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5권
23. 유유야리품(遊維耶離品)
세간의 지혜가 일체에 민첩하여
소원대로 되지 않음이 없으며
자비로 중생을 이익케 하되
인간의 외아들과 같이 하였네.
마치 전륜성왕이 온 세상에
명령을 내리면 따르지 않음이 없으나
세상 5욕락을 근심하고 싫어해
바른 법 지혜의 굴에 들고자 함과 같이
부처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의 일을 열어 세우고
부지런히 널리 교화를 행하여
일마다 다하지 않음이 없었네.
중생이 생사 악도에 떨어졌으므로
그 일어나고 멸함을 따라 보면서
크게 함이 없이 고요한
적멸의 열반에 들게 하고자 하셨네.
그때 유야리성(維耶離城)에는
사람의 정기와 혼백을 빠는 귀신이
성에 들어가 염병을 퍼뜨려
핍박하고 서로 어지러이 해치려 했네.
그러자 그 유야리성은
염병이 퍼져 큰 소동이 생기자
국왕과 모든 대신들은
함께 모여서 널리 대책을 의논했네.
“염병이 유행해 큰 불처럼
온 나라 국민들을 태우고 있으니
각기 골똘히 생각해 보라.
어떤 방법으로 이 재앙을 제거할 것인가.”
그 대신들 가운데서 장자인 재명(財明)은
제일 청정하게 믿는 사람이라서 말하되
“온 세상을 두루 살펴보아도 아무도 없으니
오직 부처님만 믿고 의지함이 옳도다.”
그래서 왕은 그 청신사(淸信士)인
재명을 사신(使臣)으로 보내었네.
장자인 청신사 재명은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온 몸을 땅에 던져 절한 뒤에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네.
“널리 이 세간을 구호하시니
원컨대 저의 나라 재앙을 건지소서.
얼어 떠는 사람이 불을 구하듯
무거운 병에 약을 청하듯
어둠에서 밝음을 바라듯
길을 잃은 사람이 인도를 바라듯
저희들이 부처님을 찾사오니
천상과 인간의 즐거움을 보여 주소서.”
사신이 부처님 처소에 가자
부처님께서는 그 청을 허락하셨네.
“지금 집을 떠나라.
하늘 사람들이 요동들 한다네.”
천왕이 허공에서 가만히
왕 미생원(未生怨)에게 이르되
“어찌 편안이 앉아 근심이 없느뇨.
이제 부처님께서 떠나려 하시나니.”
왕은 천왕의 일깨움을 듣자
마음이 두렵고 놀라웠네.
마음에 초조하게 근심을 품고
“중생의 마음이 어둡고 둔하여
누가 능히 지혜의 숫돌을 가져와
그 어둡고 둔한 마음을 갈며
번뇌의 두터운 허물과
원수의 무거운 빚[債]을 없애며
중생들의 무거운 죄의 빚을
누가 가볍게 건져 줄 것인가.
우리들은 오래도록 눈이 가려
생사의 굳은 지옥에 있거니
누가 청정한 열쇠로써
우리들의 지옥문을 열어 주랴.
우리들은 오랫동안 알몸으로 햇빛에 쪼여서
사랑에 목이 말라 타고 있거니
누가 능히 바른 법을 베풀어서
감로의 구슬로 목마름을 풀듯 하랴.”
왕은 칙명을 내리어 장엄하고
빨리 달려가 부처님을 뵈었네.
인하여 부처님께 다음날
궁중에서 공양하기를 청하고
주방에 명령해서 엄하게
백 가지 맛의 음식을 갖추도록 하자
부처님께서는 궁중에서 왕의
한 달 동안 공양을 받겠다고 허락하셨네.
일곱 계단의 길을 평탄하게 닦아
이에 항하(恒河)에 이르도록
길에 온갖 장막을 베풀어
장엄함이 마치 하늘 궁전 같으며
온갖 빛의 여러 가지 꽃과 향을
두루 땅에 흩고 깔았으며
사람들이 모여 들어 물이 넘치듯
마치 큰 바다가 출렁거림 같았네.
밝은 구슬을 섞어 장식하여
빛의 밝음이 보름달 같은데
왕은 옷과 수레와 일산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베풀었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오래지 않아서
곧 항하수 가에 이르자
왕은 다시 5백 개의 7보로 만든
일산을 부처님께 드렸네.
인간 왕이 5백 개를 드리고
모든 용왕이 천 개를 바치고
천왕들이 5백 개를 드리고
유야리에서도 5백 개를 드려서
세상을 크게 덮어 옹호하려고
보배 일산의 보시를 받았으며
모든 보배 일산을 다 받고 나서
그 중 한 개만 남겨 두셨네.
이때 부처님, 하늘 가운데 하늘은
모든 제자들을 거느렸으니
그 수는 2500인이었으며
곧 항하수를 건넜네.
유야리의 모든 왕들은
마음을 다하여 부처님을 공경하여
모든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면서
이런 차례로 성안에 이르렀네.
그리고 부처님께서 곧 이어서
유야리 큰 성에 들어가시자
여덟 가지 묘하고 깊고 무거운
범천의 청정한 말소리로써
곧 게송 한 귀를 읊으시니
모든 중생들의 무리
땅을 걷고 허공에 나는 것
그 중생들을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시어
청정한 자비의 물로써
큰 땅에 널리 뿌리므로
목이 말라 미쳐 날뛰던 중생들이
물을 얻어 기갈을 면하였네.
부처님의 경사스러운 구름에서
달고 부드러운 말씀의 비를 놓으시자
온 성안 인민들이 배부름이 만족해
무거운 독해의 근심을 씻어 버렸네.
부처님께서 이어서 곧 돌아가려고
유야리 성문 밖으로 나가려 하셨네.
부처님과 제자 모든 사문들은
성을 에워싸고 천천히 걸어갔네.
베풀고 보호해 길상(吉祥)을 나타내고
주원(呪願)으로 길이 편안케 하자
온 나라가 가호(加護)함을 입어
쾌락함을 헤아릴 수 없었네.
그때 장자인 청신사 재명도
부처님과 모든 제자들을 청하여
갖가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고 공경함을 다하여 받들었네.
부처님께서는 널리 깊고 요긴한
바른 법을 펴 말씀하시자
사자음(師子音)과 그 밖의
4천 명이 도탈함을 얻었네.
부처님과 모든 제자들이
곧 내녀림(捺女林)에 이르자
내녀(奈女)는 이 말을 듣고
달려 나와 부처님을 뵈었네.
문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리니
영락이 번개같이 번쩍이고 빛났으며
비로소 동산 숲에 들어오자
그 형상은 길상천(吉祥天) 같았네.
걸음걸이도 조용하고 차례가 있어
물이 파도를 따라 흐름과 같고
얼굴 모습은 봄볕에 활짝 핀
연꽃 무더기 같기도 하였네.
모든 하늘 옥녀들의 옷맵시와
자태 그대로 꾸며 가지고
숲 사이로 걸어가니
하늘과 사람의 눈이 움직였네.
불ㆍ세존께서는 마왕 파순의
애욕의 그물을 두루 보시지만
그 아름다운 여색을 보는 사람이
계율을 깨뜨릴까 저어하여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맑은 목소리로
모든 제자 사문들에게 이르셨네.
“내녀란 여자들이 지금 오나니
너희들은 각별히 마음을 단속하라.
각기 뜻을 세워 손에 손에
정진의 억센 활을 마련하고
바른 뜻의 곧은 살로써
지혜의 활줄에 메어 들어라.
모두 다 선정(禪定)의 갑옷을 입고
스스로 계행 지키는 수레를 타고
각각 자비를 관하는 마음을 지녀
눈으로 색의 싸움터에 들어가리라.
너희들은 자세히 생각해 보되
여자의 몸이란 어떤 것이 옳은가.
거짓 단장하여 서로 미혹하게 속이되
구리와 쇳덩이에 금을 바른 듯
살갗이 얇기는 파리의 나래 같은 것
만약 그 위에 덮지 않으면
다만 이것은 고깃덩이뿐
이렇게 생각하여 알아차려라.
눈곱과 눈물과 침이 흐르니
닦아서 없애지 않으면
또 몸 위에 때가 더덕더덕 끼거늘
물로 씻지 않는다면
고름과 피와 똥들이
한 곳에 쌓이고 모인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관찰하면
애욕의 뜻이 없어지고 생기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스스로 보고 생각하되
이것은 뼈다귀의 집이라 좋을 것 없고
힘줄로 얽어 잡아매었으며
밖으로 살갗이 발라졌을 뿐이라고.
의상을 입고 꾸미어 덮음이
그림쟁이가 벽에 물감을 칠하듯
다만 이렇게 스스로 관찰하여
그 속이고 유혹하려는 데 따르지 말라.
굳건히 삼가서 마음을 지키면
뒤에 얻을 것이 있으리라.
처음부터 마음을 잡들이 하지 않으면
뒤에는 막아낼 수 없으리라.
삿된 행동으로 바른 길을 잃으면
미혹에 빠져서 두루 도나니
마치 연자방아를 가는 말같이
마침내 갈고 달림에 휩싸여 들리라.
눈으로 여색을 보고 즐기면
마음이 눈을 따라 미혹하리니
자세히 그 가죽과 속을 꿰뚫어 보라.
어리석으면 물들고 지혜로우면 여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가르침으로써
모든 나이 어린 제자들을 경계하자
다 함께 스스로 마음을 단속해
한마음으로 부처님 얼굴을 바라보네.
내녀들이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자
빛나는 상호가 밝게 장엄하여
숲 사이에 드높이 빛나
해가 구름 속에서 나온 듯하였네.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보자
미묘하게도 욕의 마음이 청정하여져
마치 무성한 꽃나무들이
바람에 불리어 한쪽에 쏠리듯
이렇게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합장한 뒤에
그 자리에서 한걸음 물러나자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이르셨네.
“여자의 정이란 탐하고 방일함이나
너희들은 착한 마음으로 나에게 왔구나.
바르고 참된 법을 즐겨 믿으라.
이런 이익은 만나기 매우 어렵노라.
남자가 바른 법을 즐겨 믿음은
이것은 그렇게 기특할 게 못된다.
남자는 본래 뜻이 깊고 무거워
번뇌가 오히려 얇기 쉬우나
여자란 항상 모든 번뇌의
애욕에 돌고 돌면서
뜻이 좀스럽고 마음이 가벼워
오로지 여섯 가지 욕(欲)에 집착하나니
그러나 너희들 마음은 도에 있으니
이것이 가장 귀하고 기특하도다.
일체 세간은 무상하여
믿을 내가 없노라.
온갖 질병이 편안함을 침노해
얼굴빛과 용모가 늙고 무너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거니
바른 법을 즐기면 근심이 없으리.
여자란 탐심과 질투가 많아서
원망스럽고 미움을 만나기를 싫어하며
여자란 마음이 사랑에 붙어서
사랑으로 이별함을 즐기지 않네.
무릇 여자의 형상을 받게 되면
반드시 이 두 가지 번뇌가 있나니
일이 이러하거니 이런 까닭에
너희는 부지런히 법을 받들라.”
내녀들은 본성이 연약한지라
마음에 매우 부끄러움을 품어
바른 법을 닦기를 권하자
공경히 일어나 힘쓰려 하였네.
문득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진정을 아뢰었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드리우시어
내일 아침 저의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그의 마음이
매우 청정하여 기뻐함을 아시고
묵묵히 그의 청을 받으셨네.
그녀는 문득 사례하고 돌아가려고
온 몸을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여자의 형상을 싫어해
부끄러움을 품고 돌아갔었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내녀의
공양 청을 받고 보낸 뒤에
유야리성의 귀하고 천한 사람들이
모두 다 부처님 처소에 모였었네.
흰 말에 흰 수레와 흰 일산이며
의복도 모두 흰 천으로 입어서
모든 용모들이 모두 흰 빛이라
그 위의가 매우 볼만했었네.
그리고 푸르고 누르고 붉고 검은 빛들로
갖가지로 그 부류를 나누어
장엄해 꾸미고 부처님께 나오는데
마치 도리천상의 모임과 같았네.
그들도 부처님께 공양을 청하였으나
부처님께서 이미 허락하였다고 말씀하시자
부처님께서 내녀의 청을 받음을
그들은 못내 모두 한을 품었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널리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으니
감로(甘露)의 법은 손감됨이 없이
모든 괴로운 근심을 소멸케 함이라
간략하게 간추려 4제의
요긴한 법을 말씀해 보이시니
수없는 모든 이건(離犍)들도
모두 다 감로의 법약을 먹었다네.
부처님께서는 바로 이때에
수없는 이건족을 교화시켜
이르는 말씀이 끝나자마자
마음에 바른 법을 얻으니
마치 사나운 군사를 교화시키고
도리어 지옥의 괴로움을 돌리듯 하며
또 수없는 중생들에게
모두 하늘에 태어나는 씨앗을 뿌리게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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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불본행경
불본행경_23. 유유야리품(遊維耶離品), 유야리성을 제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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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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