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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별 명 |
출신성분 |
위에이양 岳陽 |
장군 將軍 |
퇴역군인 아들 |
리지앙산 李江山 |
지우산 鳩山 |
‘주자파 走資派’의 아들 |
위다하이 于大海 |
대두 大頭 |
혁명위원회 위원 아들 |
지앙이 姜義 |
수레 板車 |
노동자 아들 |
바이쉬에 白雪 |
공주 公主 |
지식인의 딸 |
팡윈 龐芸 |
수녀 修女 |
직장인의 딸 |
정잉잉 鄭盈盈 |
불쌍한 것 小可憐 |
‘우파’의 딸, 재산가의 손녀 |
제1장 1976년 겨울은 이들이 ‘집단 거주지’에서 같은 삶과 꿈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비록 먹을 것, 입을 것, 사는 곳이 힘들고 어렵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사인방’이 물러나고 굳게 닫혔던 중국의 문이 개방되면서 젊은이들은 새로운 역사적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 과정 중에 이들이 겪는 혼란과 방황은 제2장 1978년
봄에서 보여준다. 집단 속의 ‘우리’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야만 하는 새로운 환경 속에 놓인 젊은이들은 이전까지 생각지 못했던 개인으로서의 삶, 미래를 고민하고 이는 ‘집단 거주지’에서 익숙했던 별명보다는 자신의 출신과 이름에 다시금 적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달라진 이름은 연인 사이였던 리지앙산과 정잉잉의 사이를 갈라 놓았고 새 연인이 된 정잉잉과 위다하이의 관계 역시 위태롭게 한다.
리지앙산(냉소하며) 거리……어려서부터 난 “거리”를 느꼈지. 유치원에서 선생도 내 사과는 다른 아이들것보다 큰 걸 줬고, 내가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어른들은 나를 감쌌지. 토요일날, 다른 집 가장은 자전거로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유독 나만, 승용차에 앉아서 갔어……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사람들은 또 나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졌어. 난 누구도 옆에 오려하지 않는 “주자파”의 새끼가 되었지!……난 이를 악물고 시골로 내려갔어. 우리 “집단거주지”에서 난 마침내 사람이 된 것 같았어! (목소리가 메어) 내가 여전히 사람일 수 있을까? 영원히 예전의 우리들처럼 살면 안 되나? 응? 안 되나?
【사진1 : 위다하이와 정잉잉이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장면】
정잉잉(상심하며) 난 내 자신도 안 믿어! 난 내가 사는 이 사회도 믿지 않아!……됐어! 이……이 모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다) 누가……누가 이런 거리를 만들었을까?
그들은 정체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거리를 느낀다. 이전 자신을 나타내 주었던 ‘집단거주지’의 별명으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적인 삶 속에서 ‘집단거주지’ 시절의 단결, 배려보다는 1981년 여름을 겪으며 서로 갈등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들은 집단에서 개인으로 삶의 중심에 변화를 겪는다.이러한 인물들의 갈등은 중국 사회의 변화 속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갈등과 방황에 대해 ‘장군(위에이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고수그럼 넌 산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전우들한테 이야기할거지?
위에이양이곳이 행복하고 아름답고 평화스럽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이곳도 적막하고 고통스럽고 또 격렬한 전투장이라고, 또 많은 희생이 따른다고……내 말이 맞지?
이들에게 두개의 이름을 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닌 격렬한 삶의 전투장일 뿐이다. 작가는 두 개의 이름 중 어느 이름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런 환경 속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 속에서 인물들의 반응을 묘사하고 결론은 관객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묘사하는 과정 중 신랄하게 사회를 비판하였다. 이는 “당대 서양 문화의 가치와 관념이 들어오면서 현대인의 존재와 심리상태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WM』은 청년들의 상실감, 고민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성의 정신도 표출하였다”고 평가받는다. 이 연극은 문화대혁명이 끝나는 1976년부터 개혁개방이 된 1984년까지 젊은이들이 겪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 인간이 무엇인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사회의 변화 속에서 겪는 개인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개인은 온 몸으로 고스란히 사회의 변화를 겪어 내야만 한다.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며 등장인물들은 인간은 무엇인지를 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길은 어떻게 가야만 하는가?”라는 명제는 여전히 중국 신시기의 첨예한 문학 과제였다.
2) 블랙유머-패러디
왕패이공은 “연극의 생명은 연출입니다. 연출가 왕구이(王贵) 동지가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값진 것입니다. 그의 재능을 가지고 내용과 형식에 새로운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현실주의, 낭만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를 한데 모아 심미작용을 일으켰고 대대적으로 화극무대의 표현력을 확장시켰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새로운 탐색을 시도한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 시기 초까지의 중국 근대사를 농축적으로 보여주는『WM』의 주요 표현 방법은 패러디이다. 그중 노래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장황하게 서술하지 않고도 간단히 나타낼 수 있고 현실과 노래에서 나타나는 이상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가장 두드러진 노래가 <공산주의 아동단 노래>이다. 이 노래는 극의 초반부터 극이 끝날 때까지 불리는데 노래의 밝고 이상적인 가사와는 달리 현실의 어둡고 착잡한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다. 그들은 어렸을 적 “우리는 미래의 주인” “우리의 앞길은 무궁해요, 미래의 주인”이라고 노래 불렀지만 이는 한낮 꿈일 뿐이다.
바이쉬에(눈물이 맺힌 채) 울어! 뭣 때문에 울어? 꿈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건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무리 냉혹해도 그게 현실이라고!
위에이양(냉소적으로) 장군이 되겠다고? 대장이 몇 명이나 또 타도되었는가?
팡 윈난 희망 없어……
이 노래를 희망차게 불렀던 어린 시절, 이들이 가진 희망과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청년들은 몸으로 깨닫는다. 이 노래는 당시 중국 청년들이라면 모두 잘 아는 노래로 사회가 제시하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와 현실의 괴리를 관객들 역시 체험적으로 알 수 있다. 노래를 사용한 패러디는 극적 분위기를 대비시켜 삶의 모순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노래는 희망적이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은 우울하다. 또한 이렇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보여주는 인물 중에 두드러진 것이 바로 ‘장군’이다. ‘장군’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직업, 삶에 대한 고민 없이 ‘장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장군’은 장군이 되는 것이 단지 꿈이었다고 괴로워한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주장하던 1976년 겨울, 그의 모습은 ‘집단거주지’ 친구들을 통솔하며 힘든 생활이지만 건강하고 활발하였지만 1984년 가을, 그는 실명의 위기에 힘없고 절망하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위에이양“장군”! “장군”……(웃으며) 이건 꿈이야! 아름다운 휘황찬란한 꿈!……꿈, 모두 꿈이야! (마음 아파하며 웃는다) 난 너희들이 이상했지? 난 정말 바보야!……(친구들에게) 꿈은 반대야, 그치? (멍하니 그리고 천천히) 난 이젠 장님이 될거야……
‘장군’의 인물형상은 관객들에게 이상적, 교훈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렇게 교육받고 살아온, 그래서 현재의 중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부조리한 인물형상을 드러내 주고 있다. ‘장군’이란 인물 역시 중국 사회의 젊은이의 한 전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주의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라고 그 틀에 얽매인 사고를 지닌 젊은이의 모습을 ‘장군’이 잘 형상화시켜준다.
패러디의 여러 방법 중 역사적 사건의 패러디는 이 작품 전체에서 관객들이 직접 느끼며 작품과 공감할 수 있도록 사용된다.
리지앙산(지앙이에게) 내가 방법 알려줬잖아, 너 배고픈 생각하지 마라. 《上甘岭상간링》이란거 봤지? 물이 없으니까 신 매실만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 봐 : 나는 너무 먹어서 배가 부르다! 배가 터져 죽겠구나, 또 만두, 찐빵……
《상간링 上甘岭》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혁명선전영화로 동굴에 갇히게 된 병사들이 먹을 것이라곤 사과 한 개밖에 없었는데 이를 많은 병사들이 나누어 먹어도 먹어도 사과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상간링》이란 영화 제목을 문장에 삽입시켜 장황한 설명없이 현재를 허구화, 이상화시킨 영화에 대한 조소이자 현실에 대한 풍자이다.《상간링》이란 영화를 모른다면 이 대사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고 그 속에 담긴 풍자를 이해할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은 먹을 것이 없어 젊은이들은 배가 고파 마을의 닭을 훔치기로 한다. 닭을 훔쳐온 ‘장군’은 임표(林彪)의 말을 흉내낸다
위에이양(의기양양하게 임표의 말투를 흉내내며) “홍위병 여러분! 지식청년이 농촌으로 가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생생한 실례를 통해 또 한 번 증명되었습니다.!” (닭을 던지며) 가져 가!
지식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당위성을 연설하는 당 간부의 말과는 반대로 현실은 배가 고파 닭을 훔치는 상황을 이이러니컬하게 표현한다. 그들은 영화에서 말하는 이상과 허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공산당 지도부가 이야기한 이상 역시 허상임을 풍자하고 덩시아오핑의 유명한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연설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바이쉬에(천천히) 칠 수 없어, 쥐가 줄을 갉아 먹었어.
위에이양제기랄! 내일 고양이를 잡아 와야겠군!
리지앙산(일부러)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위다하이아이고! 쥐를 잘 잡는 게 훌륭한 고양이지!
지앙이(급하게) 조심해, 문제거리 만들고 싶어?
위다하이우린 누구누구누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뭐?
이러한 패러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패러디 된 텍스트와 패러디하는 텍스트 사이의 거리 때문이다. 이에 대해 린다 허치언은 “패러디되고 배경이 된 텍스트와 새로이 병합된 텍스트간에는 비평적 거리가 암시되며 이는 통상 아이러니에 의해 표시된다. 그러나 이때의 아이러니는 축소화도 될 수 있고 장난스러움도 될 수 있다. 패러디의 아이러니가 주는 즐거움은 특별한 유머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텍스트에 독자가 개입하는 정도로부터 생겨난다.”고 이야기 한다. 독자나 관객이 패러디된 텍스트에 대한 인식 없이는 그 거리를 인식할 수가 없고 이를 이해함으로 패러디가 나타내는 거리는 텍스트와 독자 또는 관객들 사이의 상호교류성에 의해 드러난다. 이러한 패러디는 무대 배경이나 대사를 통해 충분히 살릴 수 없는 시대적 배경과 감정들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관객들은 패러디를 이용한 장면을 보고 웃지만 유쾌한 웃음이 아닌 씁쓸한 웃음으로 시대를 느낀다. 이는 자기비판이자 자기 반영적 성격을 지닌다.『WM』의 경우 독자나 관객이 근대 중국을 모른다면, 또는 그들이 겪은 생활과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작품의 반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상세한 텍스트를 작품 속에서 패러디하고 있다.
리지앙산(괴로워하며) 모두들 이러는군! 너 조차도……내가 마치 “지우산”이 아닌 왕리엔쥐인 것처럼 말야!
위다하이(지앙이에게) “戶長”, 듣자하니 처장으로 승진했다며?
지앙이부처장.
위다하이어. 뭐가 그리 급해? 사람들한테 “윤리강령 五講四美” 좀 선전하지? 하하!
“五講四美”처럼 구호나 짧은 연설물의 패러디는 중국 고전문학에서의 ‘용사 用事’와 비슷하다. 용사의 개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전고 典故’는 중국시학 중에서 하나의 방식이다. 이는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다른 작품을 전고할 경우도 있지만 서로 상반되는 경우에 원전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그래서 전통 작품에 대한 권위와 근거를 문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특정적인 요소나 관습화된 해석에 도전하는 것으로 이들이 작품에서 패러디한 사건이나 구호들은 중국 공산당이 사회를 이상화시킨 것에 대한 조롱이자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은 훔친 닭을 삶기 위해 공산당 신문, 정치적 사설이 있는 신문을 땔감으로 쓰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구호가 물결치던 시절의 진실이자 절대적이었던 구호와 연설들은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절대적이지도 진실하지도 않다. 패러디는 언어의 유희도 포함한다. 중국어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특징으로 시대적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위에이양“수레”, 무슨 근거로 10점짜리 일을 했는데 겨우 5점만 적는 거야? 안 될 말이지!
지앙이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대대에서 그러는데 “지식청년”들은 반으로 기록하래, 그게 규정이랬어.
리지앙산들었어? “바보의 엉덩이 - ①거북이의 엉덩이 王八的屁股-龜腚”
지앙이시험 보자! ②“시험보면 엉망이 될 것이다. 一'烤'准'糊'
위다하이엉망이 되더라도 시험은 봐야지! 누구도 기죽으면 안 돼!
위에이양맞아! 부딪쳐보자! 까짓!……
이 단락에서 지앙이가 ‘규정(規定)-guiding’이라고 하자 리지앙산은 ①‘王八的屁股-龜腚’이라고 대답한다. ‘龜腚-guiding’은 중국어 발음상 ‘규정 規定-guiding’과 같아서 바보같은 규정에 대해 언어로 장난을 친다. 두 번째 예문인 ② 一“烤”准“糊”는 ‘烤 kao’는 ‘시험보다’의 의미인 ‘考 kao’를 대신한다. 문맥상 ‘糊- 타다, 눌다’가 오기 위해서는 ‘굽다’의 의미인 ‘烤’가 ‘시험보다’ 동사인 ‘考’보다 더욱 어울리므로 이렇게 사용한다. 동시에 시험이 망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3) 빈공간
무대는 중국 전통극처럼 빈 공간으로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무대 오른쪽에는 드럼, 왼쪽에는 신디사이저가 놓여 있고 여자 드러머와 남자 신디사이저 연주자가 입장하고 뒤를 이어 배우들이 등장하고 드러머의 연주로 공연이 시작됨을 알린다. 이 작품의 무대는 배우의 동작과 음악, 상징으로 채워져 있다. 무대 실험은 언어 외에 배우의 몸, 동작으로 이어진다. 겨울임을 알리는 음향인 바람소리도 천과 배우들이 입으로 직접 소리내고, 집으로 들어가는 문 역시 두 명의 배우들이 팔을 이용하여 마임으로 보여준다.
【사진2 : 문 연기】 【사진3 : 겨울바람 표현】
배우들은 사물을 연기하거나 자신의 대화의 장면이 아닌 경우에는 무대위에 놓여 있는 천으로 자신을 감싸고 배우가 등장인물이 아닌 다른 사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장군’이 군대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이를 환송하는 친구들이 숲 속의 나무를 연기하고 ‘장군’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천을 두르고 나무를 연기한다. 희곡에서는 ‘장군’을 환송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하지만 공연에서는 이들이 나무처럼 서서 감정없이 ‘장군’에게 이야기하고 ‘장군’은 마치 사물과 대화하는 듯 하다. ‘장군’이 떠나고 이들은 말없이 다시 나무로 돌아간다.
대본에서는 간단한 한 줄의 지문, 예를 들면 “위에이양은 민첩하고 숙련되게 닭을 훔친다.”란 지문이 공연에서는 위에이양을 맡은 배우가 드러머의 소리에 맞춰 몸으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이처럼 극의 절반 이상은 배우들의 몸짓으로 이루어지고 배우들은 마임과 전통극의 무용화된 몸짓을 보여주는데 멀리 떠나거나 대화의 전환을 알릴 때는 무대를 한바퀴 돌기도 한다. 이는 중국 전통극에서 멀리 길을 떠나는 것을 암시할 때 배우가 무대를 몇 바퀴 도는 것과 같다.
위다하이가 리지앙산을 때리는 장면에서 남자 연주자가 가죽끈을 가지고 옆에서 때리는 소리를 내고 이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심각한 장면이지만 이러한 장면 연출에 관객들은 웃는다. 이렇게 가벼운 연출은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수녀’가 자살하려는 장면은 블랙 코메디에 가깝다. ‘수녀’는 유부남에게 속아 연애를 하고 이를 안 부인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강에 빠져 죽으려 한다. 이를 ‘장군’이 구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수녀’를 연기하는 배우는 줄에 매달려 팔과 다리를 흔드는 모습이 자살하려는 모습이 아닌 살기 위해 수영하는 몸짓이다.
이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심각한 자살 장면을 연출자는 유머로 풀어낸다. 이렇게 배우가 몸으로 보여주는 연기는 희곡에서는 읽을 수가 없다. 배우의 몸으로 표현하는 상징성 외에 의상과 천으로도 표현된다. 제1장 1976년 겨울에서는 어렵고 힘든 시절임을 무채색의 여기저기 기운 겉옷으로 상징하고 1984년 가을은 뒤는 붉은 색, 앞은 회색으로 된 겨울옷 보다는 훨씬 좋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사진4: 겨울 옷 입는 장면 】
공연이 시작되면 등장인물들은 등․퇴장 없이 연기를 한다. 7명의 배우들은 자신의 장면이 아닌 경우에는 무대 위에 앉아 있거나 사물을 연기한다. 한 무대에서 여러 사건이 두 명, 또는 세 명의 인물들이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진행된다. 때문에 이들의 대화를 구분해 주는 것으로 드럼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남녀 두 연주자는 극의 흐름을 진행시킨다. 서술자로서 배우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설명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대 스탭으로 음향효과를 맡기도 한다. 이들의 설명과 음악은 막이 없는 무대에서 장면이나 인물들 사이의 대화가 전환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한 무대 위에서 여러 장소와 인물들의 대화를 표현하고 간혹 각 인물들간의 대사의 교차를 통해 여러 장소, 여러 인물들의 내면 상황과 외적 상황들을 한꺼번에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리지앙산은 멍하니 앉아 있는다.
리지앙산“대두”, 날 이해해 줘! 난 다른 뜻은 없어, 난 너희들의 행복을 빌 뿐이야!
[위다하이는 강변에서 멍하니 생각한다.
위다하이행복아! 안녕……
[정잉잉은 조급하게 위다하이를 기다린다.
정잉잉왜 안 왔어? 결혼, 돈을 요구하는 편지와 전화는 그렇게 많이 해놓고! 난 감히 밖에도 못 나가고 널 찾을 곳도 없고. 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위다하이날 기다리지 마. 이렇게……끝내자!
위에이양(강변에 앉아서) 머리가 아프군! 어떻게 이렇게 됐지?
리지앙산만약 내 그런 바보같은 말 때문에……(놀라며)
정잉잉그 사람, 무슨 말 들은거 아니야?
위다하이아니……
위에이양어떻게 그럴수 있어? 우정은 잊었니? 우리가 함께 했던 “집단 거주지”를 잊었어……(머리를 감싸쥔다)
……
리지앙산(일어나서) 난 내 자신을 버렸어, 다시 친구를 잃을 순 없어!
정잉잉(동시에 일어나서) 난 이미 “구산”을 잃었는데 다시 그를 잃을 순 없어!
위에이양(그들과 동시에 일어나서) “대두”, 넌 어디 있니?
남악사(엄숙히 낮게) 그는 술을 먹고 사람을 때려서 구치소에 들어갔지!
위에이양
정잉잉아?! (그들은 놀라서 바라본다……)
리지앙산
이 부분은 이야기의 순서가 없다. 이는 대화가 아닌 독백형식으로 4명의 배우가 한 무대에 등장하여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글로 읽으면 순서가 교차하여 얼핏 이해하기 힘들지만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배우들이 다른 구역에서 연기함으로써 4명의 상황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WM》은 영웅적 인물형상, 유토피아 등을 주제로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한 극의 구조로부터 영웅적 인물형상이 약화되고 7명의 평범한 인물들의 삶이 어떻게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사회적 변화들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연기와 음악, 무대의 실험을 통해 형상화시켰다. 작가와 연출가는 신시기 첨예한 문제였던 ‘인간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비틀기와 유머로 풀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살펴본《WM》과 함께 중국 실험극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중국 화극사(話劇史)에 있어서 ‘화극’이란 말 대신 ‘연극(중국어로는 희극 戱劇)’이란 용어로 대체하며 연극이 지닌 연극성, 공연성에 대한 개념을 수립하였고 무대형식, 언어형식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도록 했다. 더욱 발전하여 ‘연극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극 자체에 대한 실험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렇게 중국의 실험극은 연극이 지니는 무대성, 연극성의 독특한 특징들을 이해하고 양식화된 현실주의의 패러다임을 깨서 다양한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이 점이 중국 실험극이 중국 당대 연극사에서 지니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와 연출가들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관객과 공연과의 관계 역시 변화시킨다.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입장으로 관찰자, 방관자, 또는 무언가를 배우고 반성해야 하는 학생의 자세가 아닌 공연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생각은 관객이 자신이 볼 공연을 선택하듯 작가와 연출가 역시 관객들을 선택하고 염두하여 글을 쓸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공연이 쓰여 지고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이렇게 획일화에서 다양화로, 재부족화를 탈피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한 중국 실험극은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