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태국인 인생은 즐거워라
한국과 태국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만 해도 현재 500여 업체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태 상공회의소에 등록한 회원사만 해도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250여 개사에 이르고 있습니다. 태국인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사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욱 중요해 지는 시점입니다.
얼마 전 직원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에 공고돼 이를 담당한 태국인 간부가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야유회에선 놀라운 장면이 속출했습니다.
언제 그런 연습을 했는지 K팝을 완벽히 재현해 내는 단체군무부터 시작해 연예인도 뺨치고 어를 다양한 장기들이 나왔습니다. 태국에서 늘 확인하며 사는 것이긴 하지만 `노는 분야’에서 태국인이 세계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습니다.
장시간의 연발 연착에도 태평한 태국인
태국 북쪽으로 가는 저비용 항공을 이용했을 땐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비행기가 연발을 거듭하더니 거의 5시간을 기다린 끝에 타게 됐고, 돌아올 때도 3시간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출발시간이 1시간, 2시간, 3시간 자꾸 늦어져 약 올리듯 통보하니까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태국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방콕 공항에 갔다가 한 한국인 지인을 만났는데 그는 한국에서 출발한 외국항공이 무슨 사정으로 경유지인 홍콩에서 2시간 정도 연발해 가족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며 분을 삭히느라 어금니를 깨물고 있었습니다.
항공기 연발에 반응하는 태국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봤습니다.
출발 지연시간이 4시간이 넘어 정오가 되자 항공사 직원들이 햄버거와 생수를 가지고 대합실로 왔는데 사람들이 먼저 받으려고 너도 나도 줄을 섰습니다. 화장실에서 친구인듯한 젊은 사람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햄버거 맛있다. 줄 한번 더 서면 알아볼까” 라고 농담하고 태연히 웃고 있었습니다.
이 항공기는 돌아올 때도 또 연발했는데 이 때는 공항 내에서 스낵코너를 이용할 수 있는
80 바트 짜리 쿠폰을 주었습니다. 시내에 나가 발 마사지를 하고 시간 맞춰 돌아오니 스낵코너에서는 시간이 지났다며 쿠폰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의를 제기했더니 항공사 직원은 별로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이 ` 고객 불만 용지’를 쥐어주고 태연해 했습니다.
공항에 내렸더니 함께 비행기를 탔던 수염 덥수룩한 인도인이 가방은 찢어져 있다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공항의 전구가 떨어지기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도 공항 태국직원은 태연하게 보였습니다.
며칠 뒤 태국 신문기자한테 `그럴 수가 있다’며 그 앞 뒤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 기자 왈. “태국 사람은 그 비행기가 연발 연착 있다는 것 다 알아. 뭣 때문에 그걸 탓나? 싼 이유가 있는 거잖아.”
목소리 크고 급한 한국인, 만만디 태국인
한태 상공회의소가 태국 내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행해 낸 책자에 보면 태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자주 내며, 목소리가 크다고 거의 공통적으로 대답했습니다. 한국회사에서 일하는 태국인은 다른 말은 몰라도 `빨리 빨리’라는 한국어는 할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개 관리자급인 한국인은 태국인이 느린데다 말귀를 잘 못 알아 듣고, 작은 돈에도 직장을 자주 옮긴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태국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답답함을 더 호소합니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태국 직장인에 대한 10가지 가지 단상
1.돈 버는 것보다 노는 게 우선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세계 최고의 유흥감각 보유.
2.그런데도 대화 중엔 돈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많다.
3.회식날짜 잡히면 며칠 전부터 의논. 태국인 중 과연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가 있을까?
4.복잡한 것은 절대 싫어한다.
5.좀처럼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으나 자신의 직속상관이 누군지는 명확히 파악한다.
6.식사시간을 잘 지킨다.
7.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이 많으며, 커미션의 개념에 익숙하다.
8.군것질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다. 자주 뭔가를 먹는다.
9.부자를 크게 시기하지 않고 내 처지를 크게 비관하는 것 같지도 않다.
10.언제 어디서건 사진 찍기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인 보단 행복한 태국인
이런저런 공식, 비공식 통계를 보면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인 한국은 세계 최고의 지표가 수두룩합니다.
문맹률 세계 최저, IT, 핸드폰, 조선사업 등은 세계 1위입니다. IQ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욕이나 속어의 분화지수도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합니다. 태국과 한국의 경제력, 국방력 비교는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평균수명도 태국의 73세에 비해 한국은 여섯 살이나 더 삽니다.
하지만 한국이 매년 태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행복지수 입니다. 2010년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은 태국의 41위보다 27 단계나 떨어진 68위입니다.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공화국, 자메이카 등 중남미의 나라들이 부유하진 않아도 행복지수 1~3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행복은 경제력 순’이 아닌 것은 틀림없습니다.
태국인 중에는 삶을 여유 있게 관조하고 즐길 줄 아는 만만디가 많습니다. 태국에선 한 박자 늦춰 말하고 행동해 보는 것도 태국인과 좀더 가까이 가는 길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