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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동신협산악회에서 두 번째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첫 산행 때처럼...
설레 임도...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기까지 했다...
남해 설흘산..응봉산..첫산행에서 전율을 느낄만큼 짜릿했던 감동을 잊지못해
두 번째 산행을 기다려왔는데도 말이다...
지난번 마니산 시산제때 개인적 사정 때문에 참여하지못해..너무 오래기다려온 탓인듯하다...
사실은 지난번 첫산행때 그런 감동을 기대하고 나선것은 아니었다...
산행보다는 뒤풀이 때 맛있는 회를 먹는다고해서....
거기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는 것을 오늘에서야 "이실직고" 하고싶다.
오봉산 산행....
뒤풀이 때는 춘천닭갈비를 먹는단다...
오늘은 또 어쩐 일인지 출발 전부터 춘천닭갈비에 필이 꽃혀있다...
"스님이 염불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다"라는 속담은 ..
아마도 나를 두고 하는 소리 인가보다...ㅋㅋ
그런걸보면 난 아무래도 산악인의 자질은 아예 없는가보다..
예정대로 시간에 맞춰 평택역으로 나갔다...
김밥집에 들러 여느때처럼 달랑 김밥 한줄사서 배낭에 넣고 ..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첫 산행때는 버스를 기다리시던 분들이 20여명 넘었는데...
오늘은 채 열명이 안되는듯하다...
그마저도 다른 버스가 오더니 서너명을 태우고는 떠나버린다...
그러고보니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오질 않는다...
이미 버스가 출발했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시간을 잘못알고 있었던 걸까....
내 머리가 혼란스러울 즈음..다행히 버스가 도착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 버스에 입이라도 맞추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여느때처럼....
아침 못 다잔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으려는데....
통로를 분주히 오가시던 총무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지난번 첫 산행때 한번 뵈었을 뿐인데....나를 첫눈에 알아보신다.....
내가 특별한 캐릭터가 있는 외모도 아닌데....그저 감사할 뿐이다..
총명하신 분 인것 같다
오늘도 임원님들....
아침부터 버스 안에서 참으로 분주하시다....
간식 챙겨주시랴...인원 파악하랴.....산행 안내하랴.....
늘 수고가 많으신 분 들 이다....
한참을 꿈속에서 헤매다가 눈을 떠보니....
중앙고속도로 시발점이자 종착점에 자리 잡고 있는 춘천휴게소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차가운 냉기가 제법이었다...
날씨가 잔뜩 흐려있어 오봉산 정상에서 절경을 감상할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여기서 잠시 머무른뒤 버스는다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나와 일반국도로 30여분을 더 달려 오봉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배후령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여기가 38선" 이라는 웅장한돌비석 하나가 서있었고
건너편으로 작은 휴게소가 하나가 보였다.....
38선을 알리는 그 돌비석을 배경으로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산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산행 들머리 첫 걸음 부터 로프가 나타난다....
첫걸음부터 로프에 매달려 산을 올라야하다니....이산이 얼마나 험준한 산이기에....
갑자기 내 표정이 굳어지고 긴장감이 잦아들었다...
다행히 경사가 급한 비탈길임에도 노면은 험하지가 않았다...
로프에 매달려 비탈길 두어개를 올라서니 금새 능선에 올라섰다....
완만한 능선길을 걷는동안 구름이 걷히더니 햇살이 내리쬐었다...
하마터면 정상에서 소양호를 감상하지 못할뻔 했다.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능선길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
1봉, 2봉,..........5봉까지.....
두어군데 로프에 매달려 암벽을 오르긴 했지만 비교적 순탄한 길이었다...
솔직히 아마츄어로서는 1봉이 어디고 2봉이 어딘지...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봉우리가 완만하게 이어졌고.봉우리 숫자도 7~8개는 되어보였다...
다만 3봉,4봉에는 가파른 바위가 있어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하니겨 겨우 가늠 할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수월하게 정상에 도착했다...
솔직히 수월하다 기보다는 좀 싱거웠다는 표현이 더 적절 할듯 싶다...
어떤 여성분은 "뭐 이리시시해..." 하는 분도 있었고....
어떤 남자분은 " 누가 여기 오자고 했어... xx지...? "
"이사람 어디있어~~" 하시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오봉산 정상이 779미터..... 배후령 고개정상은 610미터.....
그러니까 8부 능선까지는 버스를 타고 공으로 올라오지 않았던가...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도 그다지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주변에 둘러서있는 나무에 가려 시원할 만큼 시계가 용이하지 않았고..
나무 틈새로 내다보이는 소양호는 너무 멀리 있어 자투리만 힘겹게 시야에 들어왔다...
문득....
내려오는 길이 걱정스러웠다.....
올라오는 길에 비해 하산길은 너무 멀지 않은가....
정상도전 이라는 목표를 의식하고 오르는 등산길은 힘든줄 모르지만....
목표가 상실된 시점에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맹목적인 하산길은...
언제나 힘겹고 지루하기 마련이 아닌가....
하산길은 체력도 고갈되어....
다리가 휘청거리고, 걸음걸이가 꼬이고....발목이 접질리고....
그래서 초보자들에게 안전사고는 늘 하산 길 에서 더 많기마련이다...
이는 마치 주부들이....
삼복더위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음식을 만들고...찌개를 끊이고, 굽고, 볶아대고..
그러면서도 힘든줄 모르고 요리를 할때는 가족들에게 맛난 음식을 제공하고싶은
욕심과 목표가 뚜렷하지만.....
목표가 상실된 설거지는 늘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이치와도 같을것이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하산길에 나섰다....
등반코스가 짧아 체력소모가 없어서인지 하산길은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턱쯤 내려오니 기이한 바위들이 서로엉켜 오묘함을 자아냈다...
그중 가장 눈에 띠는것이 엄지손가락을 닯은 망부석 바위였다..
하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이는듯 하나, 어떤이는 남근석을 닮았다고 하니...
보는 이마다 그 이미지가 다양하게 보이는가 보다...
그 옆에 가장 널따란 바위를 깔고 앉으니 소양호가 가까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심 깊이가 동양 최대라지만.....
양쪽의 천혜요새와 같은 돌산을 이용해 깊은 계곡을 막아놓은 터라
수면 폭은 그리넓지 않아서 한가운데 서서 양손을 뻗으면 손에 닿을듯하다....
소양호는 그 폭이 협소하지만 댐의 높이만 123미터나 되는 만큼 수심이 매우 깊다.
만수위 때는 그 수심이 198미터나 된다고하니 이번 서해안 침몰사고 해역의 수심이
40여 미터임을 감안 해 볼 때 그 깊이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길이가 60여km가 넘어 선착장에서 인제, 양구 까지 오가는 배편이 있고
그 주변 산과 계곡의 경관이 계절에 따라 신비감을 더해준다고 한다...
오봉산 정상보다는 오히려....
여기 중턱의 조망이 한층 더 수려하고 빼어났다....
탁 트인 시계가 마치 정상인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시원스럽다...
조금 더 내려와서 암릉절벽 꼭대기 걸쳐 앉으니
천년의 사찰 "청평사"가 발아래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청평사 뒤 뜰 까지는 수직절벽이다..
이 수직절벽을 한 가닥의 로프에 매달려 내려가야 하는것이다....
늘어진 로프를 다리와 다리사이에 두고 뒤로돌아 뒤뚱뒤뚱 내려걷는
걸음이 영~ 어색하기 짝 이없다.
이 자세는 여자분들이 더 힘들어 하기도 한다..
역시 암벽을 내려오는 것은 자세가 나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로프를 타는 곳 부터는 하산속도가 느리다보니 다소 정체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닥다닥 빼곡하게 로프에 매달려서 내려오니..
윗사람 엉덩이와 아래쪽 사람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서 왔다는 아낙들의 장난기가 발동한다...
한 아낙이 위쪽을 쳐다보고는
" 야~ 너~ 빵귀 뀌지마라~~ " 하고는 소리친다..
그 일행 아낙들 기다리기 라도 한듯 일제히 "까르르~~" 웃음보가 터진다.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웃음보가 멈추질 않는다...
대체 내려갈 생각은 않고 수다가 시작된다...
로프를 붙잡고 있는 내 팔에는 힘이 조금씩 빠져 나가는 듯 한데...
이 아낙들 그저 웃어 대느라 정신이 없다...
사춘기 소녀시절에는 그냥 굴러가는 낙엽을 보고도 깔깔대며 웃는다고 하지 않는가...
아마도 오늘만큼은 순수한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한가정의 주부. 아내, 엄마....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으니 오죽 행복하랴~~
그냥 오늘은 이쁘게 봐주어야 할까보다..
내려와도 내려와도 절벽은 끝나지 않는다....
한구간을 내려오면 또 한구간이 나타나고....
아마도 그렇게 예닐곱 구간을 더 내려온듯 싶다....
내 앞의 한 아주머니는 오금이 지려서 더 이상 못가겠다고 주저앉고....
어떤 여성분은 팔에 힘이 빠져 더 이상 로프를 잡을 힘이 없다고 울상이시다....
그러고 보니....
암벽을 오를때는 다리에 체중을 실어 오르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만..
내려올때는 로프를 잡은 팔에 체중이 실리니 팔에 힘이 더 들어 가는 듯 싶다....
평소 운동을 하지않던 사람들은 하루자고 나면 어깨랑 팔이랑 꽤나 뻐근 할듯 싶다.
역시 등산은 하신길이 더 힘들다는 것을 다시한번 체험 한셈이다....
그러면서도 성취감이 없으니 당연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일게다..
오르는 등산길에 이런 암벽이 있었다면 참으로 재미있었을 것 같았다...
평탄하게 걷기만 하는 등산길보다는 이런 암벽등산길이 조화를 이룬다면...
힘든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흥미로운 등산길이 되었을것 같다
우역곡절 끝에....
청평사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팔이 저려왔다...
경내 모퉁이 놓여있는 통나무의자에 걸터앉아 내려온 길을 올려다 보니 정말 장관이다...
청평사 뒤편 구름을 뚫고 치솟은 암벽과 바위들....금방이라도 무너져 나를 덮칠것같다.
저길을 내가 내려왔으리라 는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문득....
오늘 이등산 코스가 반대로 했다면 어떠했을까....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르는 길은 다양하고 흥미롭고... 하산길은 짧고 순탄하고..."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로프를 타고 올라가 바위에 걸터앉아
소양호를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그 자리에 앉아서 막걸리 한잔 들이킬수 있었다면 신선조차 부러워할..
아마도 환상적인 코스가 되지 않았을까.....
청평사 경내를 한바퀴 둘러볼까 하다가 그냥 길을 나섰다...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사찰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않았다..
길을 나서 조금 내려오다 보니 구송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를 넋놓고 응시하다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갈길이 촉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데 허기가 느껴졌다....
암벽에 매달려 내려오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체력소모도 많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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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하편(춘천닭갈비 편)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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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산악회는처음이구여..시간이 없는사람이라 산악회 다닐시간도 없어요..그저 집근처 산에 잠깐씩 다녀본게 전부랍니다..그러니 산행때 마다 너무 좋습니다.
"성공나라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 생생한 후기도 올려 주시고.... 잘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활력 넘치는 생활 이루시기 바랍니다,,,,,,,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생생한 여행후기이시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글구 카페지기님 등극하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알았는데요..로프를 안타고 편안하게 내려오는 길도 있었다고 하네요..^^
꼴지조가 그리로 내려 왔습니다......요............
다시 오봉산에 오르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