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적 논평: 초기의 들뢰즈, 몇 가지 방법론적 원리들
들뢰즈 사상의 진화(Gilles Deleuze: An Apprenticeship in Philosophy, 1993)
마이클 하트, 김상운과 양창렬, 갈무리, 2004, P.477.
- 하트(Michael Hardt, 1960-), Gilles Deleuze: An Apprenticeship in Philosophy,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3.
** 저자는 논문의 초점을 이렇게 말한다. 들뢰즈의 초기 사상의 형성을 파악하는 방ㅅ식이다. 첫째 방법론적 원리, 즉 주요한 적대의 대상과 용어(항)들을 인식하라. 둘째 방법론적 원리, 즉 들뢰즈를 철학적으로 독해하라. 셋째 방법론적 원리, 들뢰즈의 선택성을 인식하라. [넷째] 방법론적 원리, 들뢰즈의 사상을 하나의 진화로서 독해하라.
그런데 우리는 전체적으로 보아 새로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성과 가상성 사이에 이중분절(이중화과정)이 있다. 그리고 내재성의 연속성은 질료형이상학적으로 파악하는 시도로서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를 다루고 있다. [우리로서는 소크라테스, 스토아, 플로티노스, 둔스 스코투스, 브루노, 스피노자, 루소, 벩송을 잇는 계열을 중요시하라고 할 것이다]. 내재성과 권능이 발현되는 방식으로, 들뢰즈의 사유가 회오리처럼 확장임을 주목하자. 상대 또는 반대라는 것은 적대라기보다 상보적 연관도 있음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종합하여 이제 철학은 대상이 아니라 주체 즉 영혼의 과정(지속)을 실증적으로 긍정적으로 권능적으로 파악하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51VKA)
* 베르그송이 자신의 첫 저술(DI)를 쥘 라슐리에(Jules Lachelier, 1832-1918)에게 헌정하였다. 그는 학위논문(DI)에서 라슐리에 대한 인용이 없고, 그의 다른 저술들에서도 없다. 그런데 라슐리에의 유일한 저서, 귀납법의 토대에 대하여: 부록 심리학과 형이상학(Du fondement de l'induction suivi de Psychologie et Métaphysique 1896)는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연역이 아니라 귀납이며 실재적 경험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다른 하나는 관념(Idea)에서 형이상학이 아니라 영혼에서 형이상학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벩송은 여러 곳에서 스코틀랜드 심리학자들이 경험의 실재성을 다룬다고 하는데, 어쩌면 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을 들뢰즈가 간파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해 볼 문제거리이다. / 다른 한편 벩송이 본능과 지성을 대비시킨데 비해, 들뢰즈기 본능과 제도를 대비시킨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인식능력에 연관하여 다루었는데 비해 후자는 도덕성과 정부에 관련하여 다루는 것 같다. (51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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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들뢰즈의 철학사상: 철학에서의 도제수업 13
서론: 헤겔과 포스트구조주의의 기반들 15-32
예비적 논평: 초기의 들뢰즈, 몇 가지 방법론적 원리들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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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적 논평: 초기의 들뢰즈, 몇 가지 방법론적 원리들 번33-43
1953년에 들뢰즈가 편집한 텍스트 모음집인 본능과 제도의 서문에서, 우리는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기획의 일반적인 윤곽들이 제도이론으로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긍정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 외부에 놓고(자연적 권리들), 사회적인 것을 부정적인 것 내부에 놓는(계약적 제한) 법률의 이론들과는 반대로, 제도 이론은 사회를 본질적으로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것으로서(독창적인 만족의 수단들) 제시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필요) 외부에 놓는다. (33)
그것은 ‘부정적인 것’에 대한 공격이 하나의 정치적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철학의 중심적인 생산적 목적은 순수하게 긍정적이고도 창의적인 사회를 구축(construction)하는 것이라고 설정한다. 우리는 이미 여기서 강력한 구성(constitution) 개념이 숨어있음을,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이론에 대한 암시적 단서가 숨어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34) [하트의 장점은 긍정적 과제에서 정치적 문제를 보았다는 점이다. 부정과 긍정에 대한 형이상학적 양극에서 형상론은 부정(否定)을 열등한 것으로 자연론에서는 부정(不定)을 새로운 생성으로 보는 점이 다르다. 자연은 자기에 의한 자기 생산이다. (51UNA)]
흄에 관한 들뢰즈의 책인 경험론과 주체성을, 결사체[결합]와 믿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을, 이러한 정치 철학적 기획을 직접적으로 제기하려는 초창기의 시도로 읽으려고 노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4) [들뢰즈의 정치철학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이라 해야 한다. 앵글로 색슨은 아무데나 철학이란 용어를 붙인다.]
심지어 겨우 스물한 살 때 출간된, 그의 진정한 첫 출간 논문인 「예수에서 브르주아지로(Du Christ à la bourgeoisie)」에서조차, 우리는 이미 반헤겔주의가 그의 사상의 추진력임을 인식할 수 있다. (35)
이 기간에 들뢰즈가 전파한 다양한 슬로건들(mots d'ordre) - 부정적인 것의 파괴, 긍정적인 것의 긍정 - 은, 헤겔과의 적대적 대결 속에 확고하게 근거를 두고 있지 않는다면, 충만한 힘과 유의미성을 잃게 된다. (35) [부정되었던 심층이 충만성이며 실재성이며, 권능이며 유의미성이며 새로운 단위로서 질료형이상학적 실체(추상성)이다. ]
들뢰즈 자신이 니체를 독해하면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철학적 기획을 적절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철학적 기획의 주요개념들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인가를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들뢰즈를 독해하기 위한 우리의 첫째 방법론적 원리를 구성한다. 즉 주요한 적대의 대상과 용어(항)들을 인식하라. (35-36) [들뢰즈가 사용하는 용어에서 철학사적으로 이중성 또는 이중분절의 관점을 주의하라.] - [아마도 적대적이라기보다 상보적 관계이면서 대립적이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벩송이 표현하듯이 자매는 적이자 친구라고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들뢰즈의 우회는 하나의 공격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의 확립이기도 하다. .. 베르그송에서 니체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스피노자에 이르기까지 ... (36)
많은 사람들은 들뢰즈의 저술을 서양철학적 사유에 대한 거부라고, 따라서 포스트철학적이거나 또는 포스트모던적 담론의 명제라고 독해한다. 정말로 들뢰즈 자신은 그와 같은 해석에 실체를 부여할 수 있는 무수한 진술들을 제공한다. (36)
우리는 그의 사상이 서양철학 전통에 물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사례들이 ‘비철학적’인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그의 입장들이 보여주는 일관성(coherence)과 그의 입장들을 지지하는 설명의 양태가 최고의 논리적[추론적], 존재론적[내재론적] 평면들 위에 머물러 있음을 발견한다. (36-37) [서양철학사의 양극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들뢰즈는 심층에서 상층으로 방향에서 추론적이고 내재론적 평면들을 설정 또는 정초할 줄 알았다.]
하여튼 우리의 연구 과정에서 들뢰즈의 저술과 철학적 전통 내의 다른 입장들 간의 공명에 관한 우리의 지적이 때로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사유가 지닌 마땅히 철학적인 본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우리의 둘째 방법론적 원리를 갖게 된다. 즉, 들뢰즈를 철학적으로 독해하라. (38-39) [질료형이상학으로부터 시작하라.]
철학사를 통한 들뢰즈의 여행은 특이한 형태를 띤다. (39) [그렇다. 특히 차이와 반복과 의미의 논리를 주목하라.]
들뢰즈는 포괄성이라는 측면에서 잃어버린 것을 초점의 강렬도라는 측면에서 얻어내고 있다. 사실상 들뢰즈의 초기 저술들은 ‘꼼꼼한 개임’이다. - 그는 철학사라는 육신에 외과 수술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를 셋째 방법론적 원리에 이르게 한다. 들뢰즈의 선택성을 인식하라. (39) [우리로서는 소크라테스, 스토아, 플로티노스, 둔스 스코투스, 브루노, 스피노자, 루소, 벩송을 잇는 계열을 중요시하라고 할 것이다.]
이 철학적 여행의 각 단계들에서 들뢰즈는 이전 단계의 결과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결과들에 토대를 두고 여기에 특정한 논점을 추가한다. 들뢰즈의 철학 논문들 각각은 매우 특정한 물음을 향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철학적 물음들의 발전은 들뢰즈 사유의 진화를 드러낸다. (39-40) [올바른 문제제기는 문제의 답을 주는 것이라기보다 문제를 해소한다.]
이와 같은 진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들뢰즈 사유 안에서 있는 운동을 부각시키는 것이며, 이로부터 나오게 되는 것은 들뢰즈 자신의 철학적 교육과정, 즉 철학에 있어서 도제수업이다. 이런 교육적 여행의 행로들은, 존재론에서 윤리학과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들뢰즈를 인도하고 있는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로 이어지는, 대항-역사적인[전도된 철학사] 발전과정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지막[넷째] 방법론적 원리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들뢰즈의 사상을 하나의 진화로서 독해하라. (40-41) [들뢰즈의 사유가 회오리처럼 확장임을 주목하라, 상대 또는 반대는 대립이라기보다 상보적 연관도 있음을 보아야 할 것이다. (51UMI)
...(경험론과 주체성이 출간된 1953년에 그는 28살이었다), 그 이후 8년이 지나서야 다음 책을 출한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작가들에 있어서 8년은 그렇게 긴 단절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41)
하지만 1962년 이후로 매년 한 권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판한 들뢰즈에게 있어서 8년은 엄청난 간극을 의미한다. “그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구멍과도 같다. 그것은 8년의 구멍인 것이다. 내가 인생에 있어서 흥미롭다고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로는 극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한, 인생에 뚫린 구멍들, 공백들이다. ..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구멍들 속에서 이다.” (41)
들뢰즈 자신의 철학적 훈련의 진화에 대해 이렇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내가 이하의 연구에서 들뢰즈 초기 저술들만을 배타적으로 다루기로 결정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42)
들뢰즈 목소리가 갖는 심오한 독창성은 아마도 이 기간 동안 그가 자기 세대의 대다수와 동일한 경로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이 기간은 들뢰즈의 지하연구(subterranea research) 기간이다. (42) [철학사를 전복하려는 심층으로부터 연구, 베르그송의 연구방법인 안에서부터...]
미셸 푸꼬의 짐작대로, 정말로 이러한 차이가 우리 세기를 특징짓게 된다면, 만약에 우리 시대가 정말로 들뢰즈적이라면, 이 초기 연구는 즉 지하실[심층]의 들뢰즈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만든 형성적 발전들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43) [전쟁기계로서 들뢰즈는 자기 활용을 잘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5:17, 51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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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길렘(Georges Canguilhem, 1904-1995), 프랑스 철학자, 인식론과 과학사 전공, ENS출신, 철학으로 교수자격 통과후 의학을 공부하여 1943년 의학박사. Essai sur quelques problèmes concernant le normal et le pathologique (1943), réédité sous le titre Le Normal et le pathologique, augmenté de Nouvelles Réflexions concernant le normal et le pathologique (1966). 깡길렘은 1949년 들뢰즈에게 『본능과 제도(Instinct et Institution)』라는 작은 책의 방향을 제시했었다. (1949 Hachette 판이 있는지 확인필요)
라푸쟈드(David Lapoujade, 1964) 파리1대학 철학교수. L'Île déserte et autres textes. Textes et entretiens 1953-1974, édité par David Lapoujade, Les Éditions de Minuit (coll. « Paradoxe »), Paris, 2002.
마수미(Brian Massumi, 1956-) 카나다 철학자, 사회이론가. 천개의 고원(영역자) A User's Guide to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Deviations from Deleuze and Guattari (MIT Press, 1992)
책1960하트1993들뢰즈00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