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한 전국 5대 명품마을 가운데 한 곳인 경남 거제시 일운면 내도의 전경. 거북이가 바다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거북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 외도와 손에 잡힐 듯 가까우나 낚시꾼 외에는 찾는 이 없어 - 최근 명품마을 지정돼 유명세
- 탐방로·모노레일 등 시설 조성 - 편백·대나무숲 등 자연 그대로…내후년까지 각종 생태지구 개발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항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에 있는 내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해상공원으로 유명한 외도에 비해 낚시꾼 외에는 찾는 이가 없던 한적한 섬마을 내도. 하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명품마을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전남 완도군 청산도, 충북 제천시 한수면 골뫼골 마을,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산마을, 거제시 일운면 내도 등 5곳을 명품마을로 지정, 최근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내도는 영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지정될 정도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이 품은 섬 내도
내도 탐방로 남쪽에 있는 신선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해상공원 외도는 손에 잡힐 듯 지척이고 그 너머 해금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박현철 기자
구조라항에서 내도를 향하는 도선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이 상쾌하다는 느낌도 잠시, 이내 내도에 도착한다. 선착장 해안가를 따라 새롭게 단장된 안내센터와 아담한 팬션, 언덕을 따라 군데군데 들어선 민박집이 마치 동화 속 섬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다.
동글동글한 몽돌로 가득 찬 해변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자연이 품은 섬 내도'라는 입간판이 탐방객을 맞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5억 원을 들여 2㎞에 달하는 마을 옛길을 복원해 탐방로를 정비하고 민박집을 개보수하는 등 마을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탐방로에는 목재·로프 난간과 계단을 설치하고 3곳의 전망대와 쉼터 등을 갖췄다.
탐방로에 접어들자 빼곡한 편백나무숲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 대나무 숲이 펼쳐지고 섬의 동쪽인 세심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기암절벽은 그 웅장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맑은 날이면 멀리 일본의 대마도도 볼 수 있다.
남쪽의 또 다른 전망대인 신선전망대로 난 탐방로로 접어들자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과 덩굴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태초의 원시림 그 자체다. 수백 년은 된 듯한 동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은 자태는 경이롭기마저 하다. 신선전망대에서는 외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그 너머 해금강(명승 2호)도 한눈에 들어온다. 탐방로를 걷는 내내 새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기에 그만이다.
■명품 섬으로 재탄생
내도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전국 섬을 대상으로 지정한 '명품섬 베스트 10'에도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총 25억 원이 투입돼 친환경 관광 섬으로 가꿔진다. 지난해 3억7000만 원을 들여 만든 마을 입구 도로는 타일로 새롭게 정비했다. 섬 마을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목엔 모노레일(242m)을 설치해 섬 주민들이 생산한 채소 작물 등을 편리하게 실어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해안로 축대도 말끔히 정비하고, 선박의 접안이 쉽도록 부잔교(浮棧橋:물에 뜨는 상자를 연결해 수면의 높이에 따라 움직이게 한 다리)도 새로 설치했다.
이 섬은 2014년까지 4개 지구로 나눠 개발이 추진된다. 마을 입구 바닷가를 중심으로 낚시와 스킨스쿠버를 즐길 수 있는 체험지구, 해수욕과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레저지구, 펜션과 민박집을 중심으로 한 숙식지구, 생태관광 등 탐방로를 위주로 한 생태지구로 각각 개발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숲 속 체험' 등 각종 연계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행정안전부는 명품마을 홈페이지를 개설,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섬 주민 유차봉(65) 씨는 "육지와 접근성이 가까운 섬인데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며 "명품 섬이라 불릴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닌 섬"이라고 말했다.
■여자 섬, 내도
12가구 18명이 거주하는 이 섬은 외도의 안쪽에 있다 하여 내도라 이름 붙여졌다. 또 외도를 남자 섬, 내도를 여자 섬이라 부르는데 그 연원도 흥미롭다.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던 내도를 향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내려온다"고 고함을 치자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외도와 내도는 손에 잡힐 듯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해안선 길이가 3.9㎞로 비교적 면적이 적지만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펜션이 들어선 곳은 예전 내도분교 운동장이었던 곳인데 1982년 운동장을 만들 당시 선사시대의 유적인 조개무덤과 토기 등이 발견돼 이를 증명키도 했다.
▶내도를 탐방하려면…
거제시 일운면에 있는 구조라항을 찾아야 한다. 구조라 보건진료소 앞에 있는 도선 선착장에서 평일 오전 9시, 오후 1시, 5시 하루 3차례 운항한다. 민박을 하지 않을 경우 오후 5시 배로 들어가면 나오는 배가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주말에는 배편이 증설돼 5차례 운항한다. 풍랑주의보 등이 발효하면 도선이 운항하지 않으니 해상 날씨를 사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 인근 가볼만한 곳
- 거제 8경 '공곶이' 등 경관명소 가득
구조라 해수욕장
내도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듯 인근 곳곳도 볼거리가 많다.
내도로 향하는 도선 선착장이 있는 구조라마을을 가로지르면 고운 모래알을 자랑하는 구조라해수욕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폭 30m 길이 1.1㎞에 이르는 거제시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매년 여름철에는 국내 최대 해양스포츠축제인 '바다로 세계로'가 열리는 곳이다. 구조라해수욕장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만들려고 모래를 조달했던 미군들에 의해 휴양지로 사용되면서 해수욕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하며 바닷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공곶이 동백터널
내도에서 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공곶이'는 거제 8경 중 하나로 거제가 숨겨놓은 마지막 명소다. 찻길을 내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탓에 동백 터널과 수선화, 종려나무 군락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선화로도 유명한 이곳은 한 노부부가 40년여간 비탈을 개간해 다랑이를 만들어 농원으로 가꿨다. 아름다움만큼이나 공곶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구조라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일운면 예구마을에 도착해 20분가량 발품을 팔아 고개를 넘어야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곶이로 들어가는 관문은 333개의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동백 터널로 이어지는 이 길은 3월이면 동백이 만개해 '천국의 계단'으로 불린다.
거제도의 동남쪽 끝 서이말 등대는 거제지역에서 유일한 유인 등대다. 서이말 등대에서 대마도까지는 직선거리로 54㎞에 불과하다. 석유저장창고와 군사시설이 있어 일반인에게 통행이 제한되었던 곳이지만 최근에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돼 입구 초소에서 "서이말 등대를 찾아왔다"고 하면 출입이 가능하다.
통행이 제한됐던 만큼 비경을 자랑한다. 초소에서 서이말 등대까지는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 4㎞ 정도 이어진다. 등대에 도착하면 내도와 외도가 한눈에 보이고 해금강과 매물도,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