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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제 말기 학병으로 끌려가 남경(南京)에 주둔해 있다가, 대학 선배인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출, 정원사란 절에 몸을 의탁한다. '만적'은 당나라 때의 인물로, 자기를 위하여 이복 형제를 독살하려는 어머니로 말미암아 큰 갈등을 겪다가 집을 나간 형 '신'을 찾아 자신도 집을 나와 불가에 몸을 맡긴다. 10년 후 어느 날, 자기가 찾던 이복형이 문둥이라는 천형(天刑)에 고통받고 있음을 보고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하여 인간사의 번뇌를 소신 공양(燒身供養)으로 극복할 것을 결심한다. 그가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소신 공양하던 날 여러 가지 이적(異蹟)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부터 새전(賽錢)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그 새전으로 '만적'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우고 금불각을 짓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불상에 인간적인 고뇌의 슬픔이 서려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친 원혜대사는 '나'에게, 남경에서 진기수 씨에게 혈서(血書)를 바치느라 입으로 살을 물어뜯었던 오른손 식지(食指)를 들어 보라고 한다.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이 손가락과 '만적'의 소신 공양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원혜대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데 정오를 알리는 북소리와 목어(木魚) 소리만 들려 온다. |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배경 : 시간 - 1943년 여름.(태평양 전쟁 당시) /공간 - 중국의 양자강 북쪽 정원사 /상황 - 전쟁으로 인한 삶과 죽음의 극한 상황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만적에 관한 이야기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만연체, 역어체('만적선사소신성불기' 부분)
▶주제 : 인간 고뇌의 종교적 구원
▶발단 : 학병으로 남경(南京)에 와서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출, 밤에 산길 백 리를 걸어 정원사에 도착, 몸을 의탁하게 됨.
▶전개 : 정원사에서 생활하던 중, 금불각을 보고 화려한 외양에 반감을 가지게 됨.
▶위기 : 등신불을 보고 충격을 받음.
▶절정 : 등신불에 대한 의문과 원혜대사로부터 들은 만적선사의 소신 성불 과정.
▶결말 : 소신(燒身)과 단지(斷指)를 통해 본 불연(佛緣).
▶나 : 태평양 전쟁 당시 학병으로 끌려 나가 남경에서 일본 대정 대학 선배인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출, 불교에 귀의한다.
▶진기수 : 중국의 불교 학자로 일본 대정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포교사로 활동함. '나'의 탈출을 도와 줌.
▶원혜대사 : 정원사의 주지승. '나'를 거두어 주고 불도에 인도함.
▶만적 : 법명은 만적, 속명은 기. 당나라 때 금릉에서 태어났고, 개가한 어머니가 이복형인 '신'을 독살하려는 것을 말림. 그 일로 집을 나간 '신'을 찾아 방황. 23세 때 정원사에서 소신 공양(燒身供養)으로 성불(成佛)하여 정원사 금불각에 모셔짐.
▶『등신불』의 서사 구조를 이루는 주요 갈등
① 인간과 사회 : 나 ↔ 일제(日帝)
② 세속과 종교 : 나 ↔ 등신불, 나 ↔ 원혜대사
③ 인간과 인간(양심과 본능) : 만적(속명 '기') ↔ 어머니
④ 인간과 운명 : 사신(만적의 이복동생) ↔ 운명
지은이가 초기부터 줄기차게 시도했던 '인간의 구경(究竟)의 탐구'라는 주제가 이 작품에서 완성되었다는 평을 받을 만큼 완숙한 작품이다. 학병을 탈출한 화자는 등신불을 본 순간 그것에 일종의 동정을 느끼면서 불상에서 인간의 고뇌의 원형을 본다는 사실에 의아해 한다. 그러나 곧 등신불 속에 나타나는 인간적 고뇌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며 그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등신불은 불상과 인간 사이에 놓여져 있어, 절대자와 인간 사이에 중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원 회귀를 지향하는 인간에게 그것은 구원의 좁은 문 앞에 세워 놓은, 인간을 평가하기 위한 거울이기도 하다. 화자는 이러한 등신불에 자신의 인간 속사를 비춰 봄으로써 유한한 자신과 무한한 우주의 원형을 인식하게 된다.<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