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화 암라열매 도적의 전생이야기 암바쵸라 쟈아타카>
참외 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마라
월하연 양인숙
암라 열매는 신의 열매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열매입니다. 사람이 늙는 것을 막아주고,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며, 피부의 면역력도 키워주고, 피를 깨끗하게 해주어 피부에 여드름이 생기지 않도록 해준답니다. 그래서 암라 나무를 키우는 과수원에서는 사람을 두어 지키게 했습니다.
바라나시에 한 암라과수원에서는 열매를 지킬 사람이 필요했어요. 마침 나이가 들어 갈 곳이 없는 장로에게 암라 과수원에서 살게 해 주었습니다. 그 장로는 과수원 안에 초막을 짓고 살면서 자기도 마음대로 먹을 뿐 아니라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마음대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하루는 암라 열매만 먹고 살 수는 없어 과수원을 비우고 밥을 구하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암라 열매를 지키는 장로가 나간 것을 알고 도적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지키는 사람이 나갔어?”
“내가 보았다니까. 걱정마.”
도적들은 지키는 사람이 없는 암라 과수원에서 마음대로 따먹고 자루에 가득 담아 가며 열매를 떨어뜨려 놓고 저만치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나자 달아났습니다.
도둑들이 가고 얼마 있지 않아 마침 나들이 나온 과수원 가까운 마을의 처녀들이 암라 열매를 사 먹기 위해 암라 과수원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더위에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에 몹시 목이 말랐습니다. 잘 익은 열매를 올려다보며 침을 꼴딱 삼키기도 했지요.
“참 맛있게 익었네.”
“주인은 어디 있지?”
“주인이 있어야 우리가 사 먹을 수 있을 텐데.”
“주인 계세요? 우리가 암라열매를 사고 싶은 데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주인을 찾고 있을 때, 장로가 돌아왔습니다. 장로는 암라과수원을 보자마자 화를 버럭 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암라 열매를 따먹었소?”
장로의 말에 황당한 처녀들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존사님 우리는 이제 막 왔습니다. 우리는 따 먹지 않았습니다.”
처녀들이 아무리 말을 해도 장로는 믿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당신들의 말을 믿겠소!”
“정말이어요. 우리는 열매를 따 먹지 않았어요.”
“지금 막 여기 도착을 했어요. 아직 과수원에 들어가지도 않았단 말이에요.”
처녀들이 억울하다며 울먹이자 장로는 은근슬쩍 말을 바꾸었습니다.
억울했지만 처녀들은 맹세코 암라 열매를 따 먹지 않았다고 맹세를 하기로 했습니다.
“존사님 우리는 이제 막 왔기 때문에 결코 열매를 따 먹지 않았습니다.”
처녀들의 진심어린 말에 속으로 슬쩍 미안해진 장로는 자기가 성질 낸 것이 부끄러웠지만, 의심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 것처럼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면 맹세하시오”
“맹세하면 갈 수 있습니까?”
“갈 수 있고 말고”
“좋습니다, 존사님‘
네 명의 처녀들은 한사람씩 맹세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다음 게송으로 맹세하였습니다.
「이 암라열매를 가져간 여자는
검은 열매로 머리털 물들이고
족집게로 흰털 뽑기에 괴로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아내가 되라」
맨 맏이인 언니가 맹세를 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한 옆에 물러가 서 있으십시오”
이번에는 둘째 여자를 맹세를 시켰습니다. 그녀는 다음 게송으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나이 스무이거나 스물다섯이거나 또는 스물아홉에 이르기까지 이 암라 열매를 가져간 여자는 그 남편을 얻지 못하리라」
둘째언니가 맹세를 하고 한 쪽에 서자 셋째 언니가 다음 게송으로 맹세하였습니다.
「이 암라열매를 가져간 여자는
남편을 구하는 여자가 되어 오직
혼자서 먼 길을 걸어 약속한 곳에서 남편을 얻지 못하리라」
그녀가 맹세하고 한 쪽에 서자 넷째여자는 다음 게송으로 맹세하였습니다.
「이 암라열매를 가져간 여자는
몸을 꾸미고 얼굴을 화장하고
화환을 붙이고 전단향 바르고
그래도 다만 혼자 침대에 누으리 」
장로는 처녀들의 맹세를 다 받고야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당신들은 진정으로 맹세하였소. 암라열매는 아마 다른 사람이 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모두 가십시오.”
장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처녀들에게 맹세를 시킨 것이 잘못되었음을 알고서도 감추고 너그러운 척 하고 그녀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처녀들은 집으로 돌아가며 울며, 울며 갔습니다.
이런 사실이 동네에 소문으로 퍼졌습니다. 처녀들은 하지 않은 일를 맹세까지 한 것이 부끄러워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하이고 장자의 딸이면 뭐하나, 암라열매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맹세를 했다 하드만.”
암라 열매를 얻어먹은 사람은 장로의 편을 들었습니다.
“하이고, 그런 소리 마라. 그 장자의 딸들은 남의 것에 손을 댈 처녀들이 아니다. 아마 장로가 누명을 씌웠을 것이다. 내가 도적들이 히히덕거리며 가는 것을 보았다.”
얻어먹지 못한 사람들은 처녀들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럼 그때 말을 해 주지 왜 이제야 말하는가?”
“도적들이 가는 것은 보았지만 처녀들이 맹세까지 한 것은 몰랐지. 나중에야 소문으로 알았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 장자님께 말을 하던지 처녀들에게 누명을 씌운 저 나쁜 장로를 혼내주어야 해.”
암라과수원 주변에 있는 동네 사람들은 맹세를 시킨 장로와 장로에게 창피를 당한 네 처녀에 대해 수군거렸습니다.
이때 동쪽나라에서 온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루 마을을 돌아다니며 살피는 노인이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노인이 두 사람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노인의 모습은 마치 신선 같았습니다. 푸름한 옷에 하얀 수염은 가슴까지 내려와 있고 물결무늬가 있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습니다.
“그래 두 분은 무슨 일로 그리 수군거리는 것이요.”
그러자 장로로부터 암라열매를 얻어먹었던 사람이 선뜻 나섰습니다.
“아니 저 장자의 집 네 처녀가 암라열매를 몰래 따먹다가 들켜서 창피를 당했지요. 어찌 얌전하다는 처녀들이 남의 것을 함부로 손을 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그러자 도적들이 암라열매를 따 가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닙니다. 그 장자의 딸들은 절대 그럴 처녀들이 아닙니다. 제가 그녀들이 오기 전에 도적들이 왔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장로가 처녀들에게 창피를 준 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처녀들의 억울함을 풀어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흠 인간세계에서 부모를 잘 섬기고 어른을 존경하며 계율을 지니고 자기 일을 지키는 이는 누구인가. 또 집을 나와서는 사문(경전에 의지하지 않고 고행이나 명상 등을 통하여 직접 해탈하려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의 도에 알맞게 생활하는 이는 누구인가? 품행이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살피던 중이었는데. 그 사람은 누가 말을 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니 기다려 보시오.”
말을 마치고 노인은 암라과수원으로 갔습니다.
“그럼 그렇지. 여기에 와서도 못 된 짓을 하고 있구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노인은 장로가 탁발을 하러 마을에 들어 간 뒤에 자신의 위력으로 암라열매를 떨어뜨려 마치 도적이 따간 것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장로는 천천히 보지도 않고 소리를 쳤습니다.
“누구냐? 누가 함부로 내 암라과수원에 들어와 도적질을 해 갔단 말이냐?”
그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너부러져 누워 있는 노인을 보았습니다.
“날세. 내가 암라열매가 좀 필요해서 왔지.”
노인은 장로를 보고 말했습니다.
“날 세? 누가 함부로 나에게 반말을 하는가?”
“그러게나 말일세. 마음을 잘 다스려 변처정(邊處定: 선정 삼매의 일종으로 수행을 많이 하여 깨달은 이를 말함)으로 살아야 할 자네가 사문으로써 밟아야 할 길을 버리고 과원지기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어인 일인가”
노인의 말에 장로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마침 그 때 바라나시에서 네 명의 처녀들이 과수원으로 들어왔습니다.
“당신들이 또 우리 과일을 따 먹었지”
장로는 노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녀들의 길을 막았습니다.
장로는 이번에는 노인이 보는 앞에서 처녀들에게 맹세를 시켜 창피를 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막 도착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암라열매를 절대로 따 먹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지난번에 맹세한 것이 억울하여 다시 온 것이잖아?”
장로는 어떻게든지 노인이 보는 앞에서 처녀들에게 맹세를 받으려고 자꾸만 말을 키웠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이보게, 내 것에 집착하고 의심하는 것은 여기 와서도 여전하구만, 그래 남을 의심하면 자신이 더 큰 벌을 받는다는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그 때의 마음보 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자네를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실로 안타까운 일이구만. 이제는 나도 어찌할 수가 없네. 조심 하시게나.”
노인은 혀를 끌끌 차며 지팡이를 끌고 가버렸습니다. 네 처녀들은 노인의 뒤에 합장하고 서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라과수원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로는 간 곳이 없고 장로가 살던 초막 주변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암라과수원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 생각할 문제: 세상에 가장 큰 불행은 내 것도 아니면서 내 것이라 여기며 집착하는 것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남을 의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