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미르]

캐나다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아이스와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캐나다의 자랑거리이고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스와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아이스와인은 포도를 영하의 날씨까지 얼게 방치하였다가 영하 10~13도 정도에서 수확하여 만든 와인입니다. 이렇게 포도를 추위에 얼리게 되면 당분과 기타 성분은 얼지 않지만 수분은 얼게 되어 더욱 농축된 포도 당분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맛과 향이 더욱 진해지는 아이스와인이 만들어 지게 됩니다. 아이스와인은 이러한 달콤한 맛 때문에 주로 디저트용 와인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아이스와인을 처음 마실 때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농축된 포도당 용액이 생각나더군요 (비유가 좀 삭막한가요?). 어쨌든 강한 단맛이 아이스와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맛만이 특징이라면 아이스와인이 그처럼 명성을 얻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좋은 아이스와인의 특징은 이러한 단맛과 산도와의 조화입니다.

아이스와인의 발견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 집니다. 갑자기 찾아온 냉해로 인해 포도 수확 후 이 포도들을 이용하려다 발견하게 됩니다 (원래는 동물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확을 미루었다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강한 단맛을 내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1794년 독일의 Franconia의 와인 생산자들이 최초로 아이스와인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조 방식은 1800년대 중반까지도 잘 사용되지 않게 됩니다.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 데, 첫째는 새와 같은 야생동물들로부터 포도를 보호하는 방법이 부족했고 (비닐 막으로 포도를 보호하는 방법은 20세기 중반부터 시행됩니다.) 수확한 포도가 해동되기 전에 압축시키는 방법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1960년대 이후에 이루어지게 되고 이 이후에야 제대로 된 아이스와인이 판매되게 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일은 아이스와인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매년 아이스와인을 생산하지는 못합니다. 아이스와인의 생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온인데 겨울철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포도가 썩게 되고 너무 추우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수분이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기후적 제한점 때문에 독일에서는 아이스와인의 생산이 많지 않고 대신 기후적 요건이 갖춰진 캐나다에서 오히려 더 많은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게 됩니다.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려면 여름은 더워야 하며 겨울은 아주(!) 추워야 합니다. 이러한 기후 조건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으며 온타리오 주가 가장 적당한 기후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온타리오 주에만 약 60여개의 winery에서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반면 21세기에 들어와서 독일 아이스와인은 과거의 명성이 많이 퇴색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독일과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당도에 있습니다. 캐나다는 주로 높은 당도의 아이스와인을 만들어 왔고 이는 주로 캐나다의 겨울이 길고 춥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실제로 VQA는 아직도 일정 당도 이하의 아이스와인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이러한 당도 차이 때문에 2001년까지 캐나다 아이스와인을 유럽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군요. 물론 지금은 그러한 규제가 없어졌습니다.

캐나다의 추운 날씨가 아이스와인 생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캐나다에서의 아이스와인 생산은 비교적 그 역사가 짧습니다. 1973년에 소량의 아이스와인이 생산되었고 본격적인 상업적 와인은 1978년 Hainle winery에서 시작됩니다. 이 winery는 Brithish Columbia의 Okanagan에 위치하였고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시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아이스와인의 발전은 주로 Ontario주에서 이루어 집니다. Ontario에서의 아이스와인의 생산은 몇몇 군데에서 시도되었으나 최초의 성공은 Inniskillin winery에서 이루어 집니다. 1980년대 초의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마침내 성공을 이루었고 Inniskillin vidal icewine이 1991 보르도 와인 품평회에서 그랑프리를 받음으로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Inniskillin은 현재 아이스와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그 후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생산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합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캐다다의 ‘liquid gold’로 불리며 아이스와인에 대한 캐나다인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아이스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Riesling Seyval Blanc과 Vidal Blanc 등이 있습니다. 다른 품종으로도 아이스와인을 만드나 앞의 두 품종으로 가장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Riesling이 Vidal보다 산도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 VQA organiz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Riesling 종은 19개 상표에 6100 상자 (9L 상자)가 생산되었으나, Vidal 종은 70개 상표에 110,000 상자가 생산되어서 대부분의 아이스와인은 vidal icewine이라고 보면 무난하리라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포도의 당도가 높으면 일찍 마셔야 하고, 산도가 높으면 좀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각 품종에 따라 보관 기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hardinny, Merlot, Cabernet Franc등은 일찍 마시는 것이 좋고, Vidal은 5~7년 정도의 보관은 가능하며, Riesling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합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아이스와인으로는 Inniskillin vidal icewine (1989년 빈티지가 1991 보르도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 Reif estate winery (1999년 빈티지가 2001년 프랑스 VinExpo에서 금상을 수상), Pelee island winery, Royal de Maria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이스와인을 만듦 30,000 CDN$), Pillitteri (세계 최대의 icewine 생산자, 최초의 shiraz icewine 생산자), Henry of Phelham family estate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스와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서 아주 비싼 와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이스와인이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겨울철까지 (대부분 11월 이후) 포도들 방치해 두어야 합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여러 야생동물이나 새 등에 의해 포도가 손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winery에서는 철조망 같은 그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병의 아이스와인은 만들기 위해 많은 포도가 필요합니다. 375ml 와인의 경우 Riesling은 3.5kg, Vidal의 경우 약 3kg의 포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정도의 분량이면 다른 와인은 약 6내지 7병을 만들 수 있다 합니다.

포도 수확이 다른 와인에 비해 고됩니다. 주로 영하 8도 이하에서 수확을 해야 하므로 밤중에 수확을 하여야 하고 이 수확된 포도를 얼어있는 상태에서 즉시 압축을 시행합니다. 당연히 숙련된 일꾼과 비용이 필요하겠죠.

이렇게 비싸기 때문에 주로 half bottle (375ml)나 200ml 병에 넣어서 팔게 됩니다. 그래서 병들의 모양이 아주 날씬한 것이 아이스와인의 특징입니다.

아이스 와인은 한국에서 아주 비싼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지의 아이스와인 가격은 본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아이스 와인이라 하여도 375ml 포장의 경우 60$를 넘는 경우가 드?니다. 사실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와인이 10 ~ 20$ 선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60$는 와인가격으로는 비싸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한국에서는 10 ~ 30만원 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와인도 역시 품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C 등과 비슷합니다. 아이스와인도 여러 가지 충족 조건들이 있는 데 자연적으로 얼려진 포도만을 사용해야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공적인 동결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영하 8도 이하에서 수확하여야 합니다 (온타리오 주는 일반적으로 영햐 10 ~13도를 추천합니다. 독일은 영하 7도). 그래서 수확은 일반적으로 밤에 이루어 진다 합니다. 그리고 와인 제작작업은 모두 각 주마다 지정된 viticultural area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는 Niagara peninsula, Pelee island, Lake erie north shore가 지정 지역입니다. 그리고 당도가 35 brix이하이면 아이스와인을 만들지 못합니다. 당도 35 brix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높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얼마전에 Charteau de Charmes winery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스와인을 조금 구입하였습니다. 와이너리 주인이 프랑스분이라 합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가이드 투어도 해 보려 합니다. 웅장한 건물과 넓은 정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와이너리 내의 와인 부띠끄입니다. 가운데에 가장 비싼 아이스와인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직원이 있어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와이너리 앞 정원입니다. 반대편 와이너리가 보입니다.

아이스와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Charteau de Charmes 2006년 빈티지에 대해 제가 뭐라하기는 어렵군요. 대개 단 맛의 와인은 저급의 와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단맛에 대한 느낌을 적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할인점에서 쌓아놓고 파는 레드와인들이 대부분 단맛만 나는 음료수(?) 같은 느낌이 나므로 개인적으로 단맛의 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스와인은 단맛의 정도가 아주 농축된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넘길 때의 느낌은 와인임을 확인시켜 주는 군요. 그렇지만 많이 마셔서 취하게 되니까 결국은 단맛만 나게 되더라는....

아이스와인을 싸게 즐길 수 있는 점은 캐나다의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