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에 마흔 아홉 살인 미국인 신부와 결혼했던 한국 여성 조안 리. 그녀는 자신의 나이가 마흔 아홉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의 과거를 수필집으로 엮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그녀의 저서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을 읽어 보면 독자들은 '사랑'만 있다면 부부 사이의 나이, 신분, 국적의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라틴어에도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의 '옴니아 빈치트 아모르'라는 속담이 생긴 것일까.
'사랑'이란 이처럼 한 번 볼이 붙으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남녀 사이를 연인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 사랑이 식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서로 미워하게 되고 이별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 남자가 세 번째 여자를 사랑하게 되자 아이 하나를 둔 두 번째 여자와 헤어지면서 위자료는 일 년 후에 준다고 약속했다고 하자. 그러면서 한동안은 양육비를 보내 주다가 아무 이유 없이 중단해 버렸고 그 세 번째 여자는 두 번째 여자의 집에 수 개월간 밤마다 전화를 걸이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면 독자들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 남자는 두 번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할 때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주고, 두 명의 자녀의 양육비로 20년 동안 매달 백만 원을 주기로 합의 이혼했으면서도, 두 번째 여자와 이혼할 때는 전세방 하나만 얻어 주고도 이혼에 성공했다.
두 번 이혼 후 세 번 결혼한 남자. 그러면서도 두 자녀를 둔 첫 번째 부인에게는 양육비를 보내 주면서도 한 자녀를 둔 두 번째 부인에게는 위자료도 안주고 양육비도 안 보내주는 남자. 그 사람은 부도덕한 남자일까. 아니면 재주가 좋은 남자일까.
그 남자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30대 이혼녀인 M. 그녀가 그 남자를 알게 된 것은 그녀 나이 스무 살 때 그녀가 어렵게 얻어 들어간 서울 근교의 한 직장에서였다. 그 직장의 사장이었던 그 남자는 그녀를 본 순간 사랑을 느끼고 친절하면서도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식이 있고 부인까지 둔 그 남자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기는 했어도 가정 사정상 다른 직장을 구해 떠날 수가 없었다. 집요한 그 남자의 구애작전이 계속 될수록 스무 살인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본부인 몰래 애정행각을 3년 이상 지속하다가 '그녀만을 사랑하겠노라'는 그 남자의 달콤한 속삭임에, 그때까지 모아둔 그 남자의 모든 재산을 본부인에게 위자료로 넘기고 동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고, 아버지가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사랑가지 남편에게서 한꺼번에 보충받으면서 그녀는 날마다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었다.
사랑만 있으면 10년 이상의 남편과의 나이 차이나 학력 차이도 문제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의 결혼 생활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의식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번창시켰고, 즐겁게 여행을 다녔으며, 매일밤 달콤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결혼 후 남편의 잦은 전화 확인이나 외출 제한에도 젊은 부인인 자기를 끔찍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했지, 젊은 부인들 둔 나이든 남편의 질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자신의 남편이 일찍 죽더라도 평생을 수절하면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다짐도 혼자 수차 해 보았다.
그런 남편이 결혼 생활 5년이 넘으면서부터 외박이 잦고, 생활비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이혼 이야기를 꺼내면서 난폭해지고 다른 여자가 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처음 자기를 유혹하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첫사랑이 된 남편에게 자기는 괜찮으니 결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말라고 이야기 했으나, 평생 자기만을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는 절대로 쳐다보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던 남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처녀라면 몰라도 나이가 자기보다 많은 유부녀와 정을 통하고 이혼을 강요하면서 자기 남편이 세 번째 결혼을 생각 한 것이다.
그런 남편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주면서 그녀는 일 년 뒤에 위자료를 받기로 하고 전세방 하나만 얻어 서른 나이에 이혼녀가 되어 아이와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몇 달 후 아이 양육비는 끊겼고 그녀의 안방을 차지한 세 번째 부인은 밤마다 몰래 전화를 걸어 그녀를 괴롭혔던 것이다.
바보처럼 이혼 도장을 순순히 찍어주고 자기를 버렸지만 남편에 대한 미움보다는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그녀는, 밤마다 괴롭히는 전화의 주인공이 남편의 세 번째 여자였다는 사실을 전화국 추적을 통해서 확인한 후, 그동안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었던 분노와 복수심이 폭발해서 불안, 불면, 공포,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그래서 법적으로 위자료와 자녀 양육비를 청구해서 처음 남편이 주기로 약속했던 위자료보다 다섯 배나 더 받아 냈으며, 그 동안 끊긴 양육비도 매달 통장에 입금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헤어진 것을 요즘에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 남편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남자와도 결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세 번째 여자와 살고 있는 남편의 말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한다.
스무 살에 사랑을 배웠고, 서른에 이혼을 당했던 여자.
그녀는 언제쯤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평생을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회상하면서 혼자서만 살아갈 것인가.
오세원 / <남자는 질투 여자는 사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