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곱게 핀 이 가을 어느 들길을 걸을 때 꽃처럼 환하게 웃는 소녀가 곧 달려나올 것만 같다. (박인걸·목사 시인)
+ 코스모스
저 길로 오실 게야 분명 저 길로 오실 게야 길섶에 함초롬한 기다림입니다
보고픔으로 달빛을 하얗게 태우고 그리움은 하늘 가득 물빛이 되어도 바램을 이룰 수 만 있다면,
가냘픔엔 이슬 한 방울도 짐이 되는데, 밤새워 기다림도 부족하신지 찾아온 아침 햇살에 등 기대어 서 있습니다 (오광수·시인, 1953-)
+ 코스모스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꽃이옵니다. (조정권·시인)
+ 코스모스
누가 저 가녀린 목덜미께로 하현달 한 토막쯤 걸어놓았나
홍역 앓던 막내 놈 불질하던 열꽃을 바람 놈이 사알짝 얹혀 논 게야
역마살로 떠돌던 햇볕 한 조각 손톱 끝에 아려오던 생살 저린 그리움도 상심한 이 계절에 꽃물 들어 내리었거니
가슴 속 깊디깊은 가장자리에 비밀한 연서 한 쪽 색실 고운 명주실로 엮어 올릴까,
속삭임도 공해란다 붉은 입술 파르르 그 속에 내가 앉아 너를 보는 오늘은. (최광림·시인)
+ 코스모스
어릴 적 코스모스는 내 키보다 더 컸다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삽짝에 서서 날 반겨주고 떠나올 때도 손짓으로 나를 보냈다 "잘 살아야 한데이" 어머니의 걱정에 눈시울 뜨거워지고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코스모스는 울어머니꽃 해마다 코스모스 필 때 어머니도 거기 서 계실지. (이춘우·시인, 경북 영덕 출생)
+ 칠월의 코스모스
가을까지 기다리기엔 그리움이 너무 깊어
뜨거운 태양의 시선도 뒤로 한 채
솟구치는 열정 끌어안은 칠월의 코스모스
가녀린 목 길게 드리운 곱디고운 미소는
우주를 껴안고도 남을 사랑아 (김경숙·시인)
+ 코스모스
모든 것 휩쓸려 내려간 척박한 땅, 가뭄도, 홍수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반쯤 뿌리 뽑혀 누운 허리 굽은 몸으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먼 산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하마 소식 한 줄 있을지 몰라
삶은 온통 기다림의 세월이라는 걸 겨우겨우 깨닫고 나서야 산 그림자 따라 나서는 가을 햇살에도, 아무도 없는 들길 어쩌다 만나 마주치는 눈길에도, 날려보내는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