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여자만큼 가방과 신발을 좋아한다. 단지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그런 남자가 숨은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등산배낭과 등산화를 고를 때다. 등산장비는 기능성 제품이라 디자인만 보고 골라서는 안 된다. 등산배낭과 등산화를 올바르게 구입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Part 01 등산배낭 구입·사용설명서
01 배낭 제1의 기능, 수납
배낭은 짐을 담으려고 멘다. 짐을 손으로 들거나 겉옷을 허리춤에 묶고 등산하면 균형을 잃거나 나뭇가지 등에 걸려 다치기 쉽다. 등산배낭 수납에는 노하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거운 짐일수록 어깨와 가깝게 수납하는 것이다. 어떤 짐이든 어깨와 멀어질수록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거운 짐을 머리 위로 쌓아서는 안 된다. 무게중심이 높아져 산행 시 균형을 잃기 쉽다. 배낭 가장 위쪽에는 윈드재킷이나 행동식(간식)처럼 자주 꺼내는 물건을 수납한다.
배낭은 주머니를 지퍼로 여닫는 스타일과 배낭 덮개로 싸 버클을 채우는 스타일 등이 있다. 지퍼로 여닫는 스타일은 짐을 꺼내기가 편리하다. 반면 배낭 덮개를 싸는 스타일은 짐을 꺼내기 불편하지만 후드 안쪽으로 윈드재킷 등을 넣을 수 있어 수납성이 좋다. 최근에는 배낭 옆구리에 지퍼를 달아 단점을 보완한 제품도 많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르면 된다.
02 단거리 산행 30L, 장거리 산행 50L 이상
배낭은 짐을 담는 용량이 제각각이다. 작게는 25L부터 100L가 넘는 배낭도 있다. 배낭 용량은 L(리터)로 표기하는데, 학생들이 책가방으로 많이 메는 배낭이 30~35L다. 2~4시간 단거리 산행이라면 30~35L가 적당하다. 5시간 이상의 원정 산행이라면 50L 이상, 텐트나 침낭 등을 수납해 하루 이상 비박을 한다면 최소 80L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계절에 따라서도 크기가 달라진다. 겨울에는 우모복이나 장갑 등 보온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여름보다 짐이 많다. 그래서 등산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코스에 따라 배낭을 3개 이상 갖추기도 한다.
배낭이 하나뿐이라면 어떻게 할까? 짐에 비해 배낭이 너무 클 때는 배낭 조임끈을 최대한 활용한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부장은 "짐이 없어서 배낭 내부에 빈 공간이 생기면 배낭이 뒤로 처지고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다"며 "이때는 배낭 측면이나 하단에 달린 조임끈을 최대한 당겨 배낭을 등 쪽으로 압축하면 무게중심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03 소형 배낭은 부상 위험 높인다
배낭이 오로지 짐을 담는 목적이라면 단거리 산행 시 20L 배낭을 메도 된다. 하지만 최소 30L 이상 배낭을 메는 것이 좋다. 배낭이 등을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0L 배낭은 성인 남성의 등 전체를 감쌀 수 있는 크기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배낭이 커야 손에 짐을 들지 않게 된다.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은 "배낭이 작으면 짐을 손에 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부상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에 짐이 있으면 신체 균형을 잡거나 돌발 상황을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가까운 단거리 산행이더라도 30L 이상 배낭을 착용하자.
04 상체 길이 따라 배낭이 다르다?
배낭에 사이즈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배낭도 의류처럼 신체 사이즈에 맞는 제품을 고르자. 특히 50L 이상의 배낭일수록 그렇다. 물론 사이즈가 따로 없거나 자체적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모델도 있지만 최근 고용량 배낭은 사이즈를 구분해 출시하고 있다.
배낭 사이즈는 등판 길이에 따라 스몰(S), 미디움(M), 라지(L)로 나눈다. 등판이 길수록 어깨벨트와 힙벨트의 거리가 멀고, 짧을수록 가깝다. 상체 길이가 짧은 사람이 등판이 긴 배낭을 메면 어깨밸트가 뜨거나 힙벨트가 골반을 정확하게 감싸지 못해 배낭의 무게 분산을 할 수 없다.
자신에게 꼭 맞는 배낭을 사려면 상체 길이를 알아야 한다. 배낭을 구입할 때 재는 상체 길이는 목뼈부터 골반 바로 윗부분까지 길이다. 집에서 줄자로 잴 수 있지만, 각 배낭 브랜드에서 만든 측정기구로 재야 정확하다. 브랜드마다 사이즈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등산용품 매장에서 상체 길이를 잰 후 직접 메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 등산배낭, 등산화 구입 및 사용 관련 자세한 내용은 <헬스조선시니어> 3월호에서 확인하세요.
사진 조은선 기자, 헬스조선DB
도움말 윤치술(한국트레킹학교 교장), 원종민(코오롱등산학교 부장), 송택승(몽벨 상품기획팀 과장)
자료제공 k2, 몽벨, 코오롱스포츠, 넬슨스포츠, 에코로바, 써미트, 캠프라인, 아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