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팥빙수 찾기!!!]
며칠 전보다 기온은 낮다. 아침 기온이 높아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을 떨어지게 만든다. 코로나19발생 이후 처음으로 고교 동창 모임이 이루어졌다. 팔십 년대 초 고등학교 졸업이후 동창끼리 행해오던 모임이 결혼을 하면서 부부 모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섯 가족 부부가 홀 수 달 둘째 주 일요일에 모임을 이어 온지 수십 년째다.
집안 행사 챙겨 주기와 각자의 부모님을 모시고 모임의 이름으로 식사 대접하기와 용돈 챙겨드리기, 나아가 아이들 고등학교 입학 시 등록금과 교과서대금까지 포함된 장학금 지급 등 긴 역사만큼이나 자녀와 부모님을 위한 행사를 이어 왔다. 학생인 아이들이 성장하여 하나 둘 결혼에 이르고 함께 모시고 식사하던 그 분들은 이제는 대부분 얼굴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모임을 통해 함께 이어온 관계 속에서 우리들이 기획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기억된다.
출발 시간이 늦어 서둘러 모임 장소인 시내 초밥 집으로 가는데 주차 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주택가를 한 바퀴 돌다가 초밥 집에 주차를 일임하고 들어섰다. 친구들이 시간에 맞추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십여 분 늦게 도착하여 악수로 인사를 대신한다. 음식은 벌써 두 가지 이상 나온 터이다. 음료와 술을 한 잔씩 채우고 회장의 건배사에 이어 코스 요리를 즐기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로 식사 시간을 가졌다. 두어 시간의 식사동안 앞으로의 여행 계획 등을 논하며 깔끔하게 나오는 음식은 만족도를 높여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음식점을 나와 가까운 대신동 편백 숲을 산책하기로 하였다.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은 날씨 속에 찾은 숲 속은 여기 저기 데크에 먼저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무 사이로 얕게 비치는 햇살에 간혹 불어오는 골바람은 삼림욕장이 따로 없다. 등성이를 따라 앞장서 가면서 서너 명의 일행이 뒤쳐져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 최근 조성한 숲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여러 개의 평상에 드러누워 자연을 호흡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앞서 간 친구와 둘이 넓디넓은 편백 숲 평상에 드러누워 긴 호흡으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킨다. 그 기쁨은 잠깐이었다. 일행의 재촉으로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등성이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숲길을 따라 들어설 때와는 달리 뜨거운 열기가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다. 걸음이 느려져 팥빙수를 한 그릇 하자는 의견에 따라 카페를 찾았다. 자리에 앉아 차림표를 확인 해보니 우리가 찾는 팥빙수는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겸연쩍게 일어나 밖으로 나와서 찾은 두 번째 카페 역시 팥빙수는 팔지 않았다. 얼굴을 찡그린 채 시계를 보는 사이에 다른 친구가 환호성과 함께 마주한 곳은 음식점 입구에서 팥빙수를 파는 간이 가게였다. 종종 걸음으로 귀퉁이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빙수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커다란 냉면 그릇 가득 담긴 옛날 방식 그대로다. 작은 숟가락으로 얼음과 팥을 섞어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시원한 맛이 삼십년 전으로 돌려주는 느낌이었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생활이 멀어져 있는 도시민에게 잘 가꾸어진 공원은 쉼터요 활력소였다. 오랜 거리두기 끝에 만나 식사와 산책, 그리고 함께 먹은 옛날 팥빙수는 지난 시절의 맛을 전해주었다. 십대 때 만나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이루며 자녀를 결혼 시켰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우리가 달려온 시간만큼이나 세월이 흘러 늙어간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한 일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것에 시간 할애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의 성취감과 보람을 위한 생활이 활력소를 가져오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삶의 활력소는 에너지 넘치는 건강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