셨다고요, 한타 만회하시겠다고 해저드에서 허우적거리는
일 부디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골프장에서 나오는 길
기주: 그 채 진짜 45만 원짜리야?
승준: 아. 아니에요. 25만원이에요.
기주: ㅎㅎㅎㅎ
승준: 꿀리기 싫어서 그냥 그렇게 많이 부른 거예요.
기주: 그럼 어때? 450만 원짜리도 이겼는데. 꿋꿋하게 살자고.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한다.) 여보세요. 어. 일 끝났어? 오늘 집에서 저녁 먹기로 한 거 알지? 그래
준비해. 데릴 러 갈께.
#기주 본가 앞
기주의 차가 대문 앞에 주차되고 기주가 열어주는 문에서 태영이 기주의 손을 잡고 나온다.
태영: 대문이... 대문이... 남대문이에요.
기주: ㅎㅎㅎ 긴장돼?
태영: 예. 조금요. 잠깐만... 아.에.이.오.우.마.메.미.모.무.
기주: 뭐하는 거야?
태영: 웃을 때 경련 날까 봐요. 집에서 미스코리아 미소도 연습 많이 했거든요. 볼래요?
(진짜 미스코리아 말투로) 안녕하십니까, 미스 창신동 진 강태영입니다.
기주: 아니, 무슨 입만 크게 벌리면 미스 코리아인가? 들어가지?
태영: 예? 예. (기주의 손에 이끌려간다)
#기주 본가 앞 마당
기주와 태영이 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태영: 아.. 떨려요.
기주: 괜찮아.
태영: (기주의 집을 보며)우와~
그런 둘을 마중 나온 수혁
태영: (수혁을 보며 미소 짓는데)
수혁: (기주를 보며)왔어? (태영을 보며)왔어요?
또 다시 셋 사이에 긴장감이 감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