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가 만난 책을 발간 한
시인의 첫 시집으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 놓았다
<출판사 서평>
하성자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물게 우주와의 만남과 공존의 양식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시인이다. 하성자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스스로 “시를 통하여 깨어있고, 느껴, 내 주위의 것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감정을 나누어 가지고 간직”한다고 말한다. 시인의 시에 대한 인식은 철저하다. “내 주위의 것들은 그것들의 주위이기도 하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관계”이기에 “지나치는 것들을 붙들어 시로 쓰는 것은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마움의 표시이자 깨어있다는, 느끼고 있다”는 인식이 그렇다. 이러한 시에 대한 철저한 인식은 바로 옥타비오 파스가 말한 “시 자체가 자신의 주인이며 혼이 깃든 자연과 시인의 영혼이 만나서 얻어지는 열매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하성자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주위의 생명성에 대해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주위의 것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해왔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이는 마치 “나는 오늘도 지상의 감각과 까닭 모를 신선함, 그리고 어떤 신비의 열쇠를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마르셀 레몽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 소개>
1962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현재 김해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월간종합문예지 한비문학에 독서에세이 “내가만난 책‘을 8년간 발표해 온 작가는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꿈꾸는 독서광이다. 시인·수필가로 대구일보, 경남신문, 김해신문, 김해뉴스, 경남매일, 밀양신문 등에 참여하였으며, 현 창원일
보 고정 집필진이다. 김해 문협 ‘찾아가는 백일장’ 지도 및 심사 참여. 가야문화축제 백일장 심사 참여, 김해 YMCA학교폭력예방 도서전달식 참여 및 학생 독후 발표회 심사 및 총평 등 아동, 청소년 문학 관련한 봉사 활동을 하였다.‘김해남명 정신문화연구회’ 활동을 통해
지역과 문학과 경제를 엮어가는 새로운 일에 동참하였다. 김해신문 창간 축시, 부산 YMCA 발행지 Y-man 창간 축시를 게재하였고 국제로타리 총재월신 집필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해의 책’도서 선정단으로 활동했으며 여러 문예지를 통한 작품 발표 및
독서토론회 활동을 유쾌하게 하고 있다.
저서_내가 만난 책
<목차>
1부-무릎 꿇고 널 고대하노니
제 몸 부수어가며
품어 주시니 다행이다
물갈퀴를 쉬지 않는
저 강이 흘러 다행이다
해인사 소리길 1/나팔꽃/강물을 타고/바닥 물/봄, 그리움/아침을 기다리며/해바라기 /아침 뜰에서 /추석을 앞두고 /틈/가을이 꼬박꼬박 졸고 있다./해은사 부처님/봄을 걷다/아트페어 전시장에서/불사조/돌아오는 길 /바다는 4월에 머물고 있다/어머니의 미숫가루/생존/가을 동창회 /해반천을 흐르다
2부-바람의 그물이 제 입술을 축이는
꽃피워 보는 봄, 봄, 봄
발자국 따라 봄을 털고 나서 보면
꽃이나 하늘이나 우리나 환한 봄 속에 들어
그 여자의 백야白夜/개나리꽃 지는 날/그리움이고 싶습니다./목련 핀 날에/한 소나기 한 뒤/임종/초벌 산딸기/종부/봄 속에 들어/팔라완의 아침해변/새해 첫날에/물리치료를 받다/낙엽 /고향을 데려오다/서운암 장독대에서/얼 꽃/들뜬 맘이 지나고/길 따라가면/돈/유토피아는 어방동이다/가로수 1, 고민 해결/가로수 2 – 이사갔어요
3부-시간을 짚고 산을 걸었지
꽃이 꽃을 피워 꽃길을 여는
먼 데서 번져오는 꽃무리 따라
연두 물 터뜨린 나무들 물결이
숲을 채우고 숲길 너머 흐르는
손-하나/아침/연날리기/세상이 빛나는 것은 /시인의 노래/과일을 깎다/부자 신드밧드 에게/화장장에서/봄 1/봄 2/분주령/분주령 달밤/6월의 꽃길에서/4월의 강 /고향/강이 눈부신 아침에//구절초/계곡물
4부-아침 해가 흐린 하늘을 고요히 뚫었습니다
바람 빛깔로 터지는 새싹이나
물소리로 번져나는 꽃물결이나
봄을 거듭한 봄이 다시 열리면
뒷짐 진 나무마다 둥지를 품고
봄을 거듭한 봄이 다시 열리면/재생/밤, 해은사/아버지 산소에서/아무도 모른다/대감 벽화마을 백파선 그림 앞에서/시월은/은행잎/불청객/가야 테마파크 불꽃 축제/통도사 왜가리/은하사 백중 천도제 날에/가슴 시린 날/국화차를 마시며/새아벌골 참새미에서/봄 길/숙화 씨/가벼운 무게로 내리는 비/가을 산에 올라/쉬운 길/누구세요?
5부-가물대는 촛불을 피워 올린다
떨어져 나간 것들을 딛고 산은 서 있다
하늘 가까이서 자꾸만 봉우리는 기웃거린다
높은 데 사는 구름과 새가 꼬셔버린 탓일 게다
제 살점을 베어 던지다 마침내 야위어가는
산은 허물어지도록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은/뭉툭산/어머니의 어린 날/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신어神魚의 꿈/문경새재 풍경 /동굴에서/허황옥許黃玉의 기도/기다림, 문경새재/2월이 새로운 건 /봄 꽃 /사춘기 아들에게/엄마의 찻물/흐린 추석날이라도/어떤 미친놈/가을 선운사/재롱잔치/기도 1/기도 2 /짝사랑/무엇하러
해설_허형만
<작품 소개>
소리로 여는 한 길
비 내리는 가야산에
천 년 축제를 찾아 든 사람들 줄이
붉고 노란 단풍 줄 편백나무 줄, 계곡물 줄과 어울려
비원悲願 받쳐 든 우산 아래 간절하신
어머니들 이마에 고단한 겹 주름 줄의
굳은 땀방울까지 씻어내는 줄 땀
소리가 목탁이 되는 해인사 소리길
흙바닥에 눌러 붙어서
다시 밟힌 그 잎들처럼, 더없이 고요한 잎맥으로
마침내 묵언默言해제한 푸른 하늘
천년 죽비竹篦 소리 맥 빛 일갈一喝에
소리를 더듬어 온 흔적은 합장하고
가을 하늘빛 화두話頭 한 장 이고 걸었다
<해인사 소리길 1>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들은
상처가 깊다
돌보는 몸에도 옮아
아픔을 보글거린다
생채기 싸안고 난 뒤 고요함도 헛방이다
황쏘가리 떼 한바탕 휘젓고 떠난 자리에
흙 자갈 몽당연필 볼펜 소주병 커플 반지 한 짝
뒤웅박 저들끼리 자리다툼은 치열해지고
엎어지다 긁히고 부딪혀 뒹굴어대는
밀려서 몰려오는 저 수많은 것들로
무슨 일이 닥쳐들지 모를 바닥이지만
제 몸 부수어가며
품어 주시니 다행이다
물갈퀴를 쉬지 않는
저 강이 흘러 다행이다
<바닥 물>
세상과 만난 찰나
주먹 쥐고 다짐한 무욕無欲
맑은 하늘 곰지락대던
그때가 언제였더라?
눈물 어룽이는 들판에
색 바랜 꽃잎의 홀씨가
하늘을 난다, 어라!
아지랑이 사이로 난다
무욕은 망울망울 홀씨가 되고
홀씨는 하늘하늘 나비가 된다
저 나비 송이송이 돌아오는 날
꽃망울은 열리고 꽃대는 손 내밀겠지
하늘하늘
맑은 하늘 곰지락대던
그때가 언제였더라?
<손-하나>
햇빛이
아침 창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와
한낮엔 아예 방을 차고앉더니
먼지도 기세 등등 방을 어질러 놓고
점령군 같이 설쳐대다가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저녁에야
겨우
깨끗해진
내 방
앞으로 방문 사절합니다!
<불청객>
배추밭에
배추 나비가 날아다니는 건
배추벌레가 배추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겹겹 이파리를 고물고물 뭉개어
애벌레 속으로 들어간 배춧잎이
배추 나비 되어가고 있다는 것일 게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은
사랑과 미움을 그렇듯 뭉개어서
가슴 섞은 우리를 키워가는 것일 게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은>
해바라기 키 높아 올려보던 날엔
줄기 감고 오르던 나팔꽃 참 부러웠지
폴짝 뛰어올라도 손만 멀던 바라기 꽃
꽃대기 닿은 나팔 별 바라 지새운 밤
비 그친 아침 사 누렁 꽃잎을 마주 섰지만
맞닿아 설레는 손은 슬픈 건반만 두드리네
해님 뵈지 않는 밤엔 해님을 꿈꾸고
비 붓던 긴 낮엔 해님 찾아 휘돌다
품지 못할 그리움을 알알로 영글었구나!
연둣빛 잉태마다 햇살 촘촘 만삭 빚고
달찬 아가 첫 울음소리 쩌렁쩌렁 터질 때
해 조각 품고 서서 기도하는 바라기 꽃
<해바라기 >
틈새 든 바람이 골짜기 틈 만들고
그 새로 스민 물 골 따라 강물 되듯
미워진 한 틈 맘에도 깊은 정이 흘러서
그럭저럭 흐른 틈을 미운 정이 채워서
후회 서린 마음 틈 둘 곳 찾아 서성이면
정 깊은 미움이 먼저 그 앞에 두런거릴 뿐
<틈>
풀, 나무, 숲
한강의 원류를 품은 분주령
시간을 짚고 산을 걸었지
모퉁이를 돌면 가을이던 날에
되돌아 걸어도 가을이던 날에
수억만 년 꽃대 위에 핀
시간의 꽃
그윽타!
<분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