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만평>
8,90년대를 풍미하던 "가족오락관"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선 '고요 속의 외침'이란 코너가 있었는데, 팀원이 음악이 크게 들리는 헤드폰을 끼고 있는 다른 팀원에게 단어를 전달하면 다른 팀원은 음악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 그 단어를 정확하게 맞히는 코너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헤드폰 속 음악 때문에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이 이 코너의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실시간으로 '고요 속의 외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장애인은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등 장애인 권리예산을 제대로 보장하라며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기획재정부에게 수개월을 지하철을 타며 절규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절규와 외침은 들리지는 않고 '법과 원칙'을 얘기하고 있고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아예 '지구 끝까지 사법 처리'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지구 끝'은 고사하고 살고 있는 지역 조차도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차별과 배제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외치는데, 이를 마치 흉악범이나 성범죄자 다루듯이 장애인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넣는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과 윤석열 정부에게 참담한 심정을 느낍니다.
철 지난 개그는 쓴웃음만 나온다면, 철 지난 운동의 탄압은 웃음조차 사라진 더 큰 분노와 저항을 낳을 것입니다. 며칠 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아무리 그 누가 가로막고 입을 틀어 막아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전진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이제 그 헤드폰을 벗으십시오. 그리고 장애인이 함께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이젠 제대로 들으시길 바랍니다.
그림 : 피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